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은 수신보조행위에 해당한다. 재송신이 중단되면 1천만이 넘는 아날로그 가입자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고 가입자가 이탈할 경우 영업상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CJ헬로비전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처음·법무법인 광장)
“케이블 SO가 홈쇼핑 채널 송출료로 얻는 이익이 한 해 4천억원 이상이다. 가입자 당 재송신 대가를 280원으로 계산하면 연간 2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유료화 전제 위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지상파측 소송 대리인 화우)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는 16일 CJ헬로비전이 지상파3사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이의신청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지상파와 케이블TV 양측의 주장은 지금까지 논의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6월 고법은 지상파3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중지 가처분’ 2심 판결에서 “CJ헬로비전이 신규 가입자에게 지상파3사의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면 안 된다”고 결정했지만 CJ헬로비전은 신규 가입자에 대한 재송신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지상파 측은 법원에 CJ헬로비전에 재송신 대가로 1사당 하루 1억원씩을 요구하는 간접강제를 신청했고, CJ헬로비전도 지난달 14일 가처분이의신청을 제출한 데 이어, 26일에는 강제집행정지신청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조만간 간접강제에 대한 별도 심문기일을 진행한 후 세 가지 사건에 대한 판결을 함께 내릴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의 눈이 판결에 쏠려 있는 만큼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양측의 논리는 이미 가처분 판결을 거치며 대부분 소명됐지만 방통위가 진행 중인 제도개선 협의체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임을 밝히면서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만약 법원이 지상파의 간접강제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케이블 업계 차원에서 방송 송출 중단 등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협의체도 원만한 진행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이제 변수는 지상파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간접강제 신청에 대한 인용여부와 방통위가 추진 중인 재송신 재도개선 협의체에 모아지게 됐다.
일단,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업계는 재송신협의회와 재송신실무협의회 구성에 합의한 상태다.
협의회에는 KBS·MBC·SBS 등 지상파3사 대표와 티브로드·CJ헬로비전·씨앤앰 등 3대 케이블TV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대표가 참여한다. 방통위는 협의회장 선출이 완료되는대로 협의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양측은 아울러 본부장급 인사 각 4명씩으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함께 가동시킬 계획이다.
대표급 협의회에는 김준상 방송정책국장, 실무협의회는 김정원 뉴미디어정책과장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다. 협의회에서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재송신 대가 산정을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여기서 마련된 산정기준을 향후 업체별 계약에 근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상파는 케이블TV에도 IPTV·위성방송과 동일한 280원의 가입자 당 월 사용대가(CPS)를 요구하고 있다. 케이블TV 측은 국민 상당수가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만큼 난시청 해소와 광고 수익 증가에 대한 기여분을 송출 대가로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방통위를 중심으로 한 재송신 협의가 얼마나 실효성 있게 이뤄질지 여부가 관심사다. 재판부에서도 협의체 운영 계획을 충분히 인지한 만큼 향후 판결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간접강제 판결 이전에 협의체 구성을 완료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상파측 권리를 인정하는 간접강제 판결이 나올 경우 방통위도 부담스러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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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는 법원으로부터 잇따라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고 IPTV와 위성방송과 협상을 통해서 CPS 계약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한결 수월한 입장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방통위 협의체를 통한 해결을 일순위로 두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며 “이미 IPTV와 위성방송 등 재송신 대가로 280원의 시장가가 형성돼 있는 만큼 현실성 있는 요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블TV 진영은 당장 법원으로부터 강제집행정지 혹은 간접강제 기각 판결을 이끌어 내는 것이 우선 순위다. 아울러, 방통위 협의체에 지상파가 하루 속히 참여할지 여부도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