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망(網) 중립성' 원칙을 사실상 포기했다.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더 빠른 인터넷 회선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15일(현지시각) 씨넷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같은 내용의 망 중립성 정책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과 반대 3 대 2로 가결했다.
이날 통과된 개정안 골자는 인터넷 통신망 사업자(ISP)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거래를 한다면 돈을 더 내는 콘텐츠 사업자들에 유료로 빠르고 안정적인 회선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개정안에 따르면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들이 T모바일이나 버라이즌, AT&T, 컴캐스트 같은 통신망 사업자에 돈을 더 내게 되면 훨씬 빠르고 안정적인 망을 제공받게 된다.
FCC는 앞으로 4개월여에 걸쳐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연말쯤 새 정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FCC의 결정에 통신망 사업자들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망 중립성 원칙이 깨지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캐슬린 햄 T모바일 연방 정부 규제업무 담당 부사장은 FCC 투표 결과와 관련해 환영의 논평을 내며 우리는 FCC가 경쟁적인 통신사들을 위한 더 넓은 선택지를 보유하길 바라며, 경매 규칙이 경쟁적이고 이용자들에 이로움을 주는 쪽으로 강화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와 시민단체 등은 FCC의 결정이 망중립성 원칙을 훼손, 결과적으로 인터넷 사용의 부익부빈익빈을 가져올 것이라 우려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콘텐츠 업체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빠른 회선을 독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가난한 신생 콘텐츠 업체들의 경우 전송 속도가 느린 회선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경쟁력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설명이다.
개정안을 마련한 톰 휠러 FCC 위원장은 인터넷은 하나다. 빠른 인터넷도 없고 느린 인터넷도 없다며 이번 조치는 첫 단계일 뿐이고 빈부에 따라 인터넷이 양분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사실상 망중립성 원칙이 깨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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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C 발표에 아마존, 구글, 넷플릭스, 마이크로소프트, 이베이, 야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150여개 ICT기업들은 서한을 통해 인터넷에 대한 심대한 위협이라며 반대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현지 시민단체 활동가 100여명도 이날 FCC 빌딩 앞에서 인터넷을 해방하라 무료 인터넷을 유지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