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새 회장으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결정됐다. 40여 명에 달하는 후보가 회장직에 도전하였고 숱한 루머와 화제를 불러일으킨 후, 결국 KT는 삼성전자 출신의 새로운 회장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회장을 맞이하는 상황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KT의 경영 상황이 그러하다.
새 회장을 맞이하는 KT, 다시 못 올 환생의 시간 될 것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시도했던 ‘탈 통신’, ‘글로벌 사업’, ‘BIT 프로젝트’ 등의 새로운 시도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석채 회장 퇴임 후 재임 기간 중 이뤄졌던 외부 인사 영입과 통신 서비스의 본원적 경쟁력 상실 등의 폐해가 도드라져 보이기까지 하다.
재무적인 실적은 단기적, 장기적 모두 불안하다. 단기적으로는 유선 사업 매출이 하락세고 그나마 유지되던 무선 사업의 성장도 멎은 것처럼 보인다.
KT는 앞서 설명한 탈통신 사업을 위한 무리한 투자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고배당 정책 유지를 위해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매각하며 ‘Sale &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 방식을 취했는데, 이는 자산을 매각하고 고정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가 되어 치명적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는 표현이 있는데, KT의 경우는 ‘아랫돌 빼서 배당 잔치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이다.
황창규 회장 내정자 취임을 앞두고 있는 KT에게는, 죽은 생명체가 다시 태어나는 수준의 ‘환생’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그리고 KT에게 있어 환생의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자
지난 11월 말, KT는 그 동안 유지해 온 고배당 정책의 축소를 발표했다. 기존과 같이 주당 2천원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 4천8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올해 KT 영업이익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인 것이다. 사실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비단 올해 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기존에는 부동산이나 자산을 매각하며 배당금액을 메웠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배당 축소 발표가 나오자 주식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하루 사이에 배당금액인 2천원을 초과한 2천300원이 하락해 장이 마감됐고 이 날 하루 6천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이후 KT 시가총액은 7조 8천억원 수준까지 떨어져 심리적 저항선인 '8조원'도 무너졌다. 다행히 황창규 회장 내정 발표 이후 가까스로 8조원을 에 턱걸이하고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KT와 KTF가 합병한 2009년 6월, 두 회사 시가 총액을 합하면 16조 4천억원에 달했다는 점이다.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며 주주 가치를 최우선했다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주주들의 자산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진 셈이다. 고작 그들의 손에 쥐어 진 것은 1년에 한번 배당하는 2천원이 전부인 셈이다.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주식회사가 주주의 자산 가치를 키우지 못하고 경영권 보호를 위해 자신의 살을 내어주며 배당을 했다면 이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새로운 회장을 맞이하는 KT에게는 다시 안 올 기회가 생겼다. 배당 정책 변경에 따른 주주들의 실망은 이미 주가에 반영되었다. 이쯤되면, 차라리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무배당이 답이다.
빅배스(Big bath)라는 경제 용어를 떠올려보자. 경영진 교체 시기에 부실한 부분을 모두 도려내고 새로운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이다. 이미 배당 축소에 따른 주주들의 실망은 바닥을 찍었다. 새로운 경영진 혹은 현재 경영진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LG유플러스는 적자가 나거나 수익이 적을 때 주주 배당을 하지 않아 주주들에게 항의를 받았지만, 결국은 주가 상승이라는 더 커다란 열매를 안겨 주었다. 2천원의 주주 배당보다는, 회사 가치를 키워 주가를 2천원 올리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최근 KT의 배당은 2천원에서 1천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약 2천4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2천400억원을 배당이 아닌 미래의 회사 가치를 위해 사용한다면 어떨까? KT의 성장성을 의심하는 팩터 중 하나는 무선 영업망의 약화이다.
무선 영업망은 대리점, 판매점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유통 생태계이며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수준에 따라 그 생태계의 힘이 달라진다. 2천400억원을 보조금으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보조금 상한성 등의 논의는 배제)
1인당 10만원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240만명의 가입자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240만명이라면 전체 이동통신 시장 인구 5천만명 중 2.4%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KT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이 2.4%, 혹은 이 절반인 1.2%만 올라간다면 회사의 주당 가치는 1천원 이상 올라갈 여지가 충분하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주주들에게 신뢰를 주고, 설득을 해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가 더 있다. KT 구성원들에게는 치명적인 부분이 될 수 있으나 조직의 효율화는 피할 수없는 흐름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무선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였고 직원수 역시 KT의 3만 2천명 대비 20%도 되지 않는 5천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합병이 이뤄진 2009년 KT의 유선 매출은 8조 7천억원 수준이었으나 2013년 전망치는 5조 9천억원 수준이다. 반면 무선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며 유선 매출을 훨씬 웃도는 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KT의 인건비는 2008년 2조 6천억원 수준에서 2013년 3조 2천억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 기간 전체 임직원수가 3만 5천명에서 3만 2천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전체 인건비가 상승한 셈이다.
이석채 전 회장 역시 이메일로 보낸 퇴임사에서‘불필요한 임원’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았던가. 조직 효율화란 구성원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경영 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부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결국 외부의 힘에 의한 개선이 이뤄 질 것이다. 이미 두 차례 외부 인사에게 KT의 회장직이 맡겨 졌음을 주시해야 한다.
무배당과 조직의 효율화. KT 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전임 회장의 과오를 넘어 3년에 한 번 찾아오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KT키즈, 그들을 믿어보자
최근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전임 회장은 KT 임직원들을 향해 ‘KT놈들’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그의 눈에는 3만 명이 넘는 임직원들의 움직임이 굼떠 보이고, 변화에 능동적이지 않는 비용의 요소로 보지는 않았을까 염려된다.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되었겠는가. 이 과정 속에 많은 KT인들이 회사를 떠나 삼성전자, 포털, 스타트업으로 떠나기도 하였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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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혹시 기억하는가? 1999년 12월, KT는 IT 붐을 타고 시가총액 56조 원을 돌파하며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을 제치고 국내 시가총액 1위를 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4년 전의 일이다. 그 시점을 기점으로 수 많은 인재가 KT를 향했고, 그들과 같은 ‘KT키즈’들은 현재 KT의 핵심 실무진의 자리에 있다.
100년 통신 기업 KT는 아직도 많은 자산과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지혜도 있을 것이다. 수 년 만에 시가총액이 반토막 났다면, 반대로 그 만큼을 복원 시킬 능력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영진에게 건의하고 싶다. KT 구성원을 믿고 장기적인 회사 가치 증진과 수천 만 명의 고객을 위한 현명한 선택을 말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