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칼뺐다…낙하산 가고 ‘원래KT’ 귀환

임원 27% 감축…사업부문 9개로 축소

일반입력 :2014/01/27 19:32    수정: 2014/01/28 07:26

정윤희 기자

“현재 위기의 대한 1차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다.”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직후 대대적인 임원 물갈이에 나섰다.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 KT로 영입한 인사들을 정리하고 기존 KT 직원들을 중용, 전면에 내세웠다. 말 그대로 ‘원래 KT’의 귀환이다.

KT는 27일 황창규 회장 취임 직후 전체 임원의 25%를 감축하고 미래융합전략실 신설을 골자로 하는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했다. 특히 지원조직 임원급 직책 규모는 50% 이상 축소했으며 기존에는 20개에 달하던 사업부문을 9개로 축소 개편했다.

KT는 “현장 중심의 영업력 강화, 미래 먹을거리 창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조직 전반을 심플하고 수평적인 구조로 조정했다”며 “이를 통해 통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장-지원부서, 임원-직원간 소통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대표적인 ‘이석채 라인’으로 꼽히던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 김홍진 G&E부문장(사장)이 짐을 싸게 됐다. 또 표현명 사장이 이끌던 T&C부문이 없어지고 송정희 P&I부문장(부문장), 윤정식 CR본부장(부사장), 오세현 신사업본부장(전무), 김은혜 커뮤니케이션실장(전무)도 물러나게 됐다.

이들은 대부분 대표적인 ‘올레 KT’(외부 영입인사)로 분류된 인사들이다. KT는 이들에게 지난 주말부터 인사 방침을 통보하고 27일 오후 3시까지 짐을 싸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이 곧바로 퇴직할지, 혹은 계열사로 발령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올레 KT’가 물러난 자리는 ‘원래 KT’들이 채운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KT 내부 경험이 풍부하고 직원들의 신망이 높은 통신전문가를 중용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이를 통해 분열된 직원들의 마음을 아우르고 내부 기강을 다잡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황 회장은 남규택 부사장을 마케팅부문장으로 임명하고, 현장 전문가로 꼽히는 KT 출신 임헌문씨를 재영입키로 했다. 또 한훈 부사장을 경영기획부문장으로, 신규식 부사장을 G&E부문장으로, 김기철 부사장을 IT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여기에 오성목 부사장은 네트워크부문장을, 이동면 전무는 융합기술원장을, 한동훈 전무는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 됐다. CR부문장은 전인성 부사장이 맡게 된다.

현직 KT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나 전임 회장의 비리 혐의와 관련해 책임질 만한 일이 있는 임원을 대부분 정리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부문장급 인사가 단행된 후에 상무, 상무보에 대한 후속 인사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설한 미래융합전략실은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각 부문/실, 그룹사별 핵심역량을 진단하고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로 미래 성장엔진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융합전략실장 자리는 아직까지 공석이나 조만간 외부 인사를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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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모았던 부회장 인사는 없었다. 앞서 업계 안팎에서는 황 회장이 부족한 통신 전문성을 채워줄 통신총괄 부회장을 선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하마평이 나돌기도 했다.

황 회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잠들어 있는 1등 DNA를 되살려 KT인의 자긍심과 명예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의 주력인 통신사업을 다시 일으켜 융합의 영역으로 발전시켜 통신 대표기업, 1등 KT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