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1년내 기업분할을 앞두고 복잡미묘한 회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분리될 PC 및 프린팅 제품 사업 부문이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인데, 기업용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업 실적은 세부적으로 개선돼야 할 여지가 많다.
HP는 25일(현지시각) 매출 284억달러, 순이익 13억달러를 기록한 회계 4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HP의 회계 4분기 매출 284억600만달러는 전년 같은 분기 291억3천100만달러에서 2.5% 줄어든 수치다. 순이익 13억3천만달러도 전년동기 14억1천400만달러에서 5.9% 감소한 결과다.
분기 매출을 사업 부문별로 나눠 보면 우선 프린터와 PC 제품 사업 조직인 프린팅 및 퍼스널시스템즈 그룹(PPS)이 146억8천800만달러로 1년전 실적을 현상 유지했다.
반면 엔터프라이즈그룹(EG) 매출은 72억7천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0% 줄었고, 같은 기간 엔터프라이즈서비스(ES) 매출도 55억1천100만달러로 6.9% 하락했다. 전체 4%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매출 10억8천700만달러, 금융서비스 매출 9억600만달러도 각각 1%가량 떨어진 결과다.
이날 맥 휘트먼 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 회계연도 중 우리는 매출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리고 회사의 중추를 다시 한 번 혁신했다며 우리 제품 로드맵은 최상의 상태고 파트너와 고객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나 전망을 언급하진 않았다. 다만 이미 분할관리책임부서(Separation Management Office)를 마련하고 기업분할 초기 단계에 들어섰으며 내년중 관련 후속 조치 사항에 대해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HP가 목표 시한인 2015 회계연도 4분기말까지 PPS그룹과 엔터프라이즈 제품 및 서비스 조직의 분할을 순탄히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지난달 HP는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기업 분할 계획을 제출해 1년 안에 PPS그룹 사업 조직을 'HP인크(Inc.)'라는 소비자용 제품 사업을 위한 법인으로 분리하고 기업 시장 대상 사업조직을 'HP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로 개편한다고 예고했다. (☞관련기사)
HP 분사 시나리오는 3년 전 레오 아포테커 전 CEO가 추진하려던 PC사업부 분할 계획과 같은 맥락으로 인식됐다. 당시 HP는 아포테커를 퇴출하고 현 CEO인 휘트먼 회장을 불러들이면서 이 계획을 폐기한 듯 보였지만, 이를 다시 추진하면서 '(3년간 구조조정과 안정화를 거친) 지금이야말로 분사의 최적기'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그러나 부문별 매출 비중을 보면 향후 HP엔터프라이즈의 것이 될 사업 조직의 실적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전체 매출에서 EG 쪽 비중은 25%이고 ES는 19%를 차지한다. 소프트웨어가 4%, 금융서비스 및 기타 분야가 3%에 해당한다. 프린팅이 19%, 퍼스널시스템즈가 30%로, 이를 합친 PPS그룹 매출액은 HP 수입의 절반에 해당한다.
앞서 부문별 매출 추이를 보면 PPS그룹은 전년동기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엔터프라이즈 핵심부문인 EG와 ES 쪽에서는 매출 하락세가 뚜렷했다. 단기 추세만 놓고 보면 기업 분할 이후 각 사업부가 기존 매출 추이를 이어갈 경우 오히려 HP엔터프라이즈보다 HP인크 쪽의 안정성이 높다는 얘기다.
사업 부문별 연간 실적을 대조하면 이런 전망에 더 무게가 실린다.
2013-2014 회계연도 부문별 매출을 비교해 보면 PPS그룹은 560억7천500만달러에서 572억8천200만달러로 2.2% 성장했다. 반면 EG 부문은 280억8천100만달러에서 278억1천400만달러로 1% 감소했고 ES 부문도 240억6천100만달러에서 223억9천800만달러로 6.9% 하락했다.
2014 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1천115억달러, 전체 순이익은 50억달러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도 1천123억달러에서 0.8% 줄었고 같은기간 순이익은 2.0% 떨어진 결과다. PPS그룹이 오히려 HP의 나머지 엔터프라이즈 부문 사업의 부진을 상쇄해 왔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HP엔터프라이즈의 독자생존이 가능하려면 편차가 큰 기업용 제품별로 맞춤형 개선이 필요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EG의 분기 매출(100%)에서 x86 서버 제품을 다루는 ISS(47%)가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2% 줄었고, 서비스 부문인 TS(29%)도 3% 하락했다.
적잖은 비중을 스토리지(12%)가 차지하는데 그 역시 8% 떨어져 개선이 시급하다. 하락폭이 29%로 최대인 유닉스 서버 사업 조직 BCS(3%)는 장기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며, 그보다 매출 비중이 큰 네트워킹(9%) 사업의 매출 성장률 2%를 더욱 끌어올리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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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디넷은 증권가는 HP가 2015 회계연도 1분기에 275억5천만달러 매출과 93센트 주당 수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HP는 89~93센트 주당 수익을 예상하며 주가는 3.83~4.03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점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휘트먼 회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HP가 올해 5년간의 회생전략 중 3년을 버텨낸 가운데 소프트웨어 제조부문이 내년부터 강력한 사업부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투자자와 분석가들에게 HP엔터프라이즈와 HP인크로 분할되는 시나리오의 초기 단계지만 긍정적으로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