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모스버그와 '삼국지' 맹장 조자룡

데스크 칼럼입력 :2015/05/27 10:01    수정: 2016/05/27 08:1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조자룡 헌 창 쓰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때 잘 쓰이는 말이다. 물론 쓸데 없는 규제를 남발할 때도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이 속담의 주인공인 조자룡은 <삼국지>의 대표적인 영웅 중 한 명이다. 일대일 겨루기로만 따지만 유비의 핵심 장수였던 관운장이나 장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하지만 조자룡이 유비에게 안착하기까지의 삶은 신산했다. 처음엔 원소 휘하에 있었고, 이후엔 공손찬에게 의탁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공손찬의 품을 떠나 유비 진영에 합류한 인물이다.

느닷 없이 웬 <삼국지> 얘기냐고 힐난할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의고풍 기사에 비판을 쏟아낼 지도 모르겠다.

복스가 IT 전문 매체 리코드를 인수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월터 모스버그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조자룡에 오버랩됐다.

■ 스티브 잡스가 인정했던 세 명의 기자 중 한 명

월터 모스버그가 누구인가? 2007년 4월 카라 스위셔와 함께 올싱스디지털을 창간했던 월터 모스버그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IT 전문 기자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던 D: All Things Digital 컨퍼런스 무대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함께 불러올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인정했던 세 명의 기자 중 한 명이기도 했다. 2012년 'Rise of Tech Bandits'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IT 저널리즘 지형도를 분석했던 <세이>는 월터 모스버그를 ‘대사제(high priests)’로 빗댄 적 있다.

팀 쿡과 대담 중인 월터 모스버그. [사진=씨넷]

월터 모스버그는 IT 저널리즘계의 스타다. 기자 역시 개인적으로 월터 모스버그를 존경하고, 또 부러워하는 편이다. 계속 글을 쓰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다는 꿈을 꿀 때 늘 떠올리는 게 바로 모스버그다.

굳이 따지자면 모스버그는 IT 저널리즘의 ’영웅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름 값만으로도 수 많은 독자들을 몰고 올 수 있는 사람. 신생 매체인 리코드가 지난 해 초 출범과 동시에 IT 저널리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스버그의 힘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복스의 리코드 합병이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졌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모스버그란 스타 기자의 힘과 한계를 동시에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스버그와 함께 리코드를 이끌었던 카라 스위셔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이런 한계를 잘 보여준다. 카라 스위셔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우리보다는 크다”면서 “더 작은 물고기가 된다는 것이 진짜 어렵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고 말했다.

■ 스타 기자보다 더 강력한 플랫폼의 힘

실제로 방문자 수 면에서 리코드는 복스 계열의 또 다른 IT 매체 더버지에 많이 뒤졌다. 컴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더버지의 월간 방문자 수는 1천200만명인 방면 리코드는 150만 명에 불과했다. 더버지가 무려 8배나 더 많았다.

잘 아는 것처럼 더버지의 모회사이기도 한 복스는 플랫폼 강자로 꼽힌다. 코러스란 콘텐츠 관리시스템(CMS)은 천하의 명물로 통할 정도다. 더버지를 만들었던 조수아 토폴스키란 또 다른 스타 기자가 복스 우산 속으로 뛰어든 것 역시 ‘코러스’ 때문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천하를 호령하던 관운장의 손에 청룡언월도를 안겨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복스의 리코드 인수 소식을 접하면서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건 그 때문이었다. 스타 기자만으로도 쉽지 않은 상황. 이젠 플랫폼과 탬플릿이란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만 진정한 강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 그 상황을 확인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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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글 서두를 조자룡 이야기로 시작했다. 월터 모스버그에게서 여러 곳을 거친 끝에 유비 진영에 안착했던 조자룡의 모습이 오버랩된 탓이다.

1년 6개월 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복스 진영에 합류한 월터 모스버그. 그의 새로운 출발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스타 기자 모스버그가 복스란 거대한 우산 속에서도 변치 않는 내공을 계속 보여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