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돈을 더 내는 콘텐츠 사업자에 더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회선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자 국내에서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인터넷 급행료' 혹은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하는 게 골자인데, 이는 인터넷 망은 동등하게 이용돼야 한다는 이른바 '망(網) 중립성' 원칙이 상당히 후퇴한 것으로 해석되고, 이런 정책이 국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국내 통신 및 포털업계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가결한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ISP)의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과 관련해 국내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프리미엄 서비스란,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ISP)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거래를 한다면 돈을 더 내는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유료로 더 빠르고 안정적인 회선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이 T모바일이나 버라이즌, AT&T, 컴캐스트 같은 통신망 사업자에 돈을 더 내게 되면 훨씬 빠르고 안정적인 망을 제공받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망중립성 논란이 있었고 지난 2012년 2월 삼성전자 스마트TV와 KT간 트래픽 이용료에 대한 대가 논쟁이 붙으며 논쟁이 정점에 달했다가 같은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이 발표된 뒤에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업계는 그러나 당시 방통위 가이드라인이 미국 망중립성안을 참고했고 지금은 그게 변한만큼 국내에서도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에 대한 논의가 다시 촉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편이다.
문제는 이 제도 도입을 놓고 망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의 이해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망 사업자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 순탄할 것
우선 통신망 업계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FCC 개정안을 반기는 모습이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 부소장은 한국 이동통신사들도 미국 업체들과 마찬가지 입장이라며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더 받게 되는 것은 좋다고 말했다.
FCC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서비스 도입이 순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 부소장은 해외에서 통신사업자와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 간에 여러 계약을 통해 스폰서 요금제나 전용 서비스, 전용 요금제 등이 더러 나오고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두 진영에서) 윈윈하는 환경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낙관적인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콘텐츠 사업자 인터넷 생태계 부익부빈익빈 초래할 것
그러나 포털, 모바일 서비스, 게임 업체들은 당장 FCC 개정안이 국내 인터넷 환경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같은 상황이 인터넷 콘텐츠 생태계의 부익부빈인빈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네이버 관계자는 FCC 개정안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동영상 등 콘텐츠 용량이 큰 서비스를 하는 업체들의 경우에 장기적으로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금력이 부족한 작은 업체는 질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하게 되고, 따라서 인터넷 생태계의 건강을 헤칠 위험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게 될 것은 일반 사용자의 경우 인터넷에서 풍부한 경험을 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FCC의 개정안이 곧바로 국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도 나왔다.
한국과 미국의 통신사와 디지털 콘텐츠 업체간 계약 구조가 다르므로, 일 대 일로 대입해 유사한 상황이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음 관계자는 네트워크 비용의 구조 자체가 다르므로 서로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지금 쟁점이 되고 있는 급행료나 프리미엄 서비스 같은 개념은 이미 망중립성 원칙에 '매니징 서비스'라는 관리형 서비스로 담겨 있고 결론적으로 국내 망중립성 원칙에 영향을 받을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임 업체들 사이에서도 망중립성 개정안이 비용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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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프리미엄 서비스가 국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서비스의 확연한 효과가 입증될 때 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내 한 대형 게임 업체 관계자는 게임은 하루나 이틀만 망 연결이 안되면 바로 매출로 직결되고 이용자 이탈이 있어 속도나 안정성 부분이 우선시 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초기 도입보다는 테스트 결과가 입증되어야 하므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