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파운드리 전문업체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2년 동안 지속된 그룹 유동성 위기에 따른 매각 실패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통해 독자 생존의 길을 열고 있다. 반면 매그나칩은 분식회계, 실적악화 등 이어진 악재 속에 최근 지분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은 국내 단 두 개뿐인 순수 파운드리 업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종합반도체 회사로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동부하이텍과 매그나칩은 외부 팹리스에서 생산을 위탁받아 양산만을 한다. 종합반도체 회사와는 달리 미세공정 투자를 하지는 못하지만 미세공정이 필요없는 시스템IC 분야에서 성과를 거둬왔다.
■실적 상승세 탄 동부하이텍
1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 시장에서 성과를 나타내며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적은 지난 2013년 이후 개선 추이가 뚜렷하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상반기 전년동기 대비 13% 늘어난 2천9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15% 증가한 277억원, 경상이익도 흑자전환하며 74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이미 흑자로 전환됐고 올해는 경상이익도 상반기 기준으로 흑자 전환했다. 상반기 가동률은 90% 수준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5천677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매출은 4천937억원이다. 동부하이텍이 매각 위기 속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일본 등 동북아권 거래선 다변화에 집중한 결과다.
동부하이텍은 이 지역 거래선 확대로 상반기 안정적인 가동률을 하반기에도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호실적 역시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안정화를 위한 선결 과제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동부하이텍 신디케이트론 부채는 6천200억원 규모다. 이자율은 5% 수준이다. 신디케이트론을 4천억원대까지 줄이면 이자 부담은 2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동부하이텍은 지난달 부천공장 내 일부 유휴부지를 매각하고 이 자금으로 신디케이트론 자금 원금 일부를 상환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자산매각을 포함한 자구노력을 기울여 재무구조를 개선해나갈 예정이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2013년 매물로 나온 후 중국 SMIC가 3차례 이상 실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팹리스, 장비업계는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되면 안된다는 위기감 속에 동부하이텍 인수에 나서기도 했지만 부채 부담으로 실제 인수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제 동부하이텍은 독자회생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채권단도 최근에는 인수작업을 중단하며 자구 노력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매물로 나온 매그나칩, 경영 실적 악화
동부하이텍과는 대조적으로 매그나칩은 지난 2013년 이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지분 매각 작업 소식도 전해진다.
매그나칩 대주주는 미국 애비뉴캐피탈이다. 애비뉴캐피탈은 지난 2009년 매그나칩이 법정관리를 받던 당시 채무를 지분으로 전환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애비뉴캐피탈 외에도 투자사들이 매그나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들 투자사가 최근 매그나칩 지분 매각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사들은 매그나칩이 분식회계 혐의 이후 실적까지 악화되자 지부 매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매그나칩은 지난 2013년부터 실적이 눈에 띄게 하락해 순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를 냈으며 올해까지 3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적자는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다. 매그나칩은 매출도 감소세다. 지난 2분기 매출은 1억6천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억7천210만달러 대비 5.8%, 전분기 1억6천490만달러 대비 1.7% 줄었다.
매그나칩 주가도 큰 폭으로 빠졌다. 지난 2월 15달러선을 달렸던 주가는 최근 들어 절반도 안 되는 6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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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로 나온 매그나칩 지분에는 미국, 중국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로이터 등 외신은 사모펀드 플레전트 레이크가 매그나칩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 특히 중국의 동향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사 외에도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매그나칩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그나칩 실적이 악화된 데는 중국 시장을 등한시 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반도체 매출 비중이 높아 중국 시장 진출을 실기했다는 것이다. 이에 매그나칩은 최근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상하이에서 파운드리 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심천 등에서 컨퍼런스를 열며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