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영상과 앱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스마트TV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일반 TV에 비해 가격은 비싼데 정작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스마트TV를 사고 나면 처음 며칠간은 신기해서 여러가지 기능을 실행해 보지만 몇 개월 지나면 단순히 TV 기능만 쓰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스마트폰이나 PC에 비해 떨어지는 조작성도 스마트TV가 힘을 쓰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럼에도 스마트TV에 대한 기대감은 셋톱박스 형태의 제품을 만들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각종 동영상 파일을 재생하는 미디어 플레이어에 유선랜이나 와이파이 기능을 더하고 기존 TV에 연결하면 스마트TV처럼 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값이 20만원 이상으로 비싼데다 부피가 커서 거추장스럽다. 중소기업 중심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이들 제품은 판매량 부진에 따른 업데이트 중단으로 먼저 산 소비자만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
에브리온TV가 지난 2월 출시한 ‘에브리온TV 캐스트’는 이러한 시장 상황과 고민에서 출시됐다. 앱이나 게임 실행 등 불필요한 기능은 최소화하고 동영상이나 사진 등 각종 콘텐츠 재생 기능에 초점을 둬서 가격을 낮췄다. 기존 TV나 모니터의 HDMI 단자에 꽂고 USB 케이블로 전원을 연결해 주면 설치가 끝나며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동영상 호환성 문제는 스마트폰 콘텐츠를 무선으로 공유하는 미라캐스트와 함께 DLNA를 이용한 콘텐츠 공유 기능을 활용해 비켜갔다.
■USB 닮은 생김새, 설치는 간단
제품 생김새는 조금 큰 USB 메모리를 닮았다. 하지만 TV나 다른 기기와 연결되는 단자는 HDMI 단자다. 1.4 규격을 따랐지만 2K 모니터에 연결해도 최대 해상도는 1920×1080 화소에 그친다. 제품 크기가 커서 이미 디스플레이에 꽂혀 있는 다른 케이블과 간섭이 있다면 패키지에 포함된 연장 케이블을 이용해 연결하면 된다.
전원은 마이크로USB 단자를 이용해 공급받는다. USB 저장장치를 연결할 수 있는 TV라면 포함된 케이블을 이용해 연결하면 된다. 하지만 USB 단자가 없는 TV나 일반 모니터라면 함께 딸려온 전원 어댑터나 이미 쓰고 있던 어댑터를 이용해 전원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단순히 HDMI 단자만 연결하면 작동하지 않는다. 소모 전력은 최대 5W(5V 1A)이며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하드웨어 설치는 간단하지만 이후 설정은 마냥 간단하지만은 않다. 무선디스플레이 기술과 블루투스, 와이파이 기능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전원을 연결하고 초기화가 끝날 때 까지 걸리는 30초 내외다. 제품을 설치하고 나면 현재 위치와 영상 전송을 위한 와이파이 설정이 필요하다. 설정을 위한 리모컨 기능이나 사진/영상 공유 기능을 이용하려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있어야 한다. 아이폰・아이패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리모컨 대신 스마트폰 이용해 조작
구글플레이에서 스마트RCU 앱을 설치하면 스마트폰/태블릿에 내장된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에브리온TV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요즘 TV 리모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버튼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며 방향키와 OK 버튼을 눌러가며 조작할 수 있다. 블루투스 기능이 꺼진 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지만 대신 블루투스를 자동으로 켜 주는 기능도 함께 갖춰서 편리하다. 적외선으로 작동하는 일반 리모컨과 달리 약간 지연시간이 있지만 조작에 불편함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조작 버튼이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고 직관적이지 않은 점이 상당히 불편하다. 리모컨 앱 디자인의 보완 및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신 소프트웨어(1.12) 기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실시간 IPTV 기능인 에브리온TV, 각종 기기 영상을 대형 TV나 모니터로 전송할 수 있는 미라캐스트, DLNA 기술을 갖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서 사진,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폰투TV, 에브리온에서 유튜브 영상을 선정해 보여주는 비디오 클립 등 총 네 가지다. 이 중 에브리온TV와 비디오 클립 기능은 반드시 와이파이를 통한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다.
에브리온TV는 현재 종합편성 채널과 뉴스 채널 등을 포함해 총 210개 채널을 무료 시청할 수 있다. 화질은 볼만한 수준이지만 40인치 이상 큰 화면에서는 다소 보기 껄끄럽다. 채널을 바꿀 때 지연 시간도 길지 않다. IPTV처럼 안정된 전용망을 통해 영상을 받아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와이파이 전파상태나 유무선공유기에 걸리는 부하에 따라 화면이 끊기기도 한다. 영화 등 전송권에 문제가 있는 영상은 저작권자 요청으로 대체 편성되기도 한다.
■콘텐츠 연동은 미라캐스트, DLNA 둘 다 지원
미라캐스트는 인텔 무선디스플레이(와이다이)처럼 현재 쓰고 있는 기기 화면을 무선으로 띄워 보여 줄 수 있는 기술이다. 1080p 영상과 5.1채널 음성을 무선으로 전달한다. 넥서스4/5, G프로2, 갤럭시S4 등 2013년 이후 출시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대부분 미라캐스트 기술을 지원하며 PC용 운영체제인 윈도 8.1도 미라캐스트를 지원한다.
설정 방법은 간단하다. 에브리온TV 캐스트 메뉴에서 ‘미라캐스트’를 선택하고 동시에 리모컨의 미라캐스트 버튼을 누르면 환경 설정의 ‘화면 전송’ 항목으로 이동한다. 와이파이를 통해 자동으로 검색된 에브리온TV 캐스트를 선택하면 스마트기기 화면이 똑같이 대형 화면으로 나타난다. 단순히 현재 보이는 화면을 그대로 대형 화면에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음악이나 동영상, 사진 콘텐츠를 보는데는 적합하다. 다만 지연 현상이 약간 있기 때문에 화면이 빠른 속도로 바뀌는 게임 등을 즐기기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지연 현상은 에브리온TV 캐스트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기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연 현상이 싫다면 폰투TV 기능을 이용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스트리밍으로 재생하면 된다. 같은 유무선공유기로 묶여 있다면 일일이 파일을 복사하는 수고 없이 그 자리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콘텐츠 용량에 따라 약간 지연현상이 발생하지만 동영상이 깨지거나 잘 안 나오는 현상은 드물다. 단 특수한 코덱을 쓴 동영상은 재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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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온TV 캐스트는 미라캐스트 동글과 DLNA 기능을 활용한 콘텐츠 재생 기능에 무료 IPTV 수신 기능까지 갖췄다. 지상파 수신 기능은 빠졌지만 애초 이 기기가 스마트 기능이 없는 일반 TV를 보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단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풀HD로 영상을 볼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연동되는 기능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사도 좋다. 값은 9만9천원인데 단순히 미라캐스트 기능만 갖춘 수신장치가 5만원 내외인 것을 생각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
에브리온TV 캐스트에 내장된 기능은 대부분 쓸만하지만 반대로 활용도가 낮아보이는 기능도 있다. 바로 날씨, 뉴스, 인기 검색어 등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뉴스를 제공받는 언론사가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총 7개에 불과하며 실시간 검색어는 네이버 것을 그대로 가져온다. 그런데 TV로 주로 즐기는 콘텐츠는 동영상이지 텍스트 위주 뉴스가 아니다.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 수도 적다. 차라리 편집된 뉴스 동영상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넣어 주는 편이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