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 관전법

전문가 칼럼입력 :2014/02/25 10:29

김승연 인모비 아시아 지역 부사장

페이스북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인수가 화제다. 네이버가 라인을 출시하기 전 시가 총액이었던 약 19조원에 달하는 인수 규모 때문이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지적받아온 기존 사용자들의 고령화 문제점에 대응하고,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라인, 위챗들과의 경쟁에서 우려되는 잠재적인 위협에 맞설 무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전략이라고 평가된다.

페이스북-왓츠앱 인수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대체로 비슷한 것 같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라인, 위챗, 카카오톡 등의 모바일 시장의 주전 선수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필자는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를 단순히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경쟁심화 관점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아래와 같은 시각을 통해 전체적인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우선 가장 흥미로운 점은 왓츠앱의 매각 타이밍이다. 19조원이라는 놀라운 금액만큼 중요한 점은 지난 2년동안 구글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의 제안을 거절해온 왓츠앱측이 왜 지금 매각을 결심했는가이다.

오늘날의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스마트폰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시장의 성장에 업체간 경쟁의 속도를 추월하는 대단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이 성숙화 단계에 진입하면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는 레드오션 현상을 보이지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며 시장 내 플레이어 모두 동반 성장을 하는 긍정적 결과를 보여줬다.

카카오톡(한국), 라인(일본), 위챗(중국)은 각각의 시장 지배자 위치에서 해외 무대에 진출함으로써, 지역과 국경을 초월한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했다. 다양한 경쟁사들의 급성장과 카카오 게임센터와 같은 플랫폼화 전략을 봤을때, 광고 없이 문자 메시지에만 집중해온 왓츠앱의 방향 전환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경쟁의 본질이 달라졌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톡의 한국, 위챗의 중국과 같은 든든한 내수 시장 없이 글로벌 시장에 뛰어드는 신인 선수들이 1, 2년안에 2억명 이상의 사용자들을 확보하는 고도 성장은 불가능한 과제일 것이다. 앞으로 사용자들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듯이 3-4개의 메신저를 설치해놓고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단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메신저의 성공 기준은 단순히 2~3억명의 전체 사용자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월별 실 사용자 수가 몇 명이냐가 될 것이고, 2014년 하반기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모바일 메신저들은 더 높은 앱 충성도와 메세지 사용 빈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왓츠앱 인수 후 페이스북에게 주어진 과제는 크게 2가지다. 기존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왓츠앱으로 흡수하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왓츠앱에서 하지 않았던 글로벌 마케팅을 집행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례들이 말해주듯 인수합병이 이루어진 후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직접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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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도 흥미롭지만 2014년도 라인, 카카오톡 그리고 위챗이 지금까지 성공하면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거대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페이스북-왓츠앱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가 훨씬 더 기대된다.

다시말해 본선은 2014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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