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는 윈도10을 내놓으면서 대외적으로 별도의 버전을 말하지 않는다. 휴대폰이든, 데스크톱이든, 웨어러블이든 디바이스 형태에 상관없이 모두 OS에 ’윈도10’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윈도10은 디바이스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NT커널과 런타임 라이브러리로 이뤄진 코어는 ‘원코어(OneCore)’로 동일하지만 디바이스 형태별로 API 구성요소를 최적화한다.
MS는 그동안 디바이스 유형별로 윈도 OS의 명칭을 달리 해왔다. PC에 윈도, 휴대폰에 윈도폰, ARM 태블릿은 윈도RT, 임베디드 제품에 윈도 인더스트리 같은 형태로 이름을 달리 붙였다. 각 OS의 명칭은 재고관리단위(SKU)와 일치했다. 윈도의 여러 SKU는 비공식적으로 ‘버전’이라 불린다.
윈도10부터 SKU(이하 버전이라 통칭)와 명칭은 달라진다. 사용자가 보기엔 모두 똑같은 윈도10이지만, MS는 디바이스별로 윈도10의 버전을 관리한다는 얘기다.
지난달 21일 미디어 행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테리 마이어슨, 조 벨피오레, 알렉스 킵맨 등 MS 임직원들은 여러 형태의 윈도 디바이스를 시연하면서 시종일관 윈도10이란 브랜드만 사용했다. ’윈도10 모바일’이나 ‘윈도10 임베디드’, ‘윈도10 데스크톱’ 같은 단어는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 지디넷은 윈도10의 버전이 어떻게 나뉘는지 정리했다. 본 기사에서 언급되는 윈도10의 버전명은 편의상 불리는 것으로 비공식 명칭이다.
■윈도10 버전 구분법
현재 공개돼 있는 윈도10 테크프리뷰는 데스크톱 버전이다. 윈도10 데스크톱 버전이라 부를 수 있다. 윈도10 데스크톱은 인텔 칩 기반 PC나 노트북, 하이브리드형 태블릿 기기서 구동된다.
이달 중엔 ARM 칩 기반의 휴대폰이나 ARM/인텔 기반 소형 태블릿 등에서 사용가능한 버전이 프리뷰 형태로 공개된다. 이는 ’윈도10 모바일’로 구분된다. 윈도10 모바일을 사용한다는 기준은 8인치 이하 디스플레이를 가진 기기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84인치 대형 디바이스인 ‘서피스 허브’도 윈도10을 OS로 한다. 서피스 허브에 사용된 윈도의 버전은 ‘윈도10 커스텀’으로 구분된다. 가상현실(VR) 기기인 ‘홀로렌즈’도 윈도10 커스텀 버전을 사용한다.
임베디드 제품을 위한 윈도는 ’윈도10 인더스트리’와 ‘윈도10 컴팩트(코드명 윈도10 아테네, Athens)’ 버전으로 구분된다. 인텔이냐 ARM이냐 기반 칩을 구분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윈도10은 윈도10 데스크톱, 윈도10 모바일, 윈도10 인더스트리, 윈도10 아테네, 윈도10 커스텀 등으로 버전을 구분할 수 있다. 각 버전의 차이점은 애플리케이션 구동 환경과 디바이스 하드웨어 사양에 있다. MS는 OEM 제조사에게 윈도10 버전별로 적합한 사양과 환경을 가이드한다.
윈도10 데스크톱 버전은 윈도7이나 윈도8의 데스크톱 시작화면을 기본으로 한다. 시작메뉴버튼이 화면왼쪽하단에 자리한다. 모던UI 앱이 데스크톱 시작화면에서 작동된다. 기존의 데스크톱앱인 ‘Win32’ 기반 앱을 당연히 사용할 수 있다. 어떤 앱이든 실행창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 윈도8은 Win32 앱과 모던UI 앱의 구동 환경이 달랐다. 또 윈도8에서 스타일UI 앱은 무조건 전체화면으로 실행됐었다.
