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유목민 시대'에 적응하기

데스크 칼럼입력 :2015/06/03 17:03    수정: 2015/06/04 08:5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12세기 몽골은 전쟁과 가난에 시달렸다. 늘 먹을 것이 부족했다. 이런 아귀다툼에 시달리고 있던 몽골인들에게 칭기스칸이 던진 메시지는 간단했다. “고원 밖으로 나가자.” 한 때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 유목민은 이 메시지와 함께 탄생했다.

유목인들에겐 속도와 정보수집이 가장 중요했다. 생존의 밑거름이었기 때문이다.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농경제시대 정착민들과 달리 유목민들은 늘 새로운 곳을 찾아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서두가 좀 길었다. 스마트폰이 생활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면서 뉴스도 12세기 몽골과 비슷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착민의 삶만으론 풍부한 식량(즉 트래픽?)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독자들의 뉴스 구독 행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리뉴얼한 지디넷 코리아 사이트.

■ 독자들은 이제 수시로 뉴스를 본다

무슨 근거로 이런 얘길 하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있을 것같다. 그 물음부터 해소한 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맞을 것 같다. 내가 우기면 “그건 당신 생각”이라고 반문하는 분들이 많을 테니, 일단 자료부터 하나 살펴보자.

미국의 저명한 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 자료다. 지난 10년 동안 일정한 시간에 뉴스를 보는 비율과 수시로 뉴스를 보는 비율을 비교한 그래프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일정한 시간에 뉴스를 봤다. 아침, 점심, 저녁에 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수시로 뉴스를 습득하는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무슨 의미일까? 일정한 시간에 뉴스를 본 사람들은 언론사가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즉 신문)을 구독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패키지 상품을 더 이상 보지 않게 됐다. 포털 같은 플랫폼에서 수시로 뉴스를 보기 시작한 때문이다. 2007년을 기점으로 수시로 뉴스를 보는 비율과 일정한 시간에 보는 비율 간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부분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스마트폰 혁명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뉴스도 이젠 유목인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배경을 바닥에 깔고 있다. 특히 인터넷언론들은 더더욱 유목민의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 고 생각한다.

지디넷코리아가 지난 5월 20일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마침 그날은 창간 15주년 기념일이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기분으로 사이트를 확 바꿨다.

사이트 개편을 준비하면서 크게 두 가지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는 가독성 증대. 또 하나는 달라진 뉴스 소비 행태를 최대한 반영하면서 지디넷 특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

가독성 문제는 오히려 수월했다. 뉴스 읽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정리하면 됐기 때문이다. 눈 앞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매체 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사고하면 해답은 쉽게 나왔다.

문제는 달라진 독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이냐는 부분이었다. 이 때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이 ‘유목민적 소비’란 키워드였다. 이젠 예전처럼 메인 페이지를 통해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 뉴스가 독자들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메인 페이지 못지 않게 기사 뷰페이지에 공을 쏟아야 한다는 것.

■ 옆 문으로 들어오는 독자들을 어떻게 맞이할까

뷰페이지는 일단 해당 기사를 좀 더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우선 고려 사항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대문(메인 페이지) 통해 들어 오는 독자들이 줄고, 직접 뷰 페이지로 들어오는 독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 디자인이 필요했다.

결국 뷰페이지가 메인 페이지 역할을 일정 부분 담당해줄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뷰 페이지 윗 부분에 그날의 주요 기사 열 두개가 롤링되도록 한 것은 그런 고민의 산물이었다. 메인 페이지를 보지 않더라도 지디넷 코리아가 큐레이션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뷰 페이지 맨 윗부분에는 그날의 주요 뉴스 12건이 롤링되면서 표출되도록 했다.

독자들이 관련 정보를 좀 더 풍부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를 위해 우선 관련 기사를 좀 더 잘 보이도록 디자인을 바꿨다. 또 관련 기사 표출 탬플릿을 두 개 준비해 상황에 맞게 적용하도록 했다. 내부적으로 B형으로 명명한 탬플릿은 기사를 읽는 도중에 관련 정보들이 바로 옆부분에 뜰 수 있도록 했다.

SNS와의 결합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링크를 곧바로 기사에 삽입할 수 있도록 CMS를 개선했다.

지난 해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화제가 됐을 당시 ‘묵은 기사 활용 문제’도 이슈로 떠올랐다. 이를 위해선 오래 전 기사를 재활용할 수 있는 탬플릿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브리핑 기능이다.

브리핑은 특정 주제와 관련된 기사를 수평적으로 보면서 해당 기사로 바로 갈 수 있도록 해 주는 탬플릿이다. 앞으로 CMS의 기사 검색을 좀 더 보강할 경우 브리핑 기능을 활용해 기사에 맥락을 덧붙여주는 작업이 좀 더 수월해지게 됐다.

이를 통해 이슈 강화라는 또 다른 리뉴얼 목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바일 페이지 가독성도 대폭 개선

이슈 강화를 위해 신경 쓴 부분은 또 있다. 메인 페이지와 기사 뷰 페이지 상단에 있는 메뉴바가 바로 그것이다. 리뉴얼 전엔 통신, 인터넷, 홈/모바일 등의 전통적인 분류가 상단 메뉴바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산업 분류가 갈수록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업종간 융합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과 방송, 인터넷을 칼로 무 자르듯이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리뉴얼 사이트에선 키워드 분류를 전진 배치했다. 이를테면 어제처럼 윈도10이 관심을 쓸 경우 상단 메뉴바에도 윈도10을 바로 추가할 수 있다. 핀테크나 데이터중심요금제 같은 키워드도 메뉴로 표출할 수 있다.

모바일 페이지도 좀 더 읽기 쉽게 바꿨다. 현란한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읽기 쉽고 보기 쉬운 디자인을 선택했다. 특히 모바일 페이지에서는 광고를 최소화하면서 가독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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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뉴스로 몰려들던 ‘좋았던 시절’은 사실상 끝이 났다. 이젠 독자들이 있는 곳으로 뉴스가 찾아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변화는 거역할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시대 흐름이다. 우리는 리뉴얼 사이트에 그 변화를 담아내려고 했다.

물론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여전히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불편 사항들은 앞으로 두고 두고 수정해 나갈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애정을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독자와 언론사가 더불어 함께 할 때 이 땅의 언론, 특히 IT 저널리즘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