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회갑에 전자업체로 탈바꿈

패션 에버랜드 넘겨…내년 초 사명도 바꿀 듯

일반입력 :2013/12/01 09:00    수정: 2013/12/01 15:33

송주영 기자

제일모직의 삼성에버랜드에 대한 패션사업 양도가 1일 완료됐다. 제일모직은 이로써 창업 60년 만에 모직과 패션 중심에서 전자소재, 화학 전문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제일모직은 지난 9월 패션사업부를 에버랜드에 양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양도가 1일로 완전히 마무리된 만큼 조만간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새로운 사업 내용에 맞게 언제 사명을 변경할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임원 인사는 오는 4, 6일경 삼성그룹 임원 인사 시점에 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제일모직 관계자는 “임원인사 등은 1일에는 없을 것”이라며 “그룹 인사 때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명 변경은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패션사업을 이미 떼어냈기 때문에 소재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사명을 만들기 위해 이미 내부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명 변경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

제일모직은 패션사업을 벗으며 화학, 전자소재 사업의 정체성을 보여줄 새로운 사명을 내걸 계획이다.

사명 변경은 초기 단계로 공모, 상표권 등록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 변경까지는 최소 4개월이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빨라야 내년 초가 돼야 제일모직을 대신할 새로운 사명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이름은 ‘삼성’이라는 그룹 브랜드를 앞에 붙이고 화학, 전자소재라는 회사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이 될 전망이다. ‘삼성케미컬’, ‘삼성인더스트리’ 등이 거론됐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인력은 에버랜드로 이동한다. 이동할 인력 규모는 1천500여명으로 추산됐다. 제일모직에는 케마컬, 전자재료사업부 인력을 포함해 약 4천명 가량이 남게 된다.

제일모직은 패션사업 분리 이후 소재 전문기업으로 전자재료 분야 투자를 확대한다. 이달 초에는 OLED(유기 발광다이오드), 2차 전지용 분리막, 편광필름 등에 3년 동안 1조8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앞서 노바LED 인수도 발표한 바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전자소재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투자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60년만에 전자소재 전문기업으로

제일모직은 기업의 모태가 된 패션을 벗고 전자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전자업체로 변신한다. 주요 거래선인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소재를 납품하며 OLED 소재 사업을 키우는 등 완전한 전자 수직계열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향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와 수직계열화된 소재기업으로 변신한다. 향후 삼성그룹이 후계구도에 따라 계열분리되면 전자관련 기업으로 분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자기업과 수직 계열화되면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더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전자소재 분야의 삼성그룹 의존도는 50% 가량이다.

제일모직은 최대주주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지난 10월 기준 제일모직 지분율은 11%에 달한다. 패션사업부를 인수하게 될 삼성에버랜드가 오너일가 지분율이 45%를 넘고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서현 부사장은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지난 2002년 제일모직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10년여동안 패션사업을 이끌어온만큼 이변이 없는 한 삼성에버랜드로의 이동이 예상된다. 이서현 부사장은 올해 사장 승진이 예상됐다. 삼성에버랜드 역시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패션사업부를 맞으며 분리하게 될 식자재사업부 김동환 사업부장이 퇴사했다.

■제일모직의 갤럭시, 삼성전자의 갤럭시

제일모직의 변신은 60년만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1954년이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물산, 제일제당에 이어 3번째로 섬유사업에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창립 당시 사명은 제일모직공업이다. 제일모직공업은 세 번째로 사명이 바뀌게 된다.

제일모직공업은 직포, 방모, 염색 등의 섬유사업을 모태로 했다. 지난 1972년에는 기성복 시장에 진출했다.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교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사업으로 확장했다.

현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대표 브랜드가 된 ‘갤럭시’라는 이름도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곳은 제일모직이었다. 지난 1983년 출시한 제일모직의 남성복 대표 브랜드가 갤럭시다. 현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다.

제일모직이 전자소재 산업에 진출한 것은 지난 1989년이었다. 여수에 화학공장을 설립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 1994년에는 전자재료 사업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궤도에 오른 반도체 소재·재료 산업을 시작으로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분야로도 확대했다. 케미칼, 전자소재는 현재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이 됐다.

제일모직 출신 임원은 삼성전자의 핵심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업게 관계자는 “최근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DNA를 심는다며 삼성전자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로 많이 이동하지만 과거에는 제일모직, 제일합섬 등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 제일합섬 출신 삼성그룹 임원으로는 전 이학수 부회장, 전 김순택 부회장 등이 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1971년 제일모직으로, 김순택 전 부회장은 1972년 제일합섬으로 입사해 삼성그룹 내에서 입지를 다진 대표적인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