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벤처투자자 "개발자 이민 확대하라"

일반입력 :2014/12/30 16:10    수정: 2014/12/30 16:14

“미국 IT회사는 연방정부에게 이민을 더 쉽게 해줄 것을 청원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충분한 개발자를 채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민반대론자는 이민자가 미국인 개발자의 일자리를 빼앗으므로, 더 많은 미국인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쳐야 한다고 역공을 편다. 누가 옳은 것일까?”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Y콤비네이터 공동창업자이자 스타트업 생태계 대표적인 오피니언 리더로 통하는 폴 그레이엄은 최근 이같은 질문으로 시작하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전반적인 내용은 미국 외 지역에 있는 우수 개발자를 데려와야한다는 주장이다. 작년말부터 현재까지 뜨거운 감자였던 이민법 개정안에 대한 IT업계 종사자로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앞선 자신의 질문에 스스로 ‘IT회사가 옳다’고 답한다. 이민반대론자는 경쟁력있는 프로그래머와 예외적인 한명 사이에 거대한 능력 편차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경쟁력 있는 사람을 훈련시킬 수 있어도, 특출난 사람을 훈련시킬 수는 없다”며 “특출난 개발자는 재능을 가졌으며, 단순히 훈련되는 제품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낀다”고 강조했다.

주석에서 그는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보통 사람보다 얼마나 더 나은가란 질문을 던진 뒤, “차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적었다. 훌륭한 개발자는 같은 일을 더 빠르게 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인 프로그래머가 결코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투자도 유한한 시장 가치를 갖기 때문에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훨씬 더 가치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그러나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일반 프로그래머의 급료보다 100배 혹은 1천배의 가치에 투자하는 경우를 상상하는 건 쉽다”고 적었다.

이어진 본문에서, 그는 미국이 전세계 인구의 5% 미만이고, 만약 훌륭한 프로그래머를 만드는 능력이 세계에 분포돼 있다면, 나머지 95%는 미국 밖에서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민반대론자는 모든 기살회사들의 이민정책 완화에 대한 노력이 변명이라고 주장한다. 기술회사의 속셈은 인건비 절감이란 것이다.

그는 “그러나 스타트업과 대화하면 특정 규모이상의 모든 회사가 프로그래머를 채용할 때 법률적 왜곡에 부딪힌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그들은 외국인 개발자 채용 시 미국인에게 주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급료로 채용하려하는데, 그에 더한 부가적 부담까지 지게 된다. 왜 그들이 같은 급료로 프로그래머를 얻기 위해 추가적인 문제까지 않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단 하나의 설명은 그들이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주변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부가적 부담이란 미국 취업비자인 H1-B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가리키는 듯하다. 우수한 외국인 개발자를 채용할 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대형 IT회사는 비자발급을 위한 비용을 대신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영세한 스타트업이 비자발급 같은 부수적 비용까지 부담하기 힘들다.

이에 미국 내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개발자들을 모아 원하는 기술회사에 임대하는 컨설팅 회사도 있을 정도다. 당연히 이에 대한 단속이 있다. 이 개발자들은 취업비자를 갖고 있지만 인건비가 싸고 수준이 평준화돼 있는 사람들이다.

이민반대론자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이 이같은 사람들을 고용하려는 동기를 갖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낮은 인건비의 평범한 프로그래머는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회사를 파괴할 것이라고 폴 그레이엄은 반박했다.

그는 “70여명의 프로그래머를 채용한 스타트업의 CEO에게 만약 훌륭한 프로그래머를 원하는 만큼 모두 채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채용할 것이냐고 물었다”며 “그는 ‘내일 아침 30명을 고용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은 매일 채용 전쟁을 벌이고 있다. 훌륭한 재능을 가진 개발자는 부족하고, 개발자의 연봉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그는 “더 많은 미국인을 프로그래머로 훈련시키는 것은 훌륭하지만, 95대5 비율을 떨어뜨릴 정도로 훈련시키기엔 부족하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프로그래머가 훈련되며, 아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어느 면에서 탁월한 사람이 미국 밖에서 더 많이 태어난다는 게 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인구의 몇 %만 가진 하나의 국가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서 특정 영역에서 예외자가 될 것”이라며 “만약 더 많은 훌륭한 프로그래머를 미국에서 키워낸다면 좋겠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다면 이민이란 선택지를 개방함으로써 더 많은 세계의 훌륭한 프로그래머를 미국으로 데려와 이득을 취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적었다.

그는 글의 마지막을 엄중한 경고로 꾸몄다. 만약 미국이 개발자 이민을 완화하지 않으면 미국의 IT업계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그는 “훌륭한 사람은 훌륭한 동료를 좋아하는데, 이는 최고의 프로그래머가 몇곳의 허브에 몰릴 수 있다는 의미”라며 “미국이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훌륭한 프로그래머가 모이는 허브로 자리잡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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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폴 그레이엄의 글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읽힌다. 세계 각지의 우수한 개발자를 미국으로 빨아들여야 한다는 실리콘밸리 저명인사의 발언이므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길 바라는 국내 개발자에게 미국행이란 희망적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그와 별개로 그의 발언 중 ‘특출난 개발자는 훈련으로 키울 수 없다’는 표현이 주목할 만하다. 매번 어떤 기술 분야가 각광받으면 10만 양병설을 끄집어 내는 한국 정부의 사고방식과 대비되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