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없는 SK, 글로벌·신사업 차질 불가피

총수 형제 실형 확정...창사 이래 최대 위기

일반입력 :2014/02/27 15:03    수정: 2014/02/27 19:26

정윤희 기자

SK그룹 수장 공백 장기화가 현실이 됐다. 총수 형제 모두 실형 확정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SK그룹 전체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이로 인해 신수종 사업 개척과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에서 최 회장 형제 부재의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7일 오전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에게 징역 4년, 최재원 부회장에게 징역 3년6월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 회장 형제는 SK텔레콤과 SK C&C 등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베넥스인베스트에 창업투자조합 출자금 명목으로 송금한 뒤 그 자금을 개인적인 선물, 옵션 투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회장 형제가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유용한 행위 등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현존하는 재벌그룹 회장에 대해 실형이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도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으로서는 악몽이 현실화되면서 글로벌 사업, 신규 사업 투자 등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일단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따로 또 같이 3.0’ 체제를 강화해 경영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지만 리더십 부재에 따른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장은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위기대응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모든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최 회장 형제 경영공백 장기화가 대규모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 돌이킬 수 없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특히 재계 안팎에서는 에너지 분야, 자원개발 등의 굵직한 신수종 사업 개척과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에서 최 회장 형제 부재의 여파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각종 M&A 참여를 포기하는가하면, SK이노베이션의 해외 자원개발 투자, SK하이닉스 반도체 설비투자 등이 주춤한 상태다. 또 중동,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추진 중인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 수주 등에도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그동안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글로벌 경쟁력 제고, 사회적 기업정착 노력 등 최 회장이 그동안 중점을 뒀던 활동들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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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모든 CEO들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하고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에 기여하는 SK가 돼야 한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단합해서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신뢰받는 기업이 되도록 만전의 노력을 다하자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월 31일 1심에서 법정 구속된 후 13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도 대기업 총수 중 가장 오랜 수감기간이다. 최 회장은 가석방, 사면 등을 받지 못할 경우 오는 2017년 1월 말 출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