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과정 당시부터 취임 후까지 서민가계의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뜻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동안의 정부가 그랬듯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치는 낮았지만 ‘혹시나…’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후보자 신분 당시 ICT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통신비 인하를 위해 지속 경쟁을 확대하고 방통위의 요금인가 심의 과정도 공개할 것”이라며 “통신비 부담과 함께 비싼 스마트폰의 유통 체계도 공개해 인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영업정지와 함께 시작된 2013년 이동통신 시장은 여전히 보조금 경쟁으로 얼룩졌다. 언뜻 생각해봐도 박 정부 출범 이후 통신비 부담이 내려갔다거나 통신시장이 변화했다거나 하는 것은 느끼기 어렵다.
박 정부 1년,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은 진짜 내려갔을까.
■통신비 부담 경감 정책, 성적표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5월 ‘이동통신서비스·단말기 경쟁 활성화 및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 방안’을 내놨다. 단계적 가입비 폐지와 알뜰폰 활성화, LTE 선택형 요금제 출시유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등이 골자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 실행된 것은 단계적 가입비 폐지다. 휴대폰 가입비는 올해 40%, 내년 30%, 오는 2015년 30%를 줄여 완전히 폐지된다. 지난 8월 16일 KT를 시작으로 19일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40%씩 가입비를 인하한 상태다.
알뜰폰의 경우, 지난 9월 27일 시작된 우체국의 알뜰폰 판매를 꼽을 수 있겠다. 우체국 알뜰폰의 초기 흥행에 힘입어 그동안 답보 상태이던 알뜰폰 가입자 수는 250만명 가량으로 늘어났다. 아직까지 전체 통신가입자 중에서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LTE 선택형 요금제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은 지지부진이다. SK텔레콤만 LTE 선택형 요금제를 내놓은 상태로 KT와 LG유플러스는 아직까지 관련 요금제를 내놓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연내, KT는 내년 1분기 내 출시가 목표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관련 법안(단통법)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연내 통과를 추진 중이지만,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보조금 공시, 보조금 혹은 요금할인 선택제, 보조금 상한제 도입, 제조사 장려금의 조사대상 포함 등을 핵심으로 한다. 앞서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반발로 진통을 겪기도 했다.
단통법은 23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 심사, 24일 미방위 전체회의 의결이 예정돼있지만 통과를 확신할 수는 없는 상태다. 현재 미방위 내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두고 여야 대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상임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의결이 남았다. 연내 본회의 일정이 오는 26일, 30일 두 번 남은 것을 감안하면 시일이 상당히 촉박하다.
아울러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와 관련해서는 내년부터 3만원대 등 저가 LTE 요금제에도 서비스를 허용한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요금인가 심의과정의 공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 1인당 월 280원? 실질적 체감효과 없어…‘거꾸로 정책’ 지적도
문제는 해당 정책들의 실질적인 소비자 체감 효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나마 일부가 추진된 가입비 인하 등 역시 전체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는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통신비 부담 경감 정책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방위 소속 최민희 의원(민주당)은 지난 10월 정부의 가입비 인하 효과가 가입자당 평균 월 280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해당 정책으로 3년간 약 5천400억원의 요금이 절감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전체 통신가입자수 5천400만명(중복 포함)을 대상으로 3년간 약 1만원이 인하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환산하면 3년 동안 1인당 월 평균 약 280원(연간 약 3천300원) 수준에 그친다. 여기에 일선 대리점이나 영업점에서 편법적으로 가입비를 대납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하 효과를 느끼기 쉽지 않다.
최 의원은 “가입비가 완전히 면제되는 3년 후에도 1인당 요금인하 효과는 매월 약 800원에 불과하다”며 “가장 큰 문제점은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자만 혜택을 보게 돼 있어 가계통신비 상승의 주요원인으로 분석되는 휴대폰교체를 위한 번호이동을 정부가 부추기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 단체들도 고개를 내젓는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신비 부담을 경감한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현재 통신시장은 통신사가 단말기를 팔면서 소비자들이 통신비와 단말기 가격을 합산해서 인식하는 구조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단통법이 국회에서 지지부진하는 상황에서 가입비 40% 인하는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통신소비 문화가 바뀐 것도 아니다”며 “알뜰폰 역시 뭔지 모르는 사람도 많고 쉽게 접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아 당장 성공한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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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응휘 녹색소비자연맹 상임이사 역시 “그동안 통신요금을 인하하고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얘기했지만 한 번이라도 체감된 적이 있었느냐”고 되물으며 “방통위의 자의적인 단말기 보조금 규제로 인해 소비자들은 오히려 단말기를 더욱 비싸게 구매하게 되는 등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통신비가 떨어지는 것은 경쟁이 일어나게 하면 되는데 오히려 영업비용을 쓰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을 재도입해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키고 통신사들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