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왜 몰래 엔씨 지분을 추가 매입했나

경영권 간섭부터 M&A 시도까지 다양한 분석 나와

일반입력 :2014/10/15 17:50    수정: 2014/10/15 17:52

일본에 상장한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15.08%로 늘렸다. 업계는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인수합병(이하 M&A)하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면서 두 회사의 지분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적어도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간섭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해석이 맞을 경우 앞으로 두 회사의 감정 싸움이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넥슨코리아(대표 박지원)는 지난 14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지난 8일 엔씨소프트의 주식 8만8806주를 주당 13만610원에 취득했다. 총 매수금액은 약 116억 원이다. 이로 인해 넥슨이 확보한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15.08%가 됐다. 이는 넥슨이 지난 2012년 6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가지고 있던 지분 14.68%를 매입한 이후 약 2년 4개월만의 변동 사항이다.

엔씨소프트의 현재 지분 구조를 살펴 보면 넥슨이 14.68%에서 15.08%로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9.98%)는 2대 주주다.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자사주는 8.93% 비중이다.

■넥슨 “단순 투자 목적으로 취득했다”…진짜?

넥슨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서 주가를 꾸준히 지켜봤다”며 “최근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기업의 본질가치보다도 크게 낮다고 판단해 장내 매입 방식으로 추가 취득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투자 목적을 위한 지분 매입이라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넥슨이 약 2년 전 매입한 주식의 주당 단가를 낮추고, 추가 투자 효과를 보기 위해 일명 '물타기'를 했다고 보기에는 매입 규모가 너무 미미하다. 실제로 넥슨의 투자 공시를 발표한지 하루 뒤인 15일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물론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넥슨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에게 넘겨받은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넥슨 측이 김택진 대표에게 지분을 넘겨받은 주가는 주당 25만원이었지만, 이후 13만 원대까지 떨어진 것.

업계에서는 넥슨이 보여준 이번 행보에 대해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게임 시장의 독과점 때문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한 M&A를 시도할 경우 독과점에 대한 정부의 조사도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거대 게임업체의 탄생으로 중소업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넥슨 측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확대한 배경은 김정주 회장 등 최고위 임원들만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주식 가치 하락에 따른 투자를 했다고 밝힌 것은 쉽게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경영권 간섭 나서나?

반면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대해 M&A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현실성이 낮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가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합병을 승인해주겠느냐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도 넥슨의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넥슨의 이번 행보는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간섭을 하기 위한 시발점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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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공정거래법에 따라 독점당국에 신고하고 감시를 받아야하는 지분 기준인 15%를 굳이 넘겼다는 점에서 단순 투자 목적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엔씨소프트의 윤진원 실장은 “넥슨은 공시를 통해 추가 지분 매입은 단순 투자 목적이다”라면서 “지분 매입에 대해 사전 논의가 전혀 없었던 만큼 단순 투자 목적이라는 공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계속 주시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