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애플 뉴스, 저널리즘 지형도 뒤흔드나

전 세계 유력 매체 입주…패키지 해체 가속화?

데스크 칼럼입력 :2015/06/09 11:11    수정: 2015/06/11 11:1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얼마 전 난 ‘저널리즘 유목민 시대에 적응하기’란 칼럼을 썼다. 그 칼럼에서 난 뉴스도 이젠 유목민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독자들은 이제 수시로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더 이상 언론사가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저널리즘 유목민 시대에 적응하기’는 지디넷 코리아의 개편 사이트를 소개하기 위해 쓴 칼럼이었다. 지디넷 코리아 사이트도 기사 건별 소비를 염두에 두고 개편했다는 걸 살짝 홍보하려는 ‘꼼수’도 포함돼 있었다.

애플이 8일(현지 시각) 공개한 뉴스 앱을 보면서 그 때 썼던 칼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 페이스북의 인스턴트 아티클에 이어 애플도 뉴스 앱을 통해 ‘뉴스 패키지 해체’의 가속 페달을 밟았기 때문이다.

수잔 프레스콧 부사장이 애플 뉴스 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씨넷]

■ 개인맞춤형+탁월한 UI 결합한 뉴스 앱

내가 애플의 뉴스 앱에 왜 흥분했는지부터 소개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이를 위해 먼저 애플 뉴스 앱에 어떤 기능과 서비스가 있는지 살펴보자.

애플 뉴스 앱은 콘텐츠 큐레이션 앱인 플립보드와 흡사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준다. 이를 위해 애플은 세계 유력 매체들을 대거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타임, 와이어드, CNN. ESPN,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를 비롯해 세계 유력 매체들이 총망라됐다.

뉴스 앱을 소개한 수잔 프레스콧 애플 부사장은 “세계 최고 매체들의 아름다운 콘텐츠를 여러분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애플이 공개한 뉴스 앱을 묘사하는 키워드는 개인맞춤형과 검색, 그리고 프라이버시 보호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개인맞춤형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플립보드, 자이트를 비롯한 선진적인 언론들이 이미 선보였던 서비스다. 하지만 애플은 여기에다 검색 기능을 추가했다. 애플은 iOS9부터 검색 API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덕분에 앱을 일일이 열지 않고도 아이폰에서 아이패드 검색창에서 바로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이용자 취향에 맞게 타이포그래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조절할 수 있다. [사진=씨넷]

당연한 얘기지만 뉴스 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니먼랩이 두 가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첫 번째는 모바일 기기에서 검색을 하면 관련 뉴스가 바로 뜬다는 것. 이를테면 ‘메르스’를 검색할 경우 메르스 관련 뉴스들을 바로 모아서 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 검색어와 연계한 뉴스 소비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검색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니먼랩의 두 번째 분석이 더 흥미롭다.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검색 화면 하단에 뉴스가 자동으로 뜰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애플이 정확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뉴스가 뜨는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기능이 구현될 경우 모바일 기기에서 뉴스 소비가 한층 더 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수익모델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과 비슷

수익 모델도 공개했다. 뉴스 앱에 공급되는 콘텐츠에는 광고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언론사가 영업한 광고는 전액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이 대신 영업할 경우 30% 수수료만 뗀다.

애플은 이 외에도 타이포그래피를 비롯해 개인들의 독서 경험을 최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툴들을 추가했다. 디자인과 UI에 관한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애플의 장점을 그대로 녹여냈다.

이 정도 내용만으로 내가 왜 그리도 흥분했던 걸까?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이란 뉴스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애플이 연이어 뉴스 앱을 공개한 것이 예사로운 흐름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뉴스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신호탄이란 생각이 들었다.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인 인스턴트 아티클스. [사진=페이스북]

여기서 잠시 1990년대 말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는 <디지털이다>란 생소한 제목의 책을 한 권 펴냈다. 출간 당시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네그로폰테의 그 책엔 흥미로운 개념이 하나 소개돼 있다. ‘나만을 위한 뉴스(The Daily Me)’란 화두가 바로 그것이다.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 패키지 대신 앞으로는 나만을 위한 뉴스가 더 적극적으로 소비될 것이란 예언이었다. 1990년대 상황에선 그 예언은 “미래 학자의 섣부른 전망”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후 세상은 달라졌다. 특히 플립보드 같은 뉴스 앱이 등장하면서 나만을 위한 뉴스가 현실 공간으로 내려왔다. 플립보드에 인수된 자이트 같은 앱은 철저한 개인맞춤형 뉴스 앱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애플의 ‘뉴스’ 앱에 내가 흥분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플립보드 같은 개인맞춤형 앱이 변죽으로 울린 종소리였다면, 애플과 페이스북은 뉴스 시장에 ‘백투백 홈런’을 날렸다고 믿기 때문이다.

■ 뉴스 패키지 해체가 본격화되는 걸까

그렇다고 개인맞춤형 뉴스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흥분한 건 아니다. 독자 입장에서 개인맞춤형은 기뻐서 흥분할 일이지, 잔뜩 긴장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번 칼럼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젠 개인들의 뉴스 소비 방식이 달라졌다. 언론사가 뉴스 패키지를 제공할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수시로 뉴스를 접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언론사가 제공하는 신문 패키지 상품이 해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포털 중심의 뉴스 서비스가 이 땅에 몰고온 바람이 바로 그것이다.

애플과 페이스북의 뉴스 서비스는 이 바람에 결정타를 날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뉴스 패키지의 종언’을 선언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애플의 뉴스 앱 관련 소식을 전해주는 니먼 랩 사이트.

“개별 뉴스 앱과 개별 뉴스 브랜드는 더 이상 뉴스를 접하는 주된 접촉점이 아니다.(Individual news apps and individual news brands aren’t the primary point of contact with news any more.)”

애플 뉴스 앱 발표를 바라보는 니먼랩의 냉정한 평가다. 언론사 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슬프지만 니먼랩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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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뉴스도 유목민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을 다시 한번 되뇌이지 않을 수 없었다. 유통 시장에 백화점이 처음 등장하던 때와 흡사할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앞으론 명품점이 되거나, 백화점이란 유통 채널을 잘 활용하는 두 가지 선택지밖에 없을 것 같다는 슬픈 확인.

그 때문일까? 백화점 도입 초기 역사와 함께 유목민 전략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칭기스칸의 전략을 연구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