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논의 무색…보조금 다시 과열

지난 3일 하반기 평일 최고 수준 보조금 살포

일반입력 :2013/12/08 11:59    수정: 2013/12/09 07:56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논의 중에도 이동통신 보조금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신사나 제조사나 새 법안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현행 법 아래 사업자 이득만 취하는 모습이다. 그간 주말에나 집중되던 보조금이 평일까지 번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2월 들어 2일부터 하루 번호이동(MNP) 건수가 6만~7만 건을 기록하다 잠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보조금 투입이 늘고 있다.

하이마트, 디지털플라자 등 대형 양판점 보조금 논란이 빚어진 후 규제당국의 강력한 경고로 시장 과열이 진정된 상태로 유지됐다. 11월 초순 이후로는 무난한 시장 흐름이었지만 12월 첫주에 경쟁적인 보조금 전쟁이 촉발됐다. 왜곡된 이동통신 시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정부 주장에 동의하는 통신 및 제조 업계의 모순된 행동이다.

■올 하반기 평일 최고 수준 보조금 살포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기록한 번호이동 건수 7만2천은 하반기 들어 평일 최고 기록”이라며 “가입자 연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통신사와 제조사의 재고 밀어내기가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인 하루 2만4천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 2만4천건 이하로 떨어진 날은 5일 하루 뿐이다. 버스폰 사태에나 있을법한 상황이 연말에 재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전자 갤럭시S4, LG전자 G2 등의 실제 평균 할부원금은 30만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약 50만원 이상의 보조금이 실린 것으로, 통신사 마케팅 보조금과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이 절반씩 차지한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중저가 단말기에도 보조금이 집중적으로 뿌려지고 있다. 갤럭시윈과 같은 단말기는 사실상 시중에 공짜에 풀리면서 통신사의 가입자 쟁탈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삼성 갤럭시라운드와 LG G플렉스만 제조사의 자존심 경쟁에 보조금이 거의 없이 고가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라며 “한 통신사의 가입자 유치 공세에 나머지 회사들도 방어 작전을 펼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법 논의 막바지에도, 가입자 목표 지키기와 재고처리

과다 보조금이 평일까지 번진 것은 이전보다 가입자 쟁탈 의지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12월 한달만 앞두고 연간 LTE 가입자 목표 수치를 맞추기 위한 움직임이란 뜻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신규 가입자 모집금지 및 과징금 부과 등의 규제를 내리기 위한 사실조사를 진행중인 기간이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직접 규제 대상인 통신사사 징계 여부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시에 보조금을 투입하며 경쟁사들은 주도 사업자가 아니라는 핑계로 똑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뿌린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제조사 장려금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단말기 유통법에 찬성하거나 일부 반대하는 제조사들 너나 할 것 없이 장려금을 집행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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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 새 법이 통과되도 지금처럼 사업자들이 지키지 않을 경우를 걱정하는 의견도 내놓는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법을 지킬 수 있도록 보완해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이용자 차별 규제를 위한 사실조사에 모든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최근 다시 과열된 보조금도 모두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