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을 연상시키는 은색 곡선에 ‘다음은 무엇?(WHAT'S NEXT)’이라는 카피만이 들어간 검은 바탕의 사진 한 장. 오른쪽 귀퉁이에 곧 펼쳐질 것 같은 상자를 형상화한 로고와 함께 ‘삼성 갤럭시 언팩 2015’라는 글자가 이 사진의 정체를 말해준다.
삼성전자가 내달 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언팩 행사를 한 달 앞두고 주요 미디어와 고객사에 보낸 초청장이다. 삼성전자는 연이어 신제품의 카메라 성능, 배터리 수명, 메탈 소재 디자인을 강조하는 티저(예고광고) 동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하면서 바람몰이에 나섰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할 신제품과 깜짝 발표에 대한 기대감도 최고조다.
‘삼성 모바일 언팩’은 삼성전자가 지난 2009년 제트(Jet)를 내놓으면서 시작한 신제품 발표 행사 명칭이다. ‘가방 등에서 물건을 꺼내다’는 뜻의 이 용어는 그동안 숨겨온 모바일 신제품을 꺼내놓는다는 의미로 이제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이날 발표되는 제품만큼이나 행사 자체로도 주목도가 커졌다. 열 두번의 언팩을 거치는 동안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 1위로 부상했고 언팩 행사는 제조사들의 신제품 행사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갤럭시노트4’ 공개까지 삼성전자는 매년 1~3회씩 총 12번의 언팩 행사를 열었다. 자체 운영체제(OS) ‘바다(Bada)’를 탑재한 ‘웨이브’ 폰을 비롯해 5개의 갤럭시S 시리즈와 4개의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 대표 제품들이 모두 언팩을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행사를 앞두고 SNS 등을 통해 신제품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티저 광고도 언팩과 함께 하나의 마케팅 패키지로 활용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재편한 뒤에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열리는 2~3월경 갤럭시S 신제품을,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기간 중인 9월 갤럭시노트 신제품을 발표하는 패턴이 굳어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신제품 공개가 전시회 자체보다 더 화제가 되기도 하는 까닭에 경쟁사들이 공공연히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12번의 언팩 행사 되짚어보니…
첫 번째 언팩은 지난 2009년 6월 제트폰을 소개하기 위해 열린 행사로 삼성전자는 휴대폰 제품 최초로 베이징, 싱가포르, 두바이, 런던 등 4곳에서 동시에 언팩을 진행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소개하면서 사회자 눈 앞에 띄운 입체 홀로그램을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0년 2월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독자 운영체제인 바다 OS를 적용한 웨이브폰을 공개하기 위해 열린 두 번째 언팩에서는 4개 벽면에 길이 33m, 높이 8m의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마치 사방에서 바닷물이 넘치는 듯한 효과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 스마트폰 브랜드인 ‘갤럭시’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행사 규모가 커졌다. 2010년 북미 최대 통신전시회인 CTIA 기간 중 열린 언팩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재연극을 통해 갤럭시S가 실제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전달했다. 2011년 2월 열린 갤럭시S2 언팩 행사는 30개국 89개 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는데 전세계 60만명이 이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5월 갤럭시S3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는 MWC나 IFA, CTIA 등 전자박람회와 함께 열던 언팩 행사를 영국 런던에서 독자적으로 열었다. 대규모 행사와 함께 전략제품을 공개하면서 흩어지는 관심을 우려해서다. 행사를 위해 삼성전자는 길이 50m, 높이 12.5m의 초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54개국 115개 채널에 생중계했다.
이듬해에도 MWC에서 신제품 갤럭시S4를 공개하는 대신 뉴욕 맨하탄에 있는 라디오시티에서 언팩 행사를 열었다. 특히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뉴욕 애플스토어와 인접한 곳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행사에는 삼성 언팩 사상 최대 규모인 3천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삼성 언팩 2014 에피소드1’은 갤럭시S2 이후 3년 만에 MWC 복귀로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행사에는 갤럭시S5와 함께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핏 등 웨어러블 기기 3종이 함께 공개됐다.
