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졌다.
9일(현지 시각) 애플 행사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렇다고 애플 워치에 감탄하는 것 같진 않다. 애플이 새롭게 내놓은 12인치 맥북 에어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회’에는 눈길을 주지 않고 곁반찬(쯔끼다시)에 열광하는 격이다.
■ '본반찬' 보다 더 눈길 끈 '곁반찬' 맥북
일단 애플이 내놓은 ‘곁반찬’이 어떤 맛을 갖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애플은 그 동안 사용해왔던 ‘에어’란 단어를 떼 버렸다. 이젠 그냥 맥북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2008년 첫 등장한 맥북 에어를 연상케한다.
일단 이번 제품은 두께와 무게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이다. 두께는 13.1mm로 기존 맥북에어 11인치(17.3mm)보다 24% 얇아졌다. 무게 역시 0.9kg로 한 손으로 들고 다니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이번에 공개한 맥북은 가장 얇은 모델이었던 맥북에어 11인치(17.3㎜)보다 24% 얇은 13.1㎜다. 무게는 0.9kg(2파운드)로 맥북 모델 중 가장 가볍다.
여기에다 키캡의 안정성을 향상시킨 '버터플라이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또 전원부터 HDMI, USB 3.0 등 모든 연결표준을 제공하는 USB-C 포트, 팬을 없앤 무소음 디자인, 겹겹이 쌓은 배터리, 새롭게 고안한 트랙패드, 전작 대비 얇아진 두께와 무게 등 예상보다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 배터리 용량 35% 향상
배터리도 크게 달라졌다. 일단 용량이 35% 향상돼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9시간까지 쓸 수 있다. 아이튠스나 동영상을 재생할 경우엔 10시간 가량 가동할 수 있다.
그 동안 실버 일색이던 색상도 다양해졌다. 골드, 스페이스 그레이 모델을 추가하면서 고급스런 느낌을 더 강조했다. 애플 입장에선 2012년 맥북 프로 레티나 버전 이후 처음으로 맥북 디자인을 확 바꿨다.
당연히 한 가지 질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애플은 왜 맥북 디자인을 확 바꿨을까”란 질문.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맥북 에어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IT 전문 매체인 매셔블이 잘 정리해줬다.
애플이 처음 맥북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2006년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던 맥북 첫 모델은 그 때까지 애플 노트북 브랜드였던 아이북을 대체하면서 빠르게 보급됐다.
애플은 2011년 학생을 비롯한 초기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끌던 플라스틱 맥북을 단종시켰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13인치 맥북 프로였다. 하지만 2012년부터 맥북 에어가 초기 사용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반면 파워 유저들은 맥북 프로 레티나 버전을 주로 사용했다.
이 지점에서 애플의 고민이 시작됐다. 많은 이용자들은 맥북 에어의 휴대성과 맥북 프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구현한 제품을 원했던 것. 따라서 이번에 애플이 선보인 맥북은 맥북 에어 새 버전인 셈이고, 맥북 에어는 구형 맥북이나 마찬가지라고 매셔블이 평가했다.
서류 봉투에도 넣을 수 있던 맥북 에어는 그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용자들의 요구 사항은 갈수록 높아졌다. 특히 배터리 수명을 좀 더 늘리면서 휴대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요구사항이었다. 여기에 휴대성과 배터리 수명 면에서 한 수 앞선 태블릿이 인기를 끌면서 노트북 기능을 일부 대체한 것도 고민거리였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많은 노트북PC업체들은 ‘하이브리드 기능’을 들고 나왔다. 태블릿 특유의 터치 기능을 탑재한 노트북이 속속 등장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 태블릿 같은 노트북 대신 '태블릿처럼 가벼운' 노트북 강조
하지만 애플은 다른 접근 방법을 택했다. 어설픈 터치스크린 대신 태블릿의 무게와 배터리 성능 쪽을 공략하기로 한 것. 매셔블은 “애플은 노트북처럼 무거운 태블릿 하이브리드 제품 대신 태블릿처럼 가벼운 노트북을 만들기로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이번에 맥북 무게를 0.9kg까지 줄인 것은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 이제 맥북은 아이패드 에어2의 두 배 남짓한 수준까지 가벼워졌다. 맥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을 감안하면 태블릿의 ‘카니벌라이제이션’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란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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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새 맥북에 코어M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팬을 없애버린 것은 배터리 수명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덕분에 새 맥북은 9~1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쯤 되면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 못지 않은 수준이다.
결국 이번 맥북에는 휴대성과 향상된 배터리 수명이 노트북 컴퓨팅의 미래라는 애플의 전략적 판단이 잘 담겨져 있다는 것이 매셔블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