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로 소음을 잡는다고?…신기하네!

1970년대 등장한 아이디어 이제 상용화 단계

일반입력 :2014/09/25 17:18    수정: 2014/09/25 17:39

손경호 기자

자동차 엔진 소음, 반도체 공장 장비가 내는 소음, 가정 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기기가 내는 소음, 최근 살인까지 부른 층간소음. 산업시설은 물론 일상 생활 공간에서도 소음은 골칫거리다.

그동안 소음을 잡기 위해 고속도로에는 커다란 벽을 세우고, 사무실과 아파트 등 건물은 외벽 소재로 차음재, 흡음재를 쓰는 한편, 공장에서는 소음기라는 별도 기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시끄러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는 주황색 귀마개 착용이 필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파수를 활용하는 기술이 등장해 앞으로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체험해 본 결과 소음감소효과가 나쁘지 않았다. 활용될 수 있는 분야도 여러 곳이라 주목된다.

24일 서울 가산디지털단지 사옥에서 만난 김선우 파이브지티 상무는 능동소음제어기술(ANC)이 실제 여러 산업 영역, 일상 생활에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진화를 거듭해 왔다고 밝혔다.

ANC는 사람 귀로 듣기에 소음이라고 느껴지는 소리에 대한 주파수를 분석한 뒤 여기에 반대되는 주파수를 내보내는 방법으로 소음을 줄이는 기술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이미 70년 전부터 등장했지만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고, 하드웨어적인 한계를 극복하면서 진화를 거듭해 현재는 실제 상용화할만한 기술로 발전했다.

ANC에 활용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소음을 들을 수 있는 마이크로폰, 소음이 가진 주파수대역을 분석해 반대되는 주파수를 내보낼 수 있게 하는 컨트롤러, 반대 주파수를 직접 내보내는 스피커로 이뤄졌다.

입출입통제에 활용되는 얼굴인식기술 전문회사로 시작한 파이브지티는 이스라엘 실렌티움이라는 회사로부터 ANC에 대한 원천기술을 획득해 국내 여러 산업군에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김 상무에 따르면 소음도 주파수 대역에 따라 고주파수, 저주파수 등으로 나뉜다. 이중 고주파수는 기존 방음벽을 설치하거나 차음재 등을 쓰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문제는 자동차 내부, 냉난방시설, 각종 공장 설비와 같은 기기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들은 저주파수 대역이라는 점이다. 저주파수는 특성상 앞서와 같은 방법으로 줄이기가 힘들다는 설명이다. 파이브지티가 상용화한 ANC는 100헤르츠(Hz)에서 1천250Hz까지 저주파수에 대한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소음을 전체적으로 줄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 내부를 예로들면 한 개 장비가 80데시벨(dB) 소음을 내고, 다른 장비도 같은 소음을 동시에 내는 상황에서는 각각 소음에 상쇄하는 주파수를 내보내야 효과가 높아진다.

원천기술특허를 가진 실렌티움은 이탈리아 유명 주방가전 전문회사인 '파버(Faber)'가 판매 중인 주방용 후드에 ANC 기술을 적용시켜 소음을 64.1dB에서 51.6dB까지 줄였다. 기업 내 서버실에서는 팬 돌아가는 소리가 큰 탓에 임직원들이 상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나는 소음은 80dB 이상이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서버실에 상주하면서 근무해야 하는 경우에 ANC를 도입하면 30dB까지 소음을 줄일 수 있다고 김 상무는 구축사례를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혼다가 엔진 소음을 줄이기 위해 ANC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파이브지티는 국내에서는 모 자동차 회사에 테스트제품 형태로 공급한 데 이어, 주요 가전회사에도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아이디어로 이들 제품을 연구개발 담당 파트에 공급하면서 사업성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를테면 운전석 헤드레스트에 ANC용 스피커를 설치해 디젤엔진차에서 나오는 굉음이나 도로주행 중 발생하는 바람소리(풍절음)을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내에 사람이 직접 얘기하는 소리까지 들리지 않게 되는 것 아닐까. 더구나 운전자는 주위 소리를 잘 감지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점에 대해 김 상무는 사람 목소리나 음악, 주변에서 충돌이 발생했거나 할 때 나오는 소리는 1천250Hz 이상 고주파수 대역을 쓰기 때문에 ANC를 적용한다고해도 큰 문제 없이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곳은 반도체 공장과 같이 소음이 일상화된 공간이다. 기존에 이들 공장에는 얇은 슬레이트 지붕 위에 소음기라를 무거운 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을 써왔다. 소음을 굴절시키는 방법을 쓴 것이나 효율성이 떨어지고, 약한 슬레이트 지붕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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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무는 이러한 곳에 사용되는 장비에 직접 ANC를 붙이거나 소음기를 ANC로 대체하는 등 방법으로 소음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항공사나 공군기지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하는데도 ANC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상무는 일반 집 창틀 주변에 ANC를 설치하면 창문을 열어놓아도 소음을 줄여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도 추가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