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높은 애플이 중국과 일본에서 고개를 숙이고 판매 총력전에 나서면서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만만찮은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LG전자는 중국 신흥 주자들에 맞서 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팬택의 경우 부활의 가능성을 점치기조차 힘들다. 내수 시장은 이미 정점을 지나 게걸음을 하면서 꺾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스마트폰 코리아'가 처한 엄혹한 현실이다.
게다가 현재 추진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비롯해 ‘화학사고 손해배상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그리고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국내 대형 제조업을 규제하려는 각종 법안이 난무해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잘나간다고 남들은 부러워 하지만 사실은 롤러코스터 꼭대기에 올라가 잠시 멈췄을 때 기분처럼 아찔한 상황입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라는 말이 이런 상황이겠구나 하는 느낌을 갖고 있어요. 회장님이 계속 말씀하신 위기론이 이제 정말 피부에 와닿습니다.
위기론이 엄살 아니냐는 질문에 한 휴대폰 제조업체 최고위급 임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이런 관점이 진실에 근접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나온 통계자료를 면밀히 들여다봤다. 주로 미국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자료를 취했다. 독자 분들께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인포그래픽 전문 언론사 비주얼다이브(www.visualdive.co.kr)의 도움도 받았다.
통계 자료를 뒤져본 결과, 우선, 삼성전자의 승승장구가 예년보다 올해 더 돋보였다. 1~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3.1%→32.6%→35.2%로 홀로 30% 이상을 기록했다. 점유율만 보면 부동의 1위다. 이 기간 2위 애플의 점유율은 17.9%→15.6%→13.2%로 하향세를 걸었다. 삼성전자 절반 수준 유지도 힘겨웠다. 관건은 아직 성탄절 성수기까지 남은 4분기다. 지난 1~3분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 삼성전자가 웃기 어려운 현실이다.
단순히 애플 신제품(아이폰5s·5c)의 4분기 출격 때문이 아니다. 애플이 NTT도코모와 차이나모바일이라는 일본-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와 처음 손을 잡은 결과물이 나온다.
이 파괴력은 일본에서 이미 드러났다. 올해 2분기 22.0%였던 애플의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분기 38.1%로 급증했다. 아이폰5s·5c의 약 1주 판매량만 반영된 수치여서 더 주목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4분기 이 점유율이 7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뚜껑은 내년 초 열어봐야겠지만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다. 지난해 4분기 17.0%였던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일본 점유율은 올해 3분기 10%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은 중국과 미국, 인도에 이은 세계 4위 규모 시장이다. 삼성전자에게는 반격 카드가, 애플은 결정타가 필요하다.
애플은 일본에서의 아이폰 돌풍을 중국으로 이어가려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가입자 수 7억명의 차이나모바일이 이달 중순 중국에 아이폰5s·5c를 출시한다. 삼성전자 1위, 애플 7위라는 현지 순위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였다. 중국까지 애플에 내주면 삼성전자 글로벌 점유율도 확 줄어들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은 피처폰 시절부터 삼성전자가 모바일 1위를 지켜온 거대 시장”이라며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 현지 이동통신사들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패스트팔로워(빠른 추격자)였던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앵글을 돌려 보면 롤러코스터 정점에 있다는 불안감이 보인다.
추락을 막기 위한 정공은 새 수요를 창출할 기술 개발 뿐이다. 올해 갤럭시기어(시계)와 갤럭시라운드(곡면 스마트폰) 등을 출시한 것도 이 때문인데 큰 흥행 성적은 내지 못했다.
이에 맞서 애플 역시 곡면 스마트폰을 내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기술연구센터에 떨어진 부담이 크다.
삼성전자-애플 양강의 각축전을 위에 두고 중국 업체들이 무섭게 컸다. 올 들어 분기별로 화웨이가 4.4%→4.8%→5.1%, 레노버는 4.2%→4.7%→4.8%로 점유율을 키웠다. 오름폭이 작게 보이지만 모토로라나 HTC 등 기존 강자들이 점유율을 잃기만 하는 현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화웨이는 3위, 레노버는 4위를 차지했다.
3위 자리를 겨냥했던 LG전자는 3분기 5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분기 점유율은 4.9%→5.2%→4.7%로 5% 안팎을 나타냈다. 미국과 유럽에서 기술 선도 이미지를 어느 정도 키웠지만 중국, 일본 점유율이 부족하다. 거대한 내수를 업은 중국 업체들을 상대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SA의 예상치만 보면 올해 2천630만대, 내년 2천670만대, 2015년 2천710만대 등이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무려 3천70만대. 90만대의 지난 2009년에서 지난해까지 보였던 고공행진에서 힘이 꽤 빠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는 한국을 ‘포화된 시장’으로 분류한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지하는 ‘단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시장 침체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단말기에 책정하는 제조사 장려금을 정부에 공개하라는 내용이 논란이다.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겠다지만 속살을 그대로 보고 있는데 파격적 장려금 책정은 어렵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장려금 축소는 기기 실구매가 상승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직접 반대 입장을 강조해왔다.
내수 침체는 해외 전력을 크게 줄인 팬택에게 큰 충격이다. 애플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물러난 해외 주자들의 재도전을 포기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편 운영체제(OS) 점유율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3분기 80%를 넘겼다. 정확한 수치는 1~3분기 동안 75.2%→79.8%→81.3%로 삼성전자가 중심축이다. 같은 기간 애플 iOS 점유율은 17.5%→13.6%→13.4%로 고전했지만 4분기 아이폰5s·5c 성적 반영에 따라 오름세가 예상된다.
점유율만 따지면 안드로이드 천하.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OS는 한 자리대 점유율로 고전 중이다. 파이어폭스나 우분투 등의 OS는 아직 실험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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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타이젠’이라는 새로운 OS를 내년 초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국내서도 통신환경 테스트를 시작했다.
내년 말 스마트폰 시장 이슈를 정리할 즈음 타이젠의 성적이 어느 정도일지, 이미 궁금증이 크다. 의미 있는 성적을 못 내면 애플을 웃게 해주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