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을 포함해 다양한 경로에서 고객을 통합 관리하는 옴니채널이 유통업계의 화두다. 국내외 굴지의 유통 거물들이 옴니채널을 사업의 미래로 내거는 가운데 국내 제조업계에 전사데이터표준화 용도로 도입됐던 기준정보관리(Master Data Management)가 옴니채널 구현에 의미있는 요소로 떠올랐다.
MDM은 기업 내외부에서 생성되는 여러 형태 데이터의 기준을 정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초중반 대형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전사 데이터 관리를 위해 도입됐다. 데이터는 단일한 기준으로 쌓을수록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동일한 내용의 데이터라도 중구난방식으로 입력되면 실제 활용 시 누락되는 게 많아지는 탓이다.
기준정보관리의 1차적 목적은 데이터 품질 향상이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MDM을 통합적인 ‘고객경험(CX)’ 제공을 위해 적극 활용하는 반면, 한국 기업은 데이터 표준화에 머무르고 있다.
김대준 인포매티카 아시아태평양일본 MDM 총괄 전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준정보란 오염된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것과 같아서, 기업 데이터의 의미를 더 분명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며 “기준정보에 대한 한국의 접근법은 비즈니스와 전혀 연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옴니채널은 오프라인, 웹, 모바일 등 이용환경에 상관없이 고객과 직접 통하는 통합 채널을 말한다. 유통산업의 경우 모바일 기기로 백화점의 물건을 구매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찾거나, 웹 쇼핑몰에서 구매한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교환, 환불받는 게 대표적 시나리오다.
소비자의 구매행위와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모두 관리함으로써, 전반적인 고객경험을 높이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김대준 전무는 미국 금융회사 ‘웰스파고’의 고객분석사례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웰스파고는 고객의 금융상품 보유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가구 당 14~16개의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고객 한명이 동일 은행의 상품을 많이 이용할수록 매출기여도가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웰스파고 상품을 3개 보유한 고객의 연간매출 기여액이 176달러인 반면, 9개 이상의 웰스파고 상품을 보유한 고객의 기여액은 연간 795달러였다. 당시 웰스파고 CEO는 영업조직과 마케팅조직에 단일 고객의 보유상품을 늘리도록 지시했고, 웰스파고 전 지점에서 성과를 거뒀다.
김 전무는 “고객이 구매한 상품과 서비스 숫자를 늘리는 고객점유율(share of wallet) 증대는 경쟁사의 것을 갖고 오므로 수입을 엄청나게 늘려준다”며 “또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많이 구매한 고객일수록 경쟁사로 이탈하는 비율이 현저히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옴니채널을 구현하려면 따로따로 구축한 시스템 간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백화점 매장의 CRM 데이터와 인터넷쇼핑몰의 CRM 데이터가 서로 동기화돼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해 각 시스템의 데이터를 표준화해 정보가 시야에서 이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는 보험회사 메트라이프의 옴니채널 사례를 덧붙였다. 메트라이프는 전세계에서 운영하는 70개 시스템의 고객정보를 MDM으로 관리하고, 모든 부서와 외부 에이전트에서 활용하게 했다. 어느 채널을 통해 메트라이프의 보험상품을 구매했든 고객관계관리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메트라이프는 이로써 고객의 이탈을 막는 효과를 거뒀다.
김 전무는 “우리나라 면세점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 지점별로 고객정보를 별도로 관리한다”며 “이에 고객은 오프라인에선 VIP일지라도, 온라인에선 최하등급 고객으로 취급받는 상황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중 하나가 주소를 입력하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른 회원의 주소와 대조해서 한 가족이란 걸 알 수 있지 않느냐”며 “고객을 알아야 서비스를 어떻게 할 지 알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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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채널은 유통업뿐 아니라 정부, 공공 대민서비스에도 유용하다. 우리나라는 정부부처마다 데이터를 따로 관리하고 있어, 부처 간 행정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는 “기준정보관리를 고객경험 통합 관점으로 보고 비즈니스와 연결하려는 쪽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기준정보를 채널에 상관없이 똑같이 활용할 수 있게 만들면, 비즈니스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