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코딩교육, 왜 영국을 주목하는가

일반입력 :2013/12/10 10:11    수정: 2013/12/10 11:07

창조경제가 뜨면서 초등학교 코딩 교육이 이슈가 됐다. 실효성 논란이 있지만 '창조경제의 선봉' 미래창조과학부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한 프로그래밍 교육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초등학생 코딩 교육과 관련해 영국의 사례를 주목해왔다. 한국에 적용할만한 '거리'가 많다는 것이었다. 영국은 내년 9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정규 교과목에 코딩 수업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지난 7월 영국 교육부장관 마이클 고브는 5세에서 14세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새로운 교과과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5살부터 간단한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테스트하고 또 데이터를 저장하고 검색하고 구성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11세 이상 학생들은 실제 프로그래밍 언어를 교육받게 된다.

고브장관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글로벌 레이스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가디언은 내년부터 시행될 초.중교 컴퓨터 프로그래밍 의무 교육과정 도입을 앞두고 민간기관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과후 코딩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의 경우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을 가르치는 시도가 민간에서도 활발하다. 현재 1천300여 초등학교에 방과후 교육과정을 무료로 운영 중인 '코드클럽'이 대표적이다.

코드클럽은 웹 디자이너 클레어 서트클리프(Clare Sutcliffe)와 웹 프로그래머 린다 샌드빅(Linda Sandvik)이 지난 2012년 4월 만든 비영리단체다. 방과후 코딩 교육을 원하는 학교에 무료로 클럽을 개설해 주고 자원봉사자들이 교사로 뛴다.

서트클리프는 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치지 않는 것을 걱정했고 9~11살 아이들에게 코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딩 클럽은 처음에는 22개 초등학교에만 대상으로 했지만 현재는 영국 전역에 1천300여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또 전 세계에 적어도 100개 이상의 클럽이 운영 중이다.

영국 가디언의 제시카 솔터기자는 런던 동부에 위치한 드 보부아르(De Beauvoir) 초등학교의 코드클럽을 직접 찾아가 아이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있는 현장을 상세히 전달했다.

수업이 끝난 오후 3시30분 학교 컴퓨터 실습실로 아이들이 모였다. 기자가 방문한 수업은 초급반 아이들을 위한 코딩 수업 교실이다. 각자 컴퓨터 앞에 앉아 소프트웨어를 열고 아이들은 '스크래치'라고 불리는 간단한 코딩 프로그램을 다뤘다.

스크래치는 MIT미디어랩이 학생들을 위해 개발한 언어로 레고 블록처럼 생긴 명령어를 테트리스 조각을 맞추듯 끼워 넣는 식으로 코드를 만들 수 있다. 온라인에서 누구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날 과제는 펠릭스(Felix)라고 불리는 고양이 캐릭터를 스크린 여기저기 이동시키는 단순한 명령을 짜는 것이다. 아이들은 배경과 펠릭스의 차림새를 각자 다르게 만들 수 있다.

펠리스가 도망다니게 할 수도 있다. 시퀀스 중간에 코드 블록을 선택해서 드래그 해 넣으면 가능하다. 때문에 아이들은 코드를 짜다 오타를 낼 걱정 없이 재미 있게 코딩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이 생각해야 하는 건 단지 펠릭스를 움직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뿐이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도 있다. 몸의 각 부위가 따로 움직이는 몬스터를 만드는 코딩이다. 역시 스크래치를 이용하지만 몬스터의 몸을 각각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편집기를 이용해야 하고 해당 스크립트로 가서 코딩 블록을 바꿔줘야 한다.

설립자 서트클리프는 아이들이 개발자가 되지 않는다해도, 문제해결과 논리적 사고를 키워주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컴퓨터 언어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런 활동이 코드클럽의 취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실제 교사들은 코드클럽에 참여한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두려움이 없고 모든 교과목에서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는 일화적 증거가 있으며 특히 과학과목에서 코딩을 배운 아이들의 강점이 두드러진다고 말하고 있다.

학교에 따르면 지역에서 코드 클럽은 상당히 유명해 졌다. 다른 학교의 부모들이 아이를 코드 클럽에 등록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지만 이미 대기자 명단이 꽉 차있는 상태다. 또 집에 컴퓨터가 없는 아이들이 지역 도서관에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코딩을 하는 바람에 도서관 사서가 학교 교장실로 이런 현상이 적절한 것인지 문의하는 해프닝도 생겼다.

영국에는 코드클럽 외에도 7세부터 18세 이하 학생들이 개발자로 발아할 수 있도록 돕는 ‘영리워드스테이트’라는 프로젝트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딩이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된 사례가 거의 없었으나 최근들어 세계 각국이 이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에스토니아가 첫 번째로 7세 이상의 모든 공공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처음이다.

이웃한 필란드 정부도 초등학교에 SW 프로그래밍 교과목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트클리프 코딩 교육이 개발자 군단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문제 해결을 방법을 가르치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홈렌팅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의 공동창업자 겸 CTO인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1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회사로 네이선 블레차르지크는 12살 때 혼자 코딩을 배웠고 14살 땐 고객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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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차르지크는 “너무 많은 기술과 지식을 주입식으로 배우기 보다는 실제 세계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적절히 적용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필요한 기술은 아주 기본이 되는 요건만 충족하면 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비전과 창의성이 다음 단계이며 더 고차원의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서트클리프가 네이선 블레차르지크의 말을 보탠 이유는 코딩을 배우는 것이 곧 성공한 IT CEO를 만드는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기술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