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높은 콧대도 이 사람 앞에선 작아진다. 중국 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 향방은 이 사람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렸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가입자 규모 7억명의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을 이끄는 시궈화(奚國華) 회장에 대한 얘기다.
시 회장의 힘은 쿡 CEO 덕분에 근래 특히 화제가 됐다. 올해 7월과 1월, 지난해 3월 등 약 1년 반 동안 3번이나 둘이 만났다. 3번 모두 쿡 CEO가 중국으로 시 회장을 직접 만나러 간 것이 주목된다.
이동통신사에 대한 애플 특유의 강경 전략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못해 파격적인 일이다. 시 회장에 대한 미국 최고 기업 CEO의 구애작전이 외신에 도배됐다. 중국인들에겐 자부심을, 미국인들에겐 묘한 이질감을 줬다.
쿡 CEO의 이 같은 행보는 ‘사운이 중국에 달렸다’는 인식 때문이다. 애플이 중국 공략을 못한 것이 스마트폰 점유율 부분서 삼성전자를 넘지 못한 이유라는 데 이견이 없다. 차이나모바일이 아이폰을 팔지 않으면서 애플은 성장 한계를 실감했다. 차이나모바일의 지원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수년째 지켜왔다. 애플은 5위권 진입도 어려운 ‘약자’였다.
누가 봐도 애플이 차이나모바일을 잡아야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상황. 쿡 CEO는 결국 시 회장을 설득, 이달 말 차이나모바일을 통한 아이폰 출시 약속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시 회장의 ‘갑 지위’는 더 올라갔다는 평가다. 천하의 애플 CEO도 찾아와 부탁해야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피처폰 시절부터 중국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시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일각에서는 차이나모바일이 삼성전자 지원 차원에서 아이폰 도입을 늦췄다는 분석도 제기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중요한 것은 차이나모바일의 아이폰 도입에 따라 중국 내 삼성전자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충격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마침 시 회장은 중국 내 LTE망 확대 기술에 대한 자문을 얻으려 최근 방한 중인데, 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신종균 IM(IT/모바일) 담당 사장과 만났다. 애플과 관련해 민감한 시기인 만큼 더 구체적인 현안들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 회장이 신 사장과 향후 협력 방안들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중국에서 양사 경쟁력을 함께 키우는 얘기들이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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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를 통해 중국 무선분야 영업을 담당 이진중 전무와 휴대폰 영업담당 왕통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전무의 경우 1년 만의 부사장 승진이다.
모두 차이나모바일 등 현지 이동통신사들을 상대로 영업을 총괄하는 이들이기에 삼성전자의 중국 전력 강화 움직임으로 인사가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