올해 역시 삼성전자는 MWC 2015 개막 직전인 내달 1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15’를 개최하고 갤럭시S6를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는 ‘삼성 언팩 에피소드’로 시작되던 행사 명칭은 ‘삼성 갤럭시 언팩 2015’로 바꿨다. 올해 초 인도에서 첫 타이젠 OS 탑재 스마트폰인 ‘삼성 Z1’을 출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향후 타이젠 등 멀티플랫폼 전략을 염두에 뒀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6시30분에 시작하는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S6와 함께 듀얼 엣지 스크린이 적용된 ‘갤럭시S6 엣지’, 코드명 ‘오르비스’로 알려진 원형 스마트워치를 함께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티저로 기대 'UP', 박수갈채에 깜짝 손님도
매년 언팩 행사에는 수 천명의 각국 취재진들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진다. 신종균 사장이 주머니에서 신제품을 꺼내거나 신기능에 대한 소개를 할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한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되는 언팩 행사가 끝난 뒤에는 현장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서 제품을 직접 써보기 위한 경쟁이 벌어진다. 지난해에는 언팩에 참석하기 위한 사람들로 바르셀로나 시내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행사 진행 형식도 다양하다. 처음 갤럭시S를 소개할 때 삼성전자는 행사장에 연극 무대를 설치해 실제 모바일 사용환경을 재연했다. 재작년 3월 뉴욕 라디오시티에서 열린 갤럭시S4 공개 행사는 뮤지컬 형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언팩 행사 시작 전 바르셀로나 챔버 오케스트라가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시그널 송과 갤럭시 시리즈의 기본 벨소리인 ‘오버 더 호라이즌(Over the horizon)’을 연주하기도 했다.
행사 중간 깜짝 손님들도 종종 등장한다. 지난해 갤럭시노트4 발표 당시에는 옌스 헤닝 코크 몽블랑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존 카맥 오큘러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등장해 몽블랑 브랜드의 S펜과 갤럭시노트4 전용 스마트폰 가죽 덮개를 소개했다. 2012년에는 갤럭시노트2를 소개하면서 영화감독 빔 벤더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언팩 행사 연사로는 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IM(IT·모바일) 사업부문 사장이 나선다. 첫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공개한 지난 2011년 하반기 언팩 행사와 지난해 가을 갤럭시노트4 발표 때는 현재는 삼성을 떠난 이돈주 당시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 실장이 프레젠테이션을 맡기도 했다.
언팩에 앞서 나오는 티저 광고들도 늘 화제를 불러모은다. 삼성전자는 늘 언팩에 앞서 티저 형식의 초청장을 배포하면서 제품의 특징을 직관적으로 암시해왔다. 이 초청장들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티저 속에 숨은 의미가 늘 관심의 대상이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언팩을 앞두고는 초대장에 포함된 은색 선으로 금속 소재를 적용한 갤럭시S6를 강조했다. 또 한 번 꺾인 곡선을 통해 갤럭시S 시리즈에도 커브드 스크린을 적용한 엣지 모델이 함께 공개될 것임을 암시했다. 특히 ‘WHAT'S NEXT’라는 문구를 통해 갤럭시S6가 과거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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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베이징, 뉴욕에서 동시에 열린 '삼성 언팩 2014 에피소드2' 행사에 앞서 배포된 초대장에는 ‘READY? NOTE THE DATE!’라는 문구와 함께 S펜을 사용할 때 나타나는 ‘에어커맨드’ 이미지를 담아 갤럭시노트4의 노트 기능 강화를 암시했다.
지난해 2월 열린 ‘모바일 언팩 2014 에피소드1’를 앞두고는 초청장 가운데 ‘언팩(UNPACKED)’이라는 글씨와 함께 오른쪽 상단에 작은 숫자 5를 함께 표시해 공개할 제품이 갤럭시S5 임을 암시했다. 또 초청장의 배경 질감으로 갤럭시S5의 후면 재질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