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동통신이 몰고올 산업적 기대 효과

전문가 칼럼입력 :2014/02/25 14:00

박종일
박종일

3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이동통신 시장 구조에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지난 2월 4일, ‘제4 이동통신이 필요한 이유-1편’의 칼럼을 통해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고성장 뒤에 숨겨진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약에 대해 논하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4이동통신 출범을 통해 나타날 수 있는 한국 모바일 산업의 전체적인 득실을 따져 보고자 한다.

지난 1월 29일 제4이동통신 사업권에 도전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의 사업권 허가 적격심사가 통과되었고 오는 2월 27일 주파수 할당 신청을 앞두고 있다.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또 다른 제4 이동통신 후보였던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는 재무적 취약성을 보완하지 못하고 결국 주파수 할당 신청을 포기했다. 제4 이동통신의 결정적 고비인 주파수 할당 신청에서 KMI가 단독 후보가 된 셈이다.

■30% 저렴한 요금보단 LTE-TDD 네트워크 주목

KMI는 기존 통신3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30% 저렴한 요금, 3만원대 무제한 요금제, 저렴한 스마트폰 보급 등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KMI의 이런 선언에 대해 이동통신사업권 확보를 위한 ‘민심 얻기’의 움직임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요금제와 단말 공급은 단순히 선언에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통신 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차별화 전략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먼저, 지금까지 한국 이동통신사들의 네트워크 전략을 살펴보자. PCS 도입 이후 본격적인 네트워크 경쟁이 벌어진 시점은 IMT-2000 사업자 선정으로 꼽을 수 있다. 당시 SK텔레콤, KT 진영은 비동기식사업권을 확보하였고, 경쟁에서 밀린 LGU+진영은 동기식사업권을 획득하였다. 어느 기술 방식이 더 나은가에 대한 평가는 기술적인 우위성 보다는 전세계적인 표준화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당시,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은 대다수가 비동기방식을 선택하였고 이것이 2007년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한 WCDMA이다. WCDMA 시대가 열리며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KT였으며 이를 통해 네트워크 구축 비용 절감 및 경쟁사 대비 단말 공급의 열위를 만회할 수 있었다.

애플 아이폰 도입도 WCDMA라는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 동기식사업권을 반납했던 LGU+는 CDMA Rev.A 방식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기술적인 열위와 단말 공급 부족에 따라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였다.

이후 2011년, 또 한 번의 네트워크 전쟁이 시작되었다. 바로 LTE 시대가 열린 것이다. 네트워크 전략의 열위에 있던 LGU+는 전세계 표준인 LTE를 경쟁사보다 한 발 앞서 도입하며 부활을 맞이한다. 네트워크 구축과 운용도 용이하고, 무엇보다 우수한 단말을 제 때 공급받을 수 있는 지위에 선 것이다.

반면에 WCDMA 시절 네트워크 우위를 점하던 KT는 LTE 주파수를 제 때 확보하지 못해 2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LTE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만큼 네트워크 전략은 통신사들의 흥망을 가르는 중요한 열쇠이다.

■LTE-TDD는어떤 의미인가

KMI가 내세운 LTE-TDD 방식은 기존 통신3사가 구축한 LTE-FDD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존 방식인 LTE-FDD는 주파수를 나눠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나누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반면 한정된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달리는 왕복 4차선의 도로를 상향 2차선, 하향 2차선으로 나누는 구조인데, 출퇴근 시간에는 어느 한쪽 차선은 매우 붐빌 것이고 반대 차선은 매우 한가할 것이다.

하지만 LTE-TDD 방식은 주파수 활용 방식이 업로드와 다운로드를 나누지 않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구조이다. 도로를 예로 들면 가변차로에 해당한다. 즉, 출퇴근 시간에 붐비는 차선을 넓게 하고 한가한 차선을 좁히게 하여 도로의 활용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LTE-TDD 방식이 주파수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으나, 전세계적으로 도입한 통신사가 많지 않다 보니 기술 외적으로는 불리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커다란 변수가 등장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동통신 가입자를 보유한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이‘TD-LTE’라는 이름의 LTE-TDD 방식을 공식 도입한 것이다. 차이나모바일의 LTE-TDD 도입은 많은 단말제조사들에게 이 기술을 적용한 단말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차이나모바일은 미국 1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보다 7배나 많은 7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전세계 1위 이동통신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KMI의 네트워크 전략은 이러한 전세계적인 네트워크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LTE 보급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이 이례적으로 빠른 도입을 했는데, 이후 LTE를 새롭게 도입하려는 전세계 이동통신사들은 LTE-FDD 방식 대신 LTE-TDD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전세계 이동통신 장비 시장의 1위를 다투는 중국의 화웨이는 LTE-TDD 방식의 개발 완성도가 높은 상태이며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들 역시 점차 LTE-TDD 방식의 도입을 확대할 것이다. 즉, LTE-TDD를 도입하는 이동통신사들은 중국의 저가 네트워크 장비와 스마트폰을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KMI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번 칼럼을 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 LTE-TDD에서 성장 동력 찾아야

한국은 LTE-TDD 방식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삼성전자, LG전자가 한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LTE-TDD의 전세계 표준화는 한국 경제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LTE-TDD 방식의 스마트폰 개발 경험을 갖고 있지만, 그 동안 두 회사가 성장했던 배경에는 한국이라는 ‘모바일 천국’에서 얻은 강력한 내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얻지 못하고 원정경기에서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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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두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많은 네트워크 장비 회사와 단말/모듈 개발사들에게도 LTE-TDD 시장은 성장 한계에 봉착한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LTE-TDD 시장 공략을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의 LTE-TDD 도입은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반자가 될 것이다.

KMI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비단 30% 저렴한 요금으로만 바라볼 사안이 아니다. 제4 이동통신의 주파수 경매는 3월에 진행된다. 미래창조부가 발표한 최저 주파수 할당대가가예상보다 높게 설정된 것이 못내 아쉽게 다가온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종일 IT컬럼니스트

커넥팅랩 대표.
통신사와 증권사를 거치며 이동통신 요금기획, 컨버전스 사업기획 등을 담당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IT 실무진들과 함께 모바일 포럼 커넥팅랩(www.connectinglab.net)을 구성하여 정기적인 세미나와 지식 전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 '모바일 트렌드 2014'를 출간하였으며 저서로는 'LTE 신세계', '스마트패드 생존전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