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저널리즘의 급한 일과 중요한 일

데스크 칼럼입력 :2014/12/29 10:50    수정: 2014/12/29 13: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우리는 늘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은 급한 일 쪽으로 먼저 손이 가게 마련이다. 급한 일은 지금 당장 처리해야만 하는 화급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늘 당장 갚아야 할 부채를 처리하는 것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은 정해진 시한 내에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반면 중요한 일은 시간을 다투는 화급한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의미한다. 저축을 한다거나,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들은 중요한 일이다. 당장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덕목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게 마련이다. 급한 일을 외면하는 순간 곧바로 구멍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급한 일에 치여서 중요한 일에 전혀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경우다. 이럴 경우 매일 매일 무난한 삶을 살 순 있겠지만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를 갖긴 힘들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긴 호흡으로 차근 차근 미래를 준비할 여유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 때론 긴 호흡으로 먼 산을 바라보는 여유도 필요

서두가 좀 길었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분주하게 왔다 갔다하는 게 일상 생활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IT 저널리즘 역시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늘 손에 주어진다.

지나친 단순화란 비판을 무릅쓰고 한번 정리해보자. 이를테면 매일 매일 처리해야 하는 기사 같은 것들은 기자들에겐 ‘급한 일’이다. 그 일을 외면하는 순간 곧바로 불호령이 떨어진다.

언론사 전체로 보면 어떤 게 급한 일일까? 매일, 매달 목표 매출을 달성하는 게 가장 급한 일일 것이다. 생존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매체라면 적정한 트래픽을 유지하는 것 역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급한 일이다. 수 많은 매체들이 ‘검색어 기사’나 어뷰징을 하는 건 단기적으로 급한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 나오는 무리수이다.

하지만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급한 일만 하다 보면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5년,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급한 일에 치여서 살 수 밖에 없단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급한 일이 몰려오더라도 때론 일부러 시간을 내서 중요한 일을 붙들고 있을 필요가 있다.

IT 저널리즘 현장에서 중요한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금 당장의 매출원 못지 않게 장기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온라인 매체라면 당장의 트래픽 못지 않게 두고 두고 읽힐 수 있는 ‘에버그린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모바일 환경에 대비한 매체 변신 전략을 수립하는 것 역시 외면할 수 없는 과제일 것이다.

최근 나는 콜롬비아 저널리즘 스쿨이 발표한 '데이터 기반 저널리즘의 예술과 과학(The art and science of data-driven journalism)' 이란 자료를 번역했다. 미국 자료이긴 하지만 현재 언론사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함께 데이터 저널리즘 실험들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담고 있어서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다.

올해 뉴욕타임스의 업샷을 비롯해 복스, 파이브서티에잇 같은 사이트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위기 상황으로 내몰린 언론을 구할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여기서 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자. 나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IT 매체들의 새로운 돌파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믿는다. 지금 당장 두르러진 성과를 내는 건 쉽지 않지만, 한 두 해 뒤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 이 땅에선 먼 얘기처럼 들리는 퀄리티 저널리즘

그래서 새해에는 내 중요한 일 목록 중 첫 자리에 ‘데이터 저널리즘’을 올려놓으려고 한다. 아직은 초보적이고,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언젠가는 꼭 가야할 의미 있는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저널리즘의 예술과 과학' 보고서 저자는 최근 언론계의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퍼스트’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디지털 퍼스트를 한다는 것은 데이터 중심적이면서 모바일 친화적으로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련기사

나 역시 저자와 같은 생각이다. 2015년엔 데이터와 모바일이란 두 개 키워드를 부여잡고 치열한 고민과 성찰을 해 볼 생각이다. 물론 고민에 머물러선 안 된다. 비록 느린 발걸음일 망정 조금씩 실천하면서 성과를 거두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게 '검색어 기사'와 '어뷰징'이란 악화가 판치는 이 땅에서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