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재송신료 논쟁에 '정부 뒷짐만'

일반입력 :2014/06/10 16:02    수정: 2014/06/10 16:11

월드컵 중계 추가 대가를 두고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업계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로부터 막대한 중계권료를 지불한 만큼 추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상파와 가입자당 월별 재송신료(CPS) 외에 추가 부담은 있을 수 없다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논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장 월드컵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방송 중단이란 블랙아웃 사태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국민적인 관심사인 월드컵에 대해 지상파가 방송 신호를 끊는다거나 유료방송 사업자가 송출을 중단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어 블랙아웃의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상황이란 점이다. IPTV와 달리 케이블TV 업계의 경우 CPS를 둘러싼 소송 이후 처음으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따른 협상대에 올랐다. 정부가 미연에 지금의 사태를 방지하기까진 어렵더라도 재송신 대가 산정과 의무재송신 문제에 소홀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월드컵 재송신료 논쟁, 방송 주무부처는?

중계권료 부담이란 부분만 본다면,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업자 안에서만 해결될 문제다. 이견이 엇갈리고 있는 재송신 계약 문구에 대한 해석에 합의를 이뤄내기만 하면 된다. 케이블TV 업계 의견대로 월별 가입자당 CPS 외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거나 반대로 별도 요금 산정을 통해 지상파가 추가로 받으면 된다는 뜻이다.

양측 주장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블랙아웃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나섰다. 지난 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각 방송 플랫폼 사업자를 불러 의견 청취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각 사업자에 방송이 중단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만 전달했다.

유료방송 업계 측은 “국민의 시청권을 위해 정부가 조기에 개입해 해결한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반면 추가 재송신료 논쟁이 불거졌을 당시부터 정부는 “사업자 사이의 계약 관계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 개입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상파 측은 정부 개입을 두고 “지상파에 방송을 끊지 말라는 뜻만 전할 뿐”이라면서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으라는 논의는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블랙아웃만 피하자는 입장만 밝혔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달갑지 않다는 뜻이다.

■예견된 갈등, 미리 준비할 수 없었나

재송신 대가 산정 등의 문제는 방송업계가 겪어온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되던 이야기다. 물론 쉽게 해결점을 찾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 논의는 별반 진행된 부분이 없다. 제도적 장치 마련은 요원해 보이는 상황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 가능한 방법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협상이 완료되지 않은 체, 월드컵 중계 방송이 유료방송에서 송출되고 사후 소송이나 분쟁조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갈등 구조는 브라질 월드컵 뿐만 아니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다가오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또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다.

방송업계 한 전문가는 “피파에 800억원을 주고 중계권을 가져왔을 때 정부 당국이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겠지만, 지상파와 유료방송 양측의 실질적인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며 “하루 의견 청취를 했다곤 하지만 미팅 한번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직접 개입은 아니어도 가이드라인은 제시해야”

월드컵 중계 추가 송신료 논쟁 문제는 사업자간 이해관계지만, 국민의 시청권을 볼모로 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지적받는 부분이다. 이에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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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문가는 “각 사업자들이 자사 입장에 맞게 한국 실정에 맞지 않는 해외 일부 사례로 설명하려 하는 것도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방송 산업 구조에 맞는 최소한의 관계당국의 해결책이나 중재 방향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비용 분담까지 이야기할 수는 없더라도, 반복될 문제이기 때문에 적정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내세우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블랙아웃까지 가긴 어려울지라도 같은 논쟁이 중복된다면 블랙아웃과 소송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