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케이블 깎아 줄께”…IPTV·위성은?

일반입력 :2011/11/24 17:22    수정: 2011/11/25 09:54

“지상파에서 재송신 대가로 280원에서 낮춰진 100원을 제시했지만, 케이블에서는 현재까지 결정된 것이 없다.”

24일 오후 2시를 넘어 지상파와 만나 계약을 체결하려 나가는 한 케이블TV업체 CEO는 “지상파와 케이블이 재송신 대가를 가입자당 100원에 합의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케이블업계가 협상결렬에 따라 24일 정오 지상파의 디지털신호 송출을 중단하려하자 지상파 측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며 제시한 내용일 뿐이란 설명이다.

그동안 지상파는 디지털케이블TV에 가입한 400만명에 대해 케이블업체가 가입자당 280원을 재송신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전체 케이블TV 가입자는 약 1천500만명이다.

하지만 케이블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고 HD방송 중단을 강행하려고 하자, 가입자당 재송신 대가를 재산정해 이를 낮춰 재협상을 요구한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 간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양측이 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철저하게 대외비로 관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힘없는 IPTV·위성방송만

이는 가입자당 280원 이상을 재송신 대가로 지불하고 있는 IPTV와 위성방송사업자 때문이다.

특히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같은 이유로 MBC, SBS와 차례로 협상을 벌였다가 협상이 결렬되면서 HD방송 중단사태를 겪었고, 결국 지상파의 요구를 100% 수용했다.

HD방송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스카이라이프가 한 달여 동안 지상파의 HD방송 서비스가 중단되자 손을 든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와 업계에서는 지상파와 케이블 간 재송신 대가가 280원 밑에서 결정된다 해도 지상파가 IPTV나 위성방송의 재송신 대가마저 낮출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IPTV나 위성방송은 케이블TV에 비해 가입자 비중이 낮아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유료방송시장에 후발사업자로 뛰어든 IPTV나 위성방송은 지상파 콘텐츠가 갖는 우월적 지위가 케이블TV보다 크고, 지상파가 난시청 해소에 암묵적으로 기대고 있는 케이블의 위상과 큰 차이가 나는 것도 한 이유다.

■지상파, 케이블 재송신 대가 인하, 왜?

지난 6월 한 달여간 중단됐던 스카이라이프의 HD방송 서비스 중단은 지상파가 HD방송 송출을 중단해서 벌어진 일이다. 반면, 이번에는 재송신 대가 지불을 거부한 케이블업체가 지상파의 디지털신호 송출을 중단할 예정이었다.

이는 케이블을 통한 지상파 시청자가 80%에 달하기 때문에 보인 자신감이다.

특히 내년 말까지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이 추진되는 시점에 케이블의 HD방송(디지털신호 송출) 중단은 시청자들에게 큰 불편과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상파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24일 방통위가 내놓은 ‘2011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는 2천336만명으로 이 중 케이블TV 1천503만명, 스카이라이프 282만명, IPTV3사 364만명 등이다. 케이블TV 가입자 대비 위성방송은 18%, IPTV는 24%다.

가구 수는 전체 1천859만 가구 중 케이블TV는 1천241만, 위성방송 264만, IPTV 349만 등이다.

아울러, 지상파는 방통위가 행정적 제재 조치로 방송발전기금 산정방식을 광고매출액에서 총 매출액으로 변경하고, 케이블이 지상파 채널을 변경할 때 지상파의 동의 절차를 폐지하겠다고 내세운 것도 적잖은 부담이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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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지상파3사의 총 매출액은 3조6천497억원으로 이 중 광고매출액은 2조2천162억원이다. 따라서 방송발전기금으로 3%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 지상파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내달 1일 4개의 종합편성채널이 개국을 앞둔 상황에서 케이블이 지상파 채널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도 자극이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