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LG CNS, SK C&C 등 3사의 IT서비스 사업 수행을 위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구매액수가 줄었다. 이른바 IT서비스 '빅3'가 국내 시장 한계로 글로벌 시장 공략과 신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시스템통합(SI) 이외의 사업비중을 키우려다 나타난 상황이다. 국내서 대형 SI프로젝트가 대규모 기업용 HW와 SW 구매 수요를 견인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3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부터 연간 IT서비스 사업 수행을 위한 '재료 매입액'을 삭감하고 있다. IT서비스 사업 재료 매입액은 인건비를 제외하고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를 위한 전산장비와 컴퓨터프로그램 등을 사는 데 지출한 비용을 가리키는 항목이다.
엄밀히 따지면 3사 사업보고서에서 IT서비스 재료 매입액을 나타내는 방식은 제각각이고 그 항목에서 HW와 SW 구매 비용을 그밖의 비용과 나눌 수는 없다. 다만 IT서비스 업종 특성상 전산장비와 패키지 프로그램 라이선스같은 기업용 HW와 SW가 재료 항목의 최대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이를 전제로, 삼성SDS의 경우 '시스템 구축 및 종합관리' 부문의 상품과 원부재료 매입유형 '전산장비 외' 품목을, LG CNS의 경우 상품 매입유형 '전산장비 외' 품목을, SK C&C의 경우 'IT서비스' 부문과 '보안서비스' 부문 각각의 '전산장비 등' 품목을 기업용 HW 및 SW 구매액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렇게 추정한 3사 기업용 HW와 SW 제품 매입 규모는 최근 2~3년 사이 정점을 찍고 현재 감소세에 들어선 모습이다. 3사의 연간 상품 및 원부재료, 전산장비 등 매입액을 더하면 2010년 2조7천266억원, 2011년 3조181억원, 2012년 3조309억원으로 증가세가 둔해진 뒤 2013년엔 2조4천258억원으로 급감한 수치를 보인다.
3사의 기업용 HW와 SW제품 매입 규모가 증가세 둔화를 보인 뒤 갑자기 내려앉는 경향은 상반기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상반기 보고서를 찾아보면 2011년 8천687억원에서 2012년 1조288억원으로 최대치를 경신하고 2013년 1조57억원으로 정체한데 이어 올상반기 9천609억원으로 떨어진 결과를 볼 수 있다.
IT서비스 3사의 매출에서 SI프로젝트 비중이 줄고 있다지만 여전히 이들이 국내 업계의 대형 변수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 이들의 SI프로젝트 '재료비'에 해당하는 기업용 HW와 SW제품 매입 액수가 이렇게 급감한다면 국내 IT업계에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하지만 업계는 3사의 재료 구매액 상당 비중을 실질적인 기업용 HW와 SW 구매 수요라고 받아들이더라도, 그 감소세가 국내 IT시장 분위기를 좌우할만한 변수는 아니란 입장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대다수 기업용 HW와 SW제품이 IT서비스업체를 거치지 않고도 유통되고 있다. IT서비스업체가 직접 HW 및 SW 구매 수요를 만들어내지 않더라도 실제 사용자에게 공급되는 시장은 존재한다는 뜻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기업용 HW와 SW제품을 공급하는 대형 제조사는 이미 자체 영업조직과 전국 유통망을 갖췄거나, 그 일을 맡아 줄 총판 및 채널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최근 IT서비스 3사의 구매액 감소는 제품 공급사들이 볼 때 그 유통 파트너로서의 비중이 작아진 정도의 변화일 수도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향후 제품 공급사들이 대형 IT서비스와 무관한 중소 채널 파트너 또는 총판과 같은 전문 유통 협력사들과의 협력을 더 중시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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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HP는 관계자는 SI프로젝트 물량을 따로 집계할 수가 없어 확답은 어렵다면서도 IT서비스업체를 통한 물량 변화가 (HP의) 국내 장비 사업 실적에 약간 변화를 줄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언급했다. 서버 시장에서 HP의 물량 비중이 거대한만큼 대형 IT서비스업체가 SI로 이끌어내는 수요도 무시하기 어려웠을 듯하다.
한편 IT서비스 빅3의 재료 구매액 하락을 초래한 국내 SI프로젝트 물량 감소가 모두에게 대수롭지 않은 사안인 건 아니다. 대형 SI프로젝트를 통한 사업 기회가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국내 중소규모 IT업체들에겐 직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자체 영업망이 불충분해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