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으로 거론되던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야당이 정식 발의키로 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시장 전반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인 이통사를 비롯해 단말기제조사, 유통점 등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일반 소비자들도 다양한 반응들을 분출하며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통신비 인하 방안중의 하나로 거론되던 완전자급제가 공론화되면서, 이제 최대 관심사는 입법 실현 가능성에 맞춰지고 있다.
내달 법안이 정식 발의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법안을 처리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당장, 완전자급제가 박근혜 정부가 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제시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여당과의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완전자급제가 사업자간 경쟁을 침해하고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상당히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법안논의 과정에서 큰 논란을 살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안 자체의 심각성을 고려해,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내달중에 정식 발의하겠다는 입장인데, 법안마련을 위한 논의과정부터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향후 입법 논의 과정은?
전 의원이 26일 당내 경쟁촉진3법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완전자급제는 기존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안 형태다.
일단 완전자급제는 부칙 2조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때문에 단통법과 연계한 국회 논의가 선결 조건이다.
현재 법안이 발의된 상태는 아니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 때와 같이 입법예고의 틀을 빌려 의견수렴 절차에 돌입한 수준이다.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내용의 파장이 적지 않은 만큼 최대한 관련 업계 의견을 모으기 위한 것”이라며 “이르면 2월 초에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안이 발의된 이후 자급제 논의는 국회 관련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의 몫이 된다.
당장 이 법 한건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미 발의된 관련 법안이 함께 논의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단통법 개정안 4건과 함께 병합 또는 대안폐기가 전제돼야 한다.
국회 미방위 한 관계자는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 두 건과 함께 통신정책 전반을 모두 같이 다뤄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여야 의원 사이에 형성됐다”며 “2월 초에 정식 발의된다면 단통법 개정안과 함께 완전자급제도 같이 다루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완전자급제 돼야 요금인하?
문제는 완전자급제가 이상적인 제도라고는 할 수 있지만, 현 국내 시장 상황에서, 이를 반영하기는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단말기 유통과 통신 서비스 가입이 묶여 있기 때문에 양쪽의 마케팅 비용이 결합돼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조사와 이통사의 결탁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익성은 올리면서 그 부담을 소비자들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안을 대표 발의키로 한 전 의원마저도 법안 처리에 조심스런 입장이다. 무엇보다 유통망 체질 개선에 뒤따르는 마찰음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25년간 고착화된 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특히 소매점, 영세 자영업자들의 충격, 거기서 나타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이 때문에 입법예고를 통해 토론과 논의를 거쳐 완만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상적인 제도, 현실 반영 어렵다”
전 의원의 발언처럼 완전자급제는 현재 유통망의 구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당장,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반응이 냉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급제를 도입하면 유통점의 경쟁보다는 자본 규모가 큰 유통점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법 초안에 대형유통망에 대한 견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가전 양판점은 차치하더라도 개인 사업자로 이뤄진 이통사 대리점까지 단말 유통에 빠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폰 유통 구조는 제조사에 단말 채권을 주고 물건을 받는 형식인데, 개별적으로 각 판매점이 개별적으로 현재 이통사 규모로 안정적인 물량 수급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발의 전 단계에서 입장을 말하기는 어렵고, 예상은 더욱 어렵지만, 단통법 시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시장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완전자급제는 점진적으로 접근할 내용이지, 법안으로 어느 한 순간에 실행할 대상이 아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 이통사를 거치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에 오히려 단말기 경쟁이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며 “제조사가 유통 시장에 단말기를 직접 내놓게 되면 이통업계의 5:3:2 구조보다 더 심한 시장고착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국내 3위 제조사인 팬택마저 기사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국내 제조사, 특히 삼성전자 단말기 중심으로 시장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완전자급제를 도입한 뒤 단말기 가격이 더욱 오른 선례도 있다.
■ 이통 대리점 해체? 대안이 없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작년 완전자급제 논의가 나왔을 때보다 영세한 유통망을 고려한 흔적이 보이지만 여전히 불투명한 전망만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며 기존 대리점의 역할이 사라질 것을 경계했다.
현재 이통사 대리점은 통신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직영점 외에 대부분이 단말 유통에 따른 수익 기반이다. 판매점들이 판매 수수료를 통한 수익을 올린다면 대리점들은 제조사나 이통사가 직접 할 수 없는 중간 유통을 맡아왔다.
하지만, 법안 내용에 따라 이통 대리점이 서비스 가입과 요금제 변경 등의 민원 업무만을 처리하면서 이통사에 대리 수수료만 받는 사업구조로 즉시 전환해야 한다. 사실상 시장 퇴출이란 철퇴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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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처럼 복잡한 유통망을 간소화 하는 것이 시장에서는 실제 시장 수요가 필요로 하는 유통점 수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단통법이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많지만 자급제를 전제한 단계적인 제도로 봐야 한다”면서 “소비자를 위한 시장 구조개선에 완전자급제가 도움이 될지, 아니면 오히려 소비자 혜택을 축소시키는 역효과로 작용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