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쟁사들이 SK브로드밴드에 대한 SK텔레콤의 마케팅비 우회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습니다. 여기에 최근 규제당국이 회계분리를 통한 결합상품 규제 움직임을 빠르게 진척시키고 있었던 것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SK텔레콤이 그동안 SK브로드밴드를 흡수‧합병하기 위해 나름 몸만들기를 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수비용이 늘어납니다. 지금이 최소의 비용으로 100% 자회사 편입을 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SK텔레콤이 전격적으로 SK브로드밴드의 100% 자회사 편입을 선언한 배경을 이같이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SK텔레콤은 20일 오후 자료를 내고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SK브로드밴드의 완전자회사 편입을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상장폐지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SK텔레콤은 당시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이후, 7년동안 경쟁사인 KT나 LG유플러스가 유무선 통합, 방송통신 융합 을 위해 합병을 선택했을 때도 한사코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계획이 없음을 내비쳐왔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왜 이 시기에 전격적으로 합병도 아닌 100% 완전 자회사 카드를 꺼내들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합병 아닌 자회사 편입, 왜?
일단, 업계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 합병이 아닌 100% 자회사 편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용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1주당 4천645원에 주식매수청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신청하는 주주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실제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100% 자회사로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텔레콤이 밝힌 주식매수청구 기준가는 1주당 4천645원이지만 이날 SK브로드밴드의 종가는 5천36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보다 종가가 약 15% 높게 형성됐다. 주식매수청구가보다 SK텔레콤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주식 교환의 요건 완화’, ‘합병, 분할 및 주식 교환 시 자기 주식 교부’ 등 개정된 상법에 따라 손쉽게 SK브로드밴드를 흡수할 수 있는 요건이 갖춰졌다는 것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시가총액 차이가 1:0.059로 벌여져 양사간 합병에서는 개정된 상법 적용이 가능해 자사주 교환을 통해 신주 발행 없이 합병이 가능하다”며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합병과 관련한 주주총회를 열지 않아도 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위험에도 노출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 결합 규제 적지 않은 부담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이른바 합산규제법이 통과되면서 최근 방송통신 시장의 최대 화두는 ‘결합상품 규제’로 모아지고 있다.
합산규제 논의의 시발점이 약탈적 결합상품에 따른 ‘유료방송 시장의 황폐화’였기 때문이다. 최근 케이블TV를 중심으로 한 유료방송업계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합산규제를 위한 첫 걸음으로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방통위는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불공정행위 규제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방송통신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결합상품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결합상품 전담반을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통위는 공정위의 결합상품 할인율과 통신상품의 결합판매 요금적정성 심사를 준용해 방송통신 결합상품 할인율을 규제해 왔지만, 회계분리 등 보다 강력한 규제를 예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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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경쟁사들이 SK텔레콤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력을 IPTV, 초고속인터넷 등의 서비스로 전이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압박하면서 큰 부담이 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통신서비스를 재판매하면서 경쟁사들과 달리 유선상품의 점유율이 크게 증가해 지배력 전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다”며 “여기에 IPTV와 같은 방송통신 결합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 대응을 위해서도 100% 자회사 편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