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손경호 기자]5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MC월드2014 행사 첫날.
일렉기타를 맨 민머리 남자가 정장차림으로 무대에 섰다. 기타 연주를 뽐내던 그는 사회자에게 기타를 내던지고 나서 자신을 소개했다.
EMC월드2014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저는 조나단 마틴 최고마케팅책임자(CMO)입니다. 스토리지 시장 점유율 1위로서 묵직한 기업 이미지를 풍기던 EMC가 개최한 연례 행사에서 그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퍼포먼스였다.
다음날 조나단 마틴 CMO를 만났는데, 록스타를 연상케 하는 첫 인상은 그대로였다. 그는 세일즈포스닷컴, HP 마케팅 담당자를 거쳐 2011년부터 EMC에 기업마케팅 수석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그 뒤로 EMC TV 등을 포함해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다가 4개월 전부터 CMO로 승진했다.복잡한 기술이 난무하는 IT업계에 마케팅은 어떤 의미일까. 그에게 EMC 같은 기술회사에게 마케팅이 주는 의미를 물었다.
그는 (기술회사에게) 마케팅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플이 구축한 브랜드가 아이폰을 3배~4배 이상 가격을 부를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만든 것처럼 마케팅 차원에서 기술회사에게도 3차원적인 성장을 도모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IT회사들은 대개 철저히 기술중심주의로 운영돼 왔다. 기술 면에서 경쟁사들보다 우위에 있으면 자연스레 수익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엔지니어적인 생각이 지배해 왔다. EMC 역시 다른 회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EMC가 최근 보이고 있는 행보는 조금 다르다. 지난해 개최된 EMC월드2013에서는 '닥터 록인(Dr. Lock-In)'이 등장해 컨퍼런스장을 휘젓고 다녔다. EMC는 자사가 행사에서 처음 공개한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SDS) 플랫폼인 '바이퍼'가 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기업 IT환경을 하나의 벤더에 종속시키려는 '닥터 록인'을 악당으로 설정했다. 물론 바이퍼는 그를 퇴치하는 슈퍼히어로였다.
올해 행사에서는 게임이 메인테마로 등장했다. 데이터 시티를 배경으로 토보캅이라는 로봇이 바이퍼2.0, 일래스틱 클라우드 스토리지(ECS) 등 새로운 솔루션을 무기로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컨퍼런스 중간 중간 삽입했다.
마틴 CMO는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관중들이 좋아할만한 우주, 게임, 자동차, 공상과학 등과 관련된 것에서 주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MC 마케팅 책임자로서 그의 생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얼핏 보면 EMC가 올해 컨퍼런스에서 강조한 페더레이션 전략은 지난해 강조한 메시지와는 정반대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이 IT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서버, 스토리지 등을 모두 하나의 벤더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틴 CMO는 페더레이션에 대한 메시지는 고객들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EMC 스토리지, VM웨어 가상화 솔루션, 피보탈 빅데이터 분석솔루션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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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페더레이션을 위해 아주 구체적이고, 활동가능한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마케팅 메시지를 전했다. 예를 들어 어느 회사가 보안에 대한 우려가 높다면 자회사인 RSA와 피보탈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결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EMC는 올해 컨퍼런스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를 겨냥해 프라이빗클라우드, 퍼블릭클라우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클라우드 환경을 고객들에게 제안했다. 바이퍼2.0, ECS 역시 이를 구현하기 위해 나온 솔루션들이다. 그는 고객들이 AWS를 좋아하는 이유는 민첩성, 편리함 등 장점 때문이라며 일부 워크로드에서는 AWS가 인기를 끌 수 있지만 그만큼 프라이빗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관리, 보안성 등 잇점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고객 최적화가 EMC가 던진 핵심메시지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