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S의 덫?...케이블 디지털 전환 ‘발목’

일반입력 :2011/08/22 11:11    수정: 2011/08/22 14:35

정현정 기자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사업자의 가입자당 월 사용대가(CPS) 계약이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을 높일 수 있지만, 초기 셋톱박스 설치 비용과 CPS 계약으로 콘텐츠 수급의 고비용 구조가 형성되면 디지털 전환 유인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지상파 측은 “SO가 홈쇼핑 채널 송출료로 얻는 이익이 한 해 4천억원 이상이다. 이에 비해 가입자 당 재송신 대가를 280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200억원 정도로 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2008년 재송신 대가 논의가 시작된 200만명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올 6월 기준으로는 전체 1천500만 가입자 중 디지털 가입자는 392만명으로 약 26%다.

현재 지상파가 IPTV와 위성방송 등 다른 유료방송과 맺은 CPS인 1인당 280원을 KBS·MBC·SBS 등 3개 채널에 적용하면 유료방송 가입자 1인당 CPS는 840원이다. 연간 비용은 가입자당 1만80원으로 100만 가입자 당 약 1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케이블 업체 관계자는 “현재 디지털케이블 가입자가 4백만으로 CPS 비용을 추산해보면 4백억이 넘는다”면서 “이는 SO 전체 영업이익 또는 홈쇼핑 수수료의 10%가 되는 금액으로 디지털 가입자가 1천만에 이르면 지상파 콘텐츠 수급에만 1천억원대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MBC와 SBS HD가입자에 대한 CPS 계약에 합의한 KT스카이라이프는 비용 부담이 증가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스카이라이프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된 2013년에는 전체 가입자 100%를 HD로 전환한다는 계획으로 HD방송 가입자가 늘어나면 프로그램사용료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케이블을 통한 지상파방송 시청가구가 80%에 이르지만 케이블TV 디지털 전환율은 24%에 불과하다. 유료방송을 배제한 디지털 전환 정책은 ‘반쪽’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이유다.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도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활성화 방안’을 통해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SO의 디지털 전환율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현재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 별로는 씨앤앰이 약 45%로 디지털전환율이 가장 높다. CJ헬로비전과 현대HCN은 30% 수준이며, 티브로드 20%, CMB는 3%대다.

개별SO로 넘어가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재 진행 중인 지상파와 케이블 업계 간 소송은 5대 MSO가 대상이지만 지상파 측은 지역SO를 포함한 전체 SO를 대상으로 비용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CPS 계약이 관철될 경우 디지털 전환 여력이 없는 개별SO들의 디지털 전환 유인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지상파 업체 관계자는 “2008년 처음으로 콘텐츠 사용대가를 요구하면서 비교적 고가에 속하는 디지털 상품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면서 “장기적인 입장에서는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케이블의 재송신이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면 MSO 뿐만 아니라 개별 SO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계유선사업자(RO)는 어느 정도 난시청 해소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해 비용을 청구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블 업계는 향후 재송신 협의체에서 대가산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난시청 해소나 광고수익 확대 등 케이블TV 기여분을 반영해 CPS 단가를 최대한 낮춘다는 구상이다. 이에 비해 지상파 측은 대가산정 논의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협의체 논의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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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차원에서 준비 중인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활성화 방안 역시 현재 유료방송 관계자와 방통위,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연구반’을 통해 하반기 중 초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재송신 분쟁까지 논의가 확장된 상황은 아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연구반에 참여하는 전문가들로부터 초안을 제출받고 있다”면서 “재송신에 대해서는 관련 정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만큼 아직 사업자 의견을 수렴하거나 정책을 검토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