윈도10 모바일 버전은 데스크톱 시작화면을 쓸 수 없다. 이전에 나온 윈도RT와 유사하게 Win32 기반 앱을 사용할 수 없고, 모던UI 앱과 유니버셜 앱만 구동된다. 모든 앱은 사이드로딩 설치를 할 수 없고, 윈도스토어로 다운로드 받아야 설치할 수 있다. 앱 실행창의 크기를 조절할 수 없고, 창크기가 전체화면으로 고정된다.
윈도10 모바일의 사용은 디바이스 사양에 달렸다. 데스크톱 버전에 비해 적은 메모리와 디스크 용량을 가진 하드웨어에서 쓰이게 된다. 이론적으론 디바이스 스크린 크기에 상관없이 쓰일 수 있다.
윈도10 데스크톱 버전은 좀 더 일반적 목적으로 쓰이며 기존 윈도의 특성을 유지한다. 일단 인텔 칩만 지원한다. 기술적으로 스크린 크기는 상관없다. 조 벨피오레 부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7인치대 인텔 칩 기반 태블릿에도 윈도10 데스크톱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만드는 PC 제조사가 사용자의 수요를 고려해 윈도10 데스크톱이나 윈도10 모바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PC업체는 사용자가 태블릿에서 Win32 데스크톱 앱을 쓰지 않을 거라 판단하면 윈도10 모바일을 택하면 된다. 만약 작은 크기의 태블릿에서도 데스크톱 앱을 쓰려는 사용자가 많을 거라 여겨지면 윈도10 데스크톱 버전을 쓰면 된다. 다소 모호해보이는 버전 구분법이다. 윈도RT와 윈도폰을 한창 개발할 때와 시장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텔은 작년부터 ARM 칩에 대항하기 위한 x86 아키텍처 기반의 모바일 칩셋을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윈도PC에서 사용하던 앱을 모바일 기기서도 손쉽게 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이에 따라 칩셋에 대한 PC업체의 선택지가 늘어났다.
이 지점에 윈도10과 관련해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다. ARM 기반 서피스 태블릿의 신제품이 계속 나올 것인지, 서피스RT와 서피스2에서 쓸 수 있다는 윈도10의 일부 기능이 무엇인지, 윈도10 모바일 기반 휴대폰과 태블릿에서 외부 모니터 연결, 도킹 시스템, 마우스, 키보드 등을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이다.
현재로선 ARM 기반 서피스 신제품 출시에 대한 소식은 없다. MS 내부에서 계획 자체를 세우고 있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인텔 칩이 ARM과 성능 및 전력소모에서 경쟁할 수준이고, Win32 앱과 모던UI 앱, 유니버셜 앱 모두를 지원한다는 장점을 갖게 됐다. 미국 지디넷의 매리 조 폴리 기자는 ARM 기반 서피스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MS에 따르면, 서피스RT와 서피스2는 윈도10 업데이트 대상에서 제외된다. 다만, 업데이트를 통해 윈도10의 일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윈도10의 어떤 기능이 서피스2와 서피스RT에서 쓸 수 있는지 공개된 건 없다. 때문에 터치 인터페이스에 초점을 맞춘 유니버셜 앱 기반의 차세대 MS 오피스 스위트 사용 가능 여부도 불확실하다.
현재 윈도폰은 블루투스 HID 키보드 프로토콜을 지원하지 않는다. 외부 액세서리 사용에 제품 태생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 현재 윈도10 모바일 버전의 액세서리 활용성에 대한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윈도는 버전과 별도로 에디션이란 구분법도 갖는다. ‘홈, 프로, 엔터프라이즈’ 같은 단어가 에디션이다. 에디션에 따라 윈도의 가격이 달라진다. 윈도10의 에디션 관련 정보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는 윈도10의 정식 출시시점인 오는 가을까지 공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년간의 무상 업그레이드 프로모션 이후 얼마에 윈도10을 판매할 것인지 여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IoT용 윈도10 버전은?
