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파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LG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이날 LG전자가 조성진 사장 명의의 성명과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당사자의 명예 회복과 향후 진행될 재판 과정에서 여론 형성을 통한 전사적 대응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에 쉽게 밀리지 않겠다는 뜻도 숨어 있는 듯 보인다.
16일 LG전자는 조성진 사장 명의의 성명과 함께 당시 현장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해당 영상은 LG전자가 삼성 세탁기 파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조성진 사장의 행동에 고의성이 없었음을 주장하기 위해 검찰에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미 검찰에 설명했던 내용을 일반 대중에 전격 공개한 배경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LG전자 측은 이날 발표 성명이 조성진 사장 본인의 의지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불구속 기소와 관련한 언론 보도와 대중의 반응을 본 뒤 월요일 아침에 전격 결정했다는 것이다.
성명에서 조 사장은 “(사건이 발생한) 독일 가전제품 판매점에는 저와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들은 물론 수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있었고 바로 옆에서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며 “만일 제가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면 무엇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영상과 성명을 통해 조 사장은 자신이 세탁기 도어를 힘주어 누른 것이 결코 고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밀레 등 다른 제조사나 주요 홈쇼핑 진행자들도 이 같은 실험을 한다는 것. 자신 또한 현장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이 같은 실험을 과거에도 일반적으로 진행해왔는데, 이를 파손의 의도를 가진 행위로 판단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영상과 성명을 통해 조성진 사장은 자신이 “지난 40년간 세탁기 개발에 힘써 온 제 개인의 명예는 물론 제가 속해있는 회사의 명예를 위해서 현장 CCTV를 분석한 동영상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졸 학력 출신의 현장 엔지니어로서 그 동안 쌓아 온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아울러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기존 HE사업부와 AE사업부를 통합해 생활·계절가전 전체를 총괄하는 H&A사업부를 맡기며 힘을 실어 준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와 그룹 수뇌부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도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에서 조 사장은 “기업의 신용은 한번 타격을 입으면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검찰에 제출했던 동영상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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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이날 현장 CCTV 영상을 전격 공개한 이유에 대해 향후 재판 과정에 앞서 이번 '세탁기 파손'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여 '여론전'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억울하고 조 사장이 상식에 부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업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확대된 이번 사안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회사에 미치는 이미지 역시 치명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사장이 기소된 상황에서 LG전자는 강수를 두는 것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