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미국)=손경호 기자]자동차 안에서 발생하는 작은 소음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쉽게 찾을 수 있을지 몰라도 시트 안쪽에 꽉 조여지지 않은 나사에서 나는 달그락거리는 소리까지 찾아내기는 어렵다.
이러한 작은 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 중인 'NIWeek 2014'의 엔지니어링 임팩트 어워드에서 '물리테스트 및 모니터링' 부문 파이널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이 기술은 현대자동차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실제 잡음 테스트에도 활용됐다.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는 매년 NIWeek에서 자사 솔루션을 활용해 산업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준 제품을 뽑는 어워드를 개최한다. 국산 기술로 제작한 소리 감지 카메라가 전 세계에서 제출한 120개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이 같은 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6일(현지시간) 일명 '사운드 카메라'를 개발한 김영기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대표를 만났다. 사운드 카메라는 여러 개의 마이크로폰이 붙어 있는 카메라로 소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기능을 한다.
마치 화면에 비친 사물의 온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해 가장 고온인 부분을 빨간색으로 표시해주는 열화상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소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을 빨간색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자동차는 물론 가전기기 등에서도 제품을 출시하기 전 끽끽거리는 소리, 달그락 거리는 소리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제품 내에 소음이 발생하는지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기존에 출시된 사운드 카메라는 휴대하고 다니면서 사용하기에는 크기가 너무 큰데다가 정밀한 측정이 어렵고, 촬영한 동영상의 화질도 떨어진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2006년부터 사운드 카메라를 개발하기 시작한 김 대표는 이 같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다. 그 뒤 3년 전부터는 현대차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지난해부터 제품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 회사가 개발한 사운드 카메라는 멤스 기반 마이크로폰,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와 함께 싱글보드 RIO에서 해당 신호를 FPGA를 통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기존 제품들보다 소음탐지에 대한 정밀도를 높였다.
그가 보여준 제품 뒷쪽은 PCB기반 위에 수십개 마이크로폰이 붙어있으며, 이전까지 지름이 85cm에 달했던 것을 절반 수준인 35cm까지 줄여 소형화 했다. 또한 기존 제품들은 CPU를 통해 초당 5프레임으로 동영상을 저장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제품은 초당 25프레임을 촬영해 재생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장된 동영상 속에서 훨씬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CPU 대신 NI가 제공하는 FPGA를 활용해 정확도와 처리속도를 높인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에 소음 테스트 과정에서 며칠씩 걸리던 문제를 사운드 카메라를 활용해 15분만에 해결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자동차를 진동시켰을 때 썬루프 어느 부분에서 소음이 많이 나는지, 자동차 도어 위, 아랫쪽에 달린 스피커에서 음악을 틀었을 때 나는 소음의 원인이 손잡이 부분 이음새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찾아낼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 제품은 NI의 그래픽 기반 엔지니어링툴인 'LabVIEW'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LabVIEW는 일종의 엔지니어용 앱스토어처럼 여러가지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을 제공하는 'LabVIEW Tools Network'를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소음 테스트가 필요한 다른 산업영역에서 엔지니어들이 자사 제품을 입맛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LabVIEW Tools Network에 API도 제공할 계획이다. 사운드 카메라를 통해 저장된 데이터를 처리하고, 실시간으로 하드웨어를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라이브러리를 유료로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디자인적으로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와 협력했다. 이를 통해 이 제품은 지난해 독일 유명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포터블 사운드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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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현재는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냉장고 등 가전제품 AS센터, 카센터 등에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대자동차는 물론, 독일 명차 브랜드에서도 관심을 갖고 실제 제품을 도입하거나 데모를 요청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제품이 보다 널리 보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