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만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오바마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피해 입었다는 논란이 거센 상황이어서 더 주목되는 만남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는 26일 서울 모처에서 오바마 대통령 초청 재계 조찬간담회를 연다.
여러 재계 인사들이 참석하는 가운데 삼성그룹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다. 이 자리에서 민감한 무역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기는 어렵겠지만 오바마-이재용의 만남 자체에 큰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갤럭시S2’ 등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 제품들이 애플의 상용특허를 침해했다는 ITC 판정을 각 기관의 의견을 종합해 인정한다는 뜻도 밝혀 삼성전자는 적잖이 타격받았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애플 ‘아이폰4S’ 등이 삼성전자 표준특허를 침해, 수입금지해야 한다는 ITC 결정에는 거부권을 행사했다. ITC 결정에 대해 25년 만에 처음 나온 이례적인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그해 11월 ITC에 항고했다. 각국 언론들이 미국의 새로운 보호무역주의가 드러났다며 백악관에 날을 세웠다.
심지어 미국 IT 단체인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도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이 해외에서 부메랑 작용으로 피해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 또 주목되는 부분은 마이클 프로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다는 것이다.
프러먼 대표는 삼성전자에게 불리하고 애플에는 유리한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들을 이끌어낸 인물로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을 대리한 성명으로 삼성전자 제품 수입 금지를 알리기도 했다.
그는 회동 참석자들과 다소 구체적인 토의까지 진행할 계획이어서 이재용 부회장과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눌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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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한 관계자는 “오바마 대통령 오찬 참석자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고 있”며 “민감하지 않은 선에서 무역 현안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 4개국(한국·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을 순방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오후 한국에 도착,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헌화한 뒤 경복궁으로 이동해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나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