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해 브라질 월드컵을 시청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유료방송업계와 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SBS와 재송신 협상 대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SBS와 유료방송 사업자는 재송신 계약 체결 당시 맺은 계약 문구를 두고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SBS가 추가 재송신료를 받기 위해 유료방송 사업자에 제시한 협상의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SBS는 지난 12일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 대가산정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가장 반발하고 나선 곳은 케이블TV 사업자다. IPTV 등 통신사 계열의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SBS와 케이블TV 협상 결과에 따라 입장을 취하기로 구두 합의를 마친 상황이다.
■지상파-케이블TV, 재송신 계약 문구 해석 이견
우선 SBS는 채널 재송신 수수료 외에 별도 프로그램도 재송신료(CPS)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림픽, 월드컵 등 방송법 제76조에 규정된 국민관심행사 중계방송 재송신 대가는 별도 협의를 통해 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재송신 계약 체결 문구에 따른 해석이다.
반면, 케이블TV 사업자는 재송신 계약 체결 당시 관련 문구(제6조)는 지상파의 의무 조항에 대한 내용으로, 단서 조항에 표기된 문구를 SBS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유료방송에 책임을 전가시킨다는 입장이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체육경기대회 등을 일반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인 ‘보편적 시청권’의 방송법 규정은 과거 스포츠마케팅 회사의 중계권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 사업자의 요구로 만들어진 조항”이라며 “지상파가 역으로 시청자에게 피해나 부담을 주도록 별도 방송 프로그램의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어 “이미 다른 나라 기준보다 과도하게 채널 재송신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 별도 방송 프로그램의 대가를 추가로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SBS가 보낸 대가 산정 요청 공문을 재송신 계약서 해석 문제도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SBS는 케이블TV의 반발에 대해 “재송신 계약은 상호간에 합의를 마친 내용이며 별도 협의를 통해 재송신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6월 한달 동안 CPS를 올리는 방식이나 프로그램별 정액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BS는 또 “막대한 중계권료를 FIFA(피파)에 내고 한반도 권역에 방송할 권리를 얻어왔는데 광고 수익도 하락하는 가운데 콘텐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 이는 충분히 추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저작인접권 견해도 엇갈려, 향후 CPS 산정 포석이란 시각도
브라질 월드컵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저작권이냐 저작인접권이냐는 논의에서도 SBS와 케이블TV는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SBS가 피파와 계약한 내용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SO에 요구한 문구를 해석하면 SBS는 동시중계방송권만 요구할 수 있으며, 주가 저작권료는 요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SO의 경우 동시중계방송권에 따라 SBS를 방송할 경우 원저작권자인 피파는 저작권자로서 저작권료를 청구할 수도 있다. 결국 SO의 비용 증가가 시청자의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와 달리 SBS는 브라질 월드컵 경기 중계에 대해 피파로부터 공중에 송신할 수 있는 세부 권리로써 저작권을 가지고 왔다는 입장이다. 이에 별도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추가 대가를 받을 수 있고, 이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중계 당시 IPTV 사업자들이 받아들였다는 점을 강조했다.결국 추가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SBS와 낼 수 없다는 케이블TV의 싸움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싸움이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끝맺지 못하면 TV 방송이 나오지 않는 블랙아웃(방송중단) 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연말 CPS 재조정 협상을 두고 SBS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이번 협상에 집중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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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상파는 유료방송에 가입자당 매달 280원의 CPS를 받고 있다. 방송 광고 시장 규모가 계속 축소되며 지상파의 적자폭이 커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최대 400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뜻을 가진 지상파가 월드컵 중계를 무기로 들고 나섰다는 설명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방송 사업자의 이권 다툼에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분쟁이 짙어지면 월드컵 블랙아웃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