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IT黃沙의 원천…공유+개인주의

기자수첩입력 :2014/12/15 10:52    수정: 2014/12/17 11:20

이재운 기자

중국 IT·전자업체들이 짧은 시간에 급부상하는 걸 지켜보면서 늘 그 배경이 궁금했다. 과거 한국 업체들의 발전 방식을 따라 하는 것 같지만 그와 다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탄탄한 내수 시장 덕이라고 일부러 낮게 평가해 끝날 일만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한국 기업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한 것일까.

중국 현지 기업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수 기업을 분석한 결과 기자 생각은 이렇게 요약된다. 공유 가치를 중심에 둔 공산주의 전통과 개인과 자유를 존중하는 서구 시장주의의 새로운 바람을 창의적으로 결합한 게 최근 급부상한 중국 기업들의 최대 특징이다. 두 가치의 효과적인 결합이 임직원의 자발적 혁신을 이끌어내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

실제로 성공한 중국 IT 업계 CEO의 공통점은 ‘공유’에 있다.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익과 권한도 함께 나누고 있었다. 화웨이의 경우 창업자인 런 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1% 가량에 불과하고, 나머지 지분은 모두 임직원들이 나눠 가지고 있는 ‘종업원 지주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샤오미나 알리바바, 텐센트 등 다른 중국 민영기업들도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어디서 생겨나게 된 것일까? 답은 중국 사회의 현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 유교적 전통이 이어져왔지만, 공산주의가 사회를 지배하면서 이런 전통에 변화가 왔다. 시간이 흘러 그들만의 독특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고, 이는 기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조직문화를 탄생시켰다. 바로 ‘공유’와 ‘개인주의’의 결합이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중국의 인민들은 철저히 공동 생산과 분배를 학습했다. 공산주의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고 하지만, 생산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이익을 나누는 문화는 여전히 강고하다. 이러한 문화는 임직원이 회사의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성과를 나눠가지는 문화를 가능케 했다.

동시에 빠른 도시화와 유교적 규범 붕괴로 인해 형성된 개인주의적 성향은 서구 사회의 강점인 수평적 조직문화를 도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국에서 유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는 화웨이 중국 본사의 한 직원은 “한국과 달리 여기서는 단체 회식이나 조직을 위한 일방적 희생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업무상 미팅 중에도 퇴근시간이 되면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당연시된다”고 말했다. 마치 서구 기업의 문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설명이었다.

이러한 문화는 서구 기업을 인수합병(M&A)한 뒤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IBM과 모토로라의 사업부를 대거 인수한 레노버의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마인드를 이미 조직문화에 담고 있어 미국 회사의 인력을 인수해도 이탈이 거의 없다”며 “오픈 마인드로 경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중국 IT 업계는 한국 기업에 없는 DNA를 가지고 있다. 특히 혁신을 이끌어내는 수평적인 문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이익과 권한의 공유는 한국 기업들이 수 십 년간 추구해오면서도 이뤄내지 못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근원적인 경쟁력 제고에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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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이제 그저 ‘짝퉁’을 만든다고 무시할 대상이 아니다. ‘A급 짝퉁’을 만들면서 그들은 하드웨어 최적화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했고, 세부적인 디자인과 마감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이제 거기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직접 부착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삼성과 LG가 성장했던 바로 그 과정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특허에 대한 문제도 어느새 극복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3류 제품만 만들던 국가가 아니다. 일부만의 성장이라고도 하지만, 그 일부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