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이 봐도 괜찮을 만큼 건전하면 되겠죠?”
2012년 5월10일 기업설명회 당시 서수길 아프리카TV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한 말이다.
아프리카TV의 저작권 위반 및 음란성 논란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크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내 아이들이 봐도 좋은 만큼 아프리카TV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또 그는 자신이 취임한 시점부터 아프리카TV가 상당히 건전해졌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로부터 3년하고 5개월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묻고 싶다. “아프리카TV, 아이들이 봐도 괜찮을 만큼 건전한가”를 말이다.
아프리카TV는 최근 들어 뜨거운 열풍이 불고 있는 1인 미디어, MCN(Multi Channel Network)을 만들어낸 주역임에 틀림없다. 끼와 재능, 그리고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작은 TV 속 주인공이 돼 팬을 만들고,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서 인터넷 시대의 혁신적인 문화를 선도해 왔다.
최근에는 윤종신 PD가 소속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와 합작 법인 ‘프릭’을 설립, BJ 발굴과 지원에도 발 벗고 나서는 등 인터넷 방송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인 CJ E&M 출신 신병휘 상무와 같은 인재 영입도 아프리카TV가 미래의 미디어 산업을 이끌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화려함만큼이나 아프리카TV가 만들어낸 그림자 또한 넓고 짙게 드리워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터넷 방송이 가진 어쩔 수 없는 부작용 정도로 보기엔 도를 넘은 모습이다.
아프리카TV가 일으키는 문제의 핵심은 모두 돈과 다름없는 ‘별풍선’에서 나온다. 적지 않은 BJ들은 억대 연봉을 꿈꾸며 별풍선을 받고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회사 또한 별풍선 수익으로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도 넘은 방송에도 반쯤 눈을 감은 모습이다.
아프리카TV는 얼마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이하 방심위)부터 선정적인 방송을 한 BJ와 장애인비하발언을 한 몇몇 BJ들에 대한 시정조치 권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방심위 권고마저 무시하듯 솜방망이 처벌로 공분을 샀고, 인권센터로부터 공개 사과 촉구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인기 BJ가 ‘베스트BJ’ 대가로 성상납까지 했다는 폭로를 했지만 회사는 진상조사에 미온적인 반응이다. 처음에는 실명이 언급되지 않아 조사할 필요도 없다는 자세였다가, 문제가 커지자 조사에 나섰다는 뒤늦은 답변이 돌아왔다. 문제가 없었다면 모를까 치부가 드러날 경우 ‘셀프 조사’ 결과를 공개할지도 의문이다.
작년에는 아프리카TV 인기 게임 BJ가 인터넷 도박 사이트 알선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까지 뉴스 사회면을 장식했다. 해당 BJ는 여러 차례 방송에서 물의를 빚어 영구정지를 당했지만 아프리카TV가 ‘광복절 특사’라는 이벤트로 활동을 재개시켜준 인물이다.
오래 지켜본 결과 아프리카TV는 영구정지 처벌이 무용지물이다. 지금도 다른 BJ가 영구정지를 당했다가 사면 받고 아프리카TV 간판 BJ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이쯤 되면 누군가 대형사고로 영구정지 당하더라도 그 역시 머지않아 복귀할 거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오늘 때마침 한국투자증권은 아프리카TV의 월간순방문자 수 증가로 광고 수익 증가를 예상하며 핑크빛 전망을 내놨다. 광고 수요가 전통 매체에서 뉴미디어로 이동해 광고 단가 역시 높아지는데, 이 수혜를 아프리카TV가 입을 거라는 말이다. 최근 트렌드를 잘 짚어낸, 충분히 가능성 높아 보이는 예측이다.
그래서 아프리카TV의 건강한 성장과 더 큰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을 또 한 번 서수길 대표에게 던진다.
관련기사
- 폐업에 성상납 논란까지…1인미디어 시장 ‘얼룩’2015.10.08
- 아프리카TV, 인기 BJ ‘성상납 폭로’에 곤욕2015.10.08
- 방심위, 아프리카TV ‘음란 BJ’ 퇴출2015.10.08
- 1인 미디어 열풍...대세인가, 거품인가2015.10.08
서수길 대표는 아프리카TV 플랫폼이 가진 B급 문화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아프리카TV의 강점이라 했다. 서비스가 지닌 특성이 그렇다 해도 윤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할 상장사가 B급이면 곤란하지 않은가.
아프리카TV의 고질적인 선정성 문제, 그리고 회사의 솜방망이 처벌 이대로 괜찮은가. 별풍선에 눈 먼 도 넘은 방송, 정말 아이들이 봐도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