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재송신 확대, 케이블 제 무덤 파는 격”

일반입력 :2013/04/24 16:18    수정: 2013/04/24 16:39

전하나 기자

케이블TV업계의 ‘공영방송 의무재송신 확대’ 주장이 오히려 자신들의 기본권을 갉아먹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우정 계명대학교 법경대학 교수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공공미디어연구소 주최로 열린 ‘지상파방송 재송신제도 쟁점과 해결방안’ 토론회 발제자로 참석해 “무상이든 유상이든 의무재송신의 범위 확장은 기존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운영할 수 있는 채널수 축소를 의미하므로 기본권을 침해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송법 78조의 재송신 조항은 케이블사업자가 지상파방송을 송신해야만 하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방송에 대한 케이블사업자의 의무재송신은 헌법적 정당성이 있지만 케이블사업자의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날 최 교수는 “케이블 사업자들은 흥미와 수익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을 전송해 더 많은 영리추구를 할 수 있음에도 프로그램 제작 능력이 제한적인 탓에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면서 자사 케이블 가입자를 더 유치하려고 한다”며 “자신의 제한된 채널을 포기하면서까지 현행법보다 더 폭넓은 의무재송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채널 사용범위 축소는 채널 임대를 통한 수익 감소와 프로그램 제작·편성·전송 제한이라는 점에서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의 헌법상 방송의 자유, 직업행사의 자유, 재산권 침해에 대한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무재송신 대상을 전체 KBS채널로 확대하는 것은 방송법영역에서의 공영방송 존속 및 발전보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다른 위헌적 소지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의무재송신에 대한 법적 강제를 두고 있는 독일 공영방송의 경우 재원의 80%가 방송수신료로 운영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KBS의 재정 구조는 수신료 37%, 광고 40%, 재송신 및 콘텐츠 판매수입 23% 등으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최근 광고 수입 감소와 방송수신료 동결 등으로 프로그램 제작여건은 점점 악화되는 추세다.

최 교수는 “무상 의무재송신 대상을 KBS2로 확대한다는 것은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공영방송 존속 및 발전보장이라는 헌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영방송사업자에게 어느 정도 의무재송신 의무를 부과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재정적 상황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했다.

공영방송은 방송수신료 수입이 포함되기 때문에 의무재송신이 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선 “공영방송의 전체적인 발전을 위한 재원으로서 방송수신료를 고려한다면 공영방송의 재정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무상 의무재송신보다는 제한적 의무재송신을 하게 하는 것이 건전한 공영방송사의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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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지상파 재송신은 중층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수신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의 문제가 한꺼번에 논의되는 것이 맞다”며 “이날 나온 의견을 종합해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지상파 의무재송신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상파 방송 재송신 제도개선안을 추진했다가 방통위원들의 의견 차이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재송신 문제는 이후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일시적 수습 상태로 지속돼다 지난 17일 취임한 이경재 신임 방통위원장이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