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칼 못 빼…단통법도 무용지물?

과징금만 1064억원…SKT-KT 주도 사업자 못가려

일반입력 :2013/12/27 14:01    수정: 2013/12/27 15:06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제재에 따라 2주 이상의 신규 가입자 모집금지(영업정지) 사업자가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과징금 부과와 시정 명령으로 그쳤다.

이에 따라 조사인력 부족과 시장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규제기관의 변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통과되더라도 제대로 된 단속이 힘들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존 가입자 이탈과 향후 새 가입자 약정기간 예상매출 감소 등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강력한 규제 카드는 꺼내들지 않았다. 과잉 보조금 주도사업자를 선별해 영업정지를 부과하려 했지만, 주도 사업자와 차순위 사업자의 차이가 미미하다는 점이 과징금 외에 추가 제재를 거둔 이유다.

일벌백계로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방통위의 그간 태도와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방통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통3사가 차별적 단말기 보조금으로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한 행위에 대해 영업정지 없이 사상 최대 과징금에 해당하는 1천64억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공개된 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 곳의 주도사업자를 꼽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을 경우 SK텔레콤이 대상이 된다. 방통위는 위반율, 보조금 초과 등 6개 항목을 고려해 벌점을 더했을 때 SK텔레콤이 73점, KT가 72점, LG유플러스가 63점이라고 밝혔다. 즉 SK텔레콤이 과잉 보조금 주도사업자다.

■과잉 보조금 강력제재로 이용자 차별 막는다더니

방통위는 주도 사업자 SK텔레콤과 차순위 사업자인 KT의 벌점이 1점 차이라는 이유로 영업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무국이 조사한 결과와 벌점이지만 차이가 미미해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는 자기 비판이다.

실제 영업정지 피해는 이동통신사 외에도 별도 사업자들인 대리점이 고스란히 안게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또 영업정지 기간 동안 경쟁사의 보조금 위반 행위가 늘어난다는 역기능 문제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날 보조금 제재안은 비판의 여지가 크다. 사업자가 국민을 상대로 이용자 차별을 막기 위한 일을 하는 정부 기관이다. 그런 방통위가 강력한 규제 수단을 갖고도 자체 조사 결과가 변별력을 갖지 못한다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김대희 상임위원은 “(불법 보조금 경쟁 주도사업자를 선정하는 벌점이) 1, 2위 차이가 없어 변별력이 없다는 판단 때문에 주도사업자에 영업정지를 내리지 않는 것”이라며 “과징금은 수위가 높기 때문에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이용자 차별을 막는) 메시지는 전달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도사업자 선정 영업정지 칼, 왜 못빼드나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지난 10월 23일 사실조사를 시작하면서 이경재 위원장부터 강력한 제재를 통해 이용자 차별을 막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이에 과징금 규모는 대폭 늘었지만, 영업정지를 통한 강력한 제재를 내놓지 못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LG유플러스처럼 벌점이 10점 이상 떨어지는 수치는 인정해야 하지만 (1, 2위 벌점) 수치는 적절한 조사인지 완성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73점과 72점에 대해서는 확신하지만 엄격한 차이를 두기엔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에서 말하는 오차범위에 가깝다”며 “이 수치로 영업정지란 강한 칼을 2주일 이상 댈 수 있는지 행정당국으로서 비례원칙을 갖기엔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경재 위원장은 “영업정지를 의결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SK텔레콤처럼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가중 처벌하는 기준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는데 지배 사업자로서 각성을 하게 의견을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 사업자에게 칼날을 들기엔 기준이 완벽하지 않고, 현행 법으로는 시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 담신 셈이다.

■방통위 자책 “사업자 교묘해지고, 인력은 모자라”

전체회의 가운데 방통위의 현재 여력으론 사업자의 교묘해지는 수법을 감당하기 어렵고 시장조사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기존적으로 방통위의 한계가 있다”며 “시장 조사 요원이 너무 적고, 거기에 비해 충분한 샘플(불법 보조금 집행 사례)의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치고빠지기 식의 기법은 날로 고도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인력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방통위가) 예상했던 결과와 시장의 실제 결과가 너무 달라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다”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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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남석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이에 “(양문석 위원의) 지적에 따른 인력 부족은 공감하면서 기록상 문제로 보자면 비록 인력이 적고 제한적인 자료밖에 못보는 한계가 있다”면서 “(조사 결과의) 정교함이 정도에 따라서 변별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큰 방향으로 봐서 맞는 방향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면에는 현행 법체계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 면도 있다. 방통위 인력과 함께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하는 조사와 제재로는 불법 보조금에 따른 이용자 차별을 막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에 상임위원들은 피심의자인 이통3사 대외협력실 임원들에게 단통법이 통과됐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