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과 SAP 등 글로벌 SW회사들은 이미 서비스 매출이 라이선스 판매를 뛰어넘었다. 비즈니스의 중심이 서비스로 넘어간지 오래다. 바야흐로 서비스가 SW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국내 SW업체들의 처지는 다르다. 여전히 서비스보단 SW판매 위주다. 그러나 변화의 기운도 감지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투자하는 회사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에 이들 기업들의 현황과 고민을 공유하는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국내 SW업계에서 유지보수를 포함한 서비스 환경은 열악하다. 아직도 SW생태계에서 서비스는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군만두같은 존재로 비춰진다.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SW서비스에 대한 정부나 국내 기업들의 인식은 여전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오라클, SAP 같은 글로벌 회사들이 1년동안 기술지원서비스로만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는건 국내 SW업체들에게 아직 남의나라일일 뿐이다.
오라클은 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81억8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려렸다. 이중 라이선스 업데이트와 기술지원서비스 매출액이 44억3천100만달러에 달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SAP도 마찬가지다. 기술 지원이 라이선스 매출의 두배에 육박한다.
국내 상황은 다르다. 계약서 상에 정확한 비용이 규정되는 해외와 달리 국내의 경우 보통 무상기간 1년 이후 유상기술지원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국내 이용자는 대부분 기술지원을 제품가격에 포함된 무료서비스로 인식한다. 유지보수요율로 불리는 계약방식은 최근 10%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20% 이상인 외국 회사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도 주변 환경이 받쳐줄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는게 국내 SW업체들의 처지다. 시장 상황 자체가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구조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기술지원은 SW사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분야다.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에 판매한 뒤,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행위가 모두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기술지원 서비스 과정에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문제점과 고객의 피드백은 다시 제품개발에 적용돼 차기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서비스가 갖는 전략적 가치는 계속 커지고 있지만 국내 SW기업 상당수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만한 기술지원 서비스를 갖추지 못한 형편이다. 여전히 대부분의 SW회사들이 영업과 R&D조직 중심으로 운영된다. 기술지원 조직은 물론이고, 정형화된 서비스 프로그램도 없다. 그러다보니 고객사 입장에선 유료로 기술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는 회사들도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앞으로 이들 기업들의 목소리를 적극 공유해 나갈 것이다. 여기에 국내 SW 생태계에서 서비스 부문이 처한 현실과 나아가야할 방향이 담겨 있다 믿기 때문이다.
첫번째로 소개하는 회사는 기업용 사용자 경험(UX) 솔루션을 제공하는 투비소프트다. 투비소프트는 현재 27명 인원의 기술지원조직을 운영중이다.
투비소프트의에서기술지원그룹 규모는 회사 전체의 10% 수준이다. 온라인 원격지원담당과 오프라인 현장지원담당으로 나뉘고, 연구소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담당자들이 별도로 존재한다. 각 담당자들은 모두 숙련된 엔지니어들로 구성됐다.
조홍현 투비소프트 기술지원그룹장은 “회사 설립초부터 기술지원은 사업의 주요 핵심으로 자리잡았다”라며 “초반 고객사마다 맨투맨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고객수가 늘어나며 조직을 구체적으로 갖춰 운영하기 시작한 뒤로 오늘의 모습에 이르렀다”라고 밝혔다.
기술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의 존재는 제품 품질 향상과도 연결된다. 전담조직을 갖추지 못한 SW기업 중 심한 경우 고객의 기술지원 요청에 R&D 인력을 파견할 정도다. 신기술 개발에 몰두해야 할 인력이 시스템통합(SI)과 유지보수에 투입되면 제품 개발 품질도 나빠질 수 있다.
반면, 기술지원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경우 매출 외에 거둬들이는 부가수입도 있다. 사용자의 직접적인 피드백이 영업조직과 개발조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조홍현 그룹장은 “우리 회사에게 기술지원 조직은 기능 컨설팅도 중요하지만, 고객과 호흡하는 소통의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고객이 무얼 원하는지 듣고,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들어 보완되면 좋겠다는 의견을 연구소에 전달해, 완제품에 반영하거나 차기 버전에 반영하는 소통과정이 우리의 강점이다”라고 강조했다.
투비소프트의 기술지원 과정을 살펴보면, 온라인의 경우 고객 서비스요청을 접수하고, 원격지원으로 상태를 파악해 상황에 맞게 정해진 절차를 밟는다. 원격지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제품 하자로 판단될 경우 요구사항을 연구소에 전달하고, 연구소에서 버그인지 기능문제인지 판단해 버그일 경우 수정일정을 다시 기술지원그룹에 알려준다.
오프라인 현장지원의 경우 고객사 중 보안문제로 원격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뤄진다. 어떤 경로를 이용하든 문제를 접수해 현장방문을 하기까지 절차가 시스템적으로 마련돼 있다.
기술지원그룹은 제품을 고객사에서 수주하는 순간부터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제품 딜리버리, 설치, 구축 프로젝트 진행 중 문제가 발생하면 기술지원그룹의 몫이다.
그는 기술지원그룹을 고객과 최전선에서 만나면서, 마지노선에 선 존재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가 해결 못하면, 개발에 집중해야 할 연구소까지 나서게 되고, 결국 회사전체를 흔들게 되니, 최선을 다해 기술지원그룹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점차 기능과 성능에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원활한 기술지원체계가 프로젝트 수주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라며 “중견급에 오른 SW회사 중 시장을 선도하는 회사는 이런 체계를 갖춘 곳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직 갈길은 많이 남았다. 조홍현 그룹장은 기술지원 수준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유료 서비스 요율이 인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인식전환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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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으로 조 본부장이 많이 고민하는 건 품질이다. 현실을 반영한 자구책이다. 그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비스 품질을 지금보다 더 높여 당당히 비용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프로세스 상에서 지금보다 품질을 더 높일 방안을 잡고 있고, 고객 대응에 대한 엔지니어의 마인드 정착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진출을 위한 기술지원 인력확보부터, 언어관련 교육에도 신경쓰고 있다라며 요즘 고민이 새로 입사한 신입 엔지니어를 교육하는 것인데, 회사의 교육사업과 연계하는 깊이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참여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