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애플이 월 9.99달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애플은 ‘공짜’ 대신 ‘프리미엄 서비스’ 쪽에 무게를 실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개막된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애플 뮤직을 공개했다. 요금은 3개월 무료 서비스 뒤 월 9.99달러였다. 최대 6인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족권을 구매할 경우 월 14.99달러가 적용된다.
사실 애플 뮤직 서비스 공개는 새로울 것 없었다. 행사 개막 전날 더그 모리스 소니 뮤직 CEO가 발설한 덕분에 애플 뮤직 공개는 이미 기정사실이나 다름 없었다.
■ 스포티파이 등 다른 업체들은 유무료 서비스 혼합
하지만 무료 대신 애플 특유의 프리미엄 서비스가 적용될 지 여부는 관심사였다. 스트리밍 업체 대부분은 무료 서비스를 폭 넓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트리밍 시장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스포티파이는 유료와 무료 두 가지 서비스를 동시 운영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광고가 포함돼 있는 음악은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무료 서비스 이용자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들을 수 있는 음악이 한정돼 있다.
월 10달러를 내는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면 광고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도 무제한 접속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유무료 서비스가 잘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전체 이용자 6천만 명 중 월 10달러를 내는 유료 가입자가 1천500만 명에 이른다. 약 4분의 1이 유료 고객인 셈이다.
반면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판도라는 월 이용자 7천900만명 대부분이 무료 고객이다.
이 대목에서 애플은 이번에도 ‘공짜’ 대신 ‘서비스’라는 자신들의 철학을 그대로 적용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무료 음악은 나쁜 생각이다. 음악은 유료 장벽이 필요한 서비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한된 형태이긴 하지만 공짜가 널려 있는 상황에서 유료로만 서비스하기 위해선 그만한 보상을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애플은 이런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까?
■ 큐레이션-아티스트와 소통 등 경쟁 포인트
일단 애플이 준비한 차별화 포인트를 살펴보자.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운 경쟁 포인트는 ‘큐레이팅’ 서비스다. 사용자가 한 음원을 선택해서 들으면 평소 패턴을 고려해 다른 음원을 추천해준다. 유명 DJ를 활용한 24시간 음악 방송 등도 애플이 내세운 경쟁 포인트다.
지난 해 인수했던 비츠를 확대한 라디오 방송국과 가수나 제작자와 팬을 이어주는 타임라인 방식 소셜 서비스 ‘앳 커넥트(@ Connect)’ 등도 애플만의 서비스로 꼽힌다.
음성 인식 서비스인 시리와 결합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시리에게 “2000년 2월 빌보드 차트 1위 음악을 들려달다”고 하면 바로 찾아서 들려준다.
애플의 또 다른 경쟁 포인트는 ‘생태계’다. 이미 아이튠스를 비롯한 여러 음악 서비스를 통해 약 8억개에 달하는 신용카드가 등록돼 있다. 한번 애플 고객은 쉽게 다른 서비스에도 지갑을 열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스트리밍 음악 시장의 기본 문법을 바꿀 수 있을까? 음반업계도 애플이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 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애플의 음악 서비스 출시 사실을 발설했던 더그 모리스 소니 뮤직 CEO는 “음반업계에 놀라운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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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12년 전인 지난 2003년 아이튠스를 내놓으면서 음악 시장의 문법을 한번 바꾼 이력이 있다. 그 때까지만 해도 ‘패키지 일색’이었던 음반 시장이 건별판매란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왔다.
과연 이번에도 ‘공짜 없는 유료 서비스’란 애플만의 문법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까? 결론을 알고 있는 스파이 드라마를 즐기는 관객의 호기심으로 애플의 해답 풀이를 지켜보는 것도 잔잔한 재미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