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 년간 지속되어 온 이동통신사 사업 구조가 변화될 것인가.
지난 1월 29일 제4이동통신 사업권에 도전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의 사업권 허가 적격심사가 통과되었다. 사업계획서 등의 본심사가 시작되면 조만간 한국의 제4이동통신 사업자의 윤곽이 나타날 전망이다.
■한국 이동통신 역사 30년, 무엇이 문제였나
한국 이동통신 역사는 1984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일이다.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는 차량 전화 서비스(일명 카폰)를 개시하였고 이를 시작으로 CDMA 세계 첫 상용화와 함께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단말 제조 사업에 뛰어들며 본격적인 도입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1994년 신세기통신이 참여하며 SK텔레콤(당시 대한이동통신)만의 독점 체제는 복점 체제로 전환되었다. 3년 후 이동통신 분야는 PCS 사업자들의 참여로 본격적인 활성화가 이뤄졌고 5개 회사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결국 IMT-2000 사업자 선정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와 같은 이동통신 3사 체제가 완성되었다.
통신3사 체제는 한국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모바일 강국으로 만든 배경임에는 이견이 없다. 전세계 스마트폰 보급율 1위, LTE 보급율 1위 등 한국의 경제 성장만큼이나 이동통신 사업 역시 고도의 압축 성장을 거쳐 지금의 위치에 오른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몇 가지 불합리한 부분들이 노출되었다.
첫 번째는 서비스 차별화 실패이다. 이동통신 3사는 담합으로 의심될 정도의 천편일률적인 요금제를 내놨고 고객의 선택을 강요해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필자가 통신사에서 요금기획을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이는 담합이라기 보다는 경쟁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대안이다.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더라도 1주일이면 경쟁사에서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는 환경에서,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고 경쟁사와의 적당한 밸런싱이 최선이 아닌 차선이 된 셈이다.
두 번째는 단말 유통 시장의 왜곡이다. 통신서비스와 단말유통이 분리되지 않다 보니 이동통신사와 단말제조사가 선별적으로 지정한 단말기만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 고가의 스마트폰을 위주로 한 유통 정책을 통해 단말 제조사는 높은 마진을, 이동통신사는 높은 기본료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평균 가격이 3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는 언론의 보도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인 셈이다.
마지막은 제도적인 한계이다. 앞서 언급한 서비스 차별화 실패와 단말 유통 시장의 왜곡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규제기관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슈가 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사례처럼 특정 기업의 입김이 시장 전반을 장악함에 따라 구조적인 개선의 가능성도 닫히고 있다.
소비자들의 평균 통신료와 단말 구입비가 수직 상승하는 상황이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명분도 방법도 없다.
결국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는 해법만 남은 셈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얼마나 열려 있는가
소비자들은 얼마나 자율적으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을까. 이동통신사업은 대표적인 규제 사업이다. 즉, 공공재인 주파수를 기반으로 정부의 사업권 승인을 받은 사업자만이 이동통신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네 번째 이동통신사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KMI와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네 번째 이동통신사가 되기 위해 지속적인 사업권 신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은 재무적인 안정성이 낮고, 과연 한국에 4개의 이동통신사가 필요할까 라는 의문을 풀지 못해 번번이 사업권 승인에 실패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더욱 더 좁혀지고 있다. 통신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으나 이는 단말기 교체 주기가 짧은 일부 고객들에게만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어느새 5~6만원대로 치솟은 통신료를 부담하고 있는데, 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평균 통신료는 2만원대 수준이었다.
기본료가 낮은 요금제를 선택하고 싶어도, 통신사 대리점에서는 고가의 요금제만을 개통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왜곡된 유통 구조의 폐해이다. 통신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통신사와 협력하는 단말 제조사 역시 고가의 스마트폰 판매를 위해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반기고 있으며, 이 때문에 단말기 교체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통신사와 단말제조사의 마케팅으로 인해 쓸만한 단말기임에도 불구하고 교체하는 고객들이 숱하게 많은 실정이다. 자원의 낭비마저 우려된다.
■MVNO로는 역부족, 제 4 이동통신이 열려야 한다
이동통신의 왜곡된 유통 구조와 요금제의 비차별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알뜰폰(MVNO)사업이 열렸다. 어느새 29개의 알뜰폰 사업자가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우체국 등의 차별화 된 유통 채널 발굴을 통해 25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으고 지속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알뜰폰 사업자는 구조적으로 한계를 내재하고 있다.
첫째, 이동통신사에게 망을 임대하는 구조이다 보니 요금이 탄력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도 LTE 요금제에서는 기존 이동통신사와 큰 차별화를 이루지 못해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개선이 어렵다.
두번째는, 제한된 요금제만을 운영하다 보니 저가 요금제와 저가 피처폰 위주의 가입자만을 모으고 있다. 이는 낮은 수준의 이익만을 취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통신3사와의 경쟁은 요원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결국은 알뜰폰마저도 고객의 선택권 확대라는 당초의 취지와는 이미 멀어져 버렸다. 결국, 알뜰폰은 이동통신의 왜곡된 문제를 개선하는 대안이 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만약 제 4이동통신이 개시된다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앞선 문제점들이 개선될 수 있을까? 요금제의 경우 알뜰폰이 아닌 통신사 레벨에서 좀 더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하다. KMI가 밝힌 바에 따르면 LTE 요금에서도 3만원대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기존 이동통신사들이 선뜻 내놓기 어려운 구조이다.
유통망 역시 기존의 이통사와 알뜰폰의 장점을 조합한다면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기존 알뜰폰을 활용하여 ‘B2B’ 형태의 네트워크 사업을 활성화시키고, 최근 이동통신 유통 채널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 온라인이나 대형 양판점 등을 활용한다면 충분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해외 중저가 스마트폰 도입을 통해 고가 스마트폰으로 고착화된 한국 단말 유통 시장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다. 결국 이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이 한층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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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년간 한국은 모바일 강국 지위에 오르며 고도 성장을 이루었다. 그 과정 속에 여러 불합리한 문제점들이 나타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 한계가 보이고 있다. 결국,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극이 필요하다. 이것이 제 4이동통신 사업자의 출현을 바라는 점이다.
이번 칼럼은 이동통신의 불합리성 개선과 소비자 선택권 향상을 위해 제 4이동통신 사업자의 필요성을 논하였다. 다음에는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 4 이동통신의 필요성에 대해 풀어볼까 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