MS는 모든 환경에 대응하는 윈도10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사물인터넷(IoT)에도 윈도10을 기반 플랫폼으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IoT 기기를 임베디드SW란 관점으로 보면, 현 윈도8.1의 경우 윈도임베디드 제품군이 해당된다. 이는 윈도임베디드8.1 인더스트리프로, 윈도임베디드8.1 프로, 윈도임베디드8 스탠더드 등의 에디션으로 구분되며, 윈도임베디드8 핸드헬드, 윈도임베디드 콤팩트, 윈도임베디드 오토모티브 등의 버전이 있다.
MS는 윈도10의 경우 임베디드란 단어를 쓰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S 테크에드유럽 2014’ 컨퍼런스 세션에서 IoT용 윈도10 버전이 대략적으로 소개됐다.
앞서 정리한 버전 구분법에 따라 ’윈도10 인더스트리’와 ‘윈도10 모바일’ , ‘윈도10 아테네’ 등이 IoT 기기에 쓰이는 버전으로 언급된다.
‘윈도10 인더스트리’는 ATM, 키오스크, POS 등의 단말기를 위한 윈도10 버전이다. 윈도10 모바일은 윈도폰과 저사양 태블릿을 위한 버전으로 MS가 휴대폰과 태블릿도 IoT 디바이스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윈도10 아테네는 ‘윈도10 컴팩트(Compact)’라고도 불린다. IoT 게이트웨이, 프린터, 진단 실험장비 같은 디바이스를 위한 버전이다. 윈도10 아테네 역시 ARM과 x86을 모두 지원하면서 자원활용이 제약된 기기에 사용된다.
윈도10 아테네는 윈도10의 범용 코어에 기반하면서 유니버셜앱 모델을 지원한다. 유니버셜 앱은 개발자가 다른 디바이스용도로 만든 앱을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작성코드의 다수를 재활용하게 해주는 것이다. 윈도10 아테네는 저사양 기기에 쓰이지만 유니버셜 앱을 구동할 수 있다.
테크에드에서 MS는 IoT용 윈도10 버전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마지막에 닷넷 마이크로프레임워크를 집어넣었다. 닷넷 마이크로프레임워크는 저사양 x86 디바이스만 지원하고 있다. 센서 디바이스, 차량, 컨퍼런스룸 장비, 밴드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쓰이게 된다.
스티브 텍세리아 MS 윈도 IoT팀 프로그램매니지먼트 디렉터는 “닷넷 마이크로프레임워크는 서브PE(Preinstallation Environment)급 기기를 겨냥한다”며 “완전한 os를 구동할 수 없지만, 서비스를 뒷받침하는 디바이스로서 폰이나 태블릿과 앱을 통해 상호작용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새로 출시된 라즈베리파이2 모델B는 ARMv7 프로세서로 칩을 업그레이드 했고, 닷넷 마이크로프레임워크 새 버전을 지원하게 된다.
라즈베리파이2 모델B는 또한 OS로 윈도10를 쓸 수 있는 것으로 발표됐는데, MS의 윈도10 버전 구분법에 따르면 윈도10 아테네를 쓰게 될 전망이다. 홀로렌즈 디바이스나 서피스 허브에 들어간 윈도10 커스텀 버전을 사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지난해 4월 MS 연례 개발자행사인 빌드2014 컨퍼런스에서 MS의 IoT용 윈도에 대한 시연이 있었다. 기조연설에서 테리 마이어슨 부사장은 인텔의 IoT 전용메인보드인 갈릴레오 보드에 윈도를 설치해 앱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2일 IoT용 윈도10의 개발키트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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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트허브에 공개돼 있는 ‘IoT용 윈도 디벨로퍼 프로그램’의 SDK를 사용하면 된다. 그러나 기트허브의 코드가 윈도10 아테네 인지 언급되지 않았다. 개발자가 자신만의 IoT를 위한 윈도10 커스텀 버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측면이 강하다.
MS IoT팀은 오는 수개월 안에 IoT용 윈도10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4월말에 열릴 ‘빌드2015’ 컨퍼런스에서 이뤄질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