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를 두고 업계에서는 종종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상한 말을 내뱉곤 한다. KT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분명 주인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석채 전 회장의 사퇴와 외압설 논란이 일자 "주인 없는 회사의 설움을 겪고 있구나"라는 말에 수긍을 하게 된다.
5년 전 이맘 때가 생각난다. 남중수 전 KT 사장이 납품비리 혐의 등으로 물러나면서 KT는 최고경영자(CEO) 공백에 따른 비상경영체제 돌입에 들어갔다. 당시 KT의 최대 이슈는 KTF와의 합병이었다. 그러나 CEO 부재로 '합병은 물 건너 갔다'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회사는 사상초유의 위기상황에 직면한 것처럼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KT가 사활을 걸었던 3G 이동통신 사업과 신사업인 IPTV 사업도 오리무중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깜짝 등장한 이석채 전 회장은 보란듯이 KT-KTF 합병을 마무리 지었다. 3G 서비스와 IPTV 사업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애플 측에 지나치게 저자세를 취했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아이폰을 들여와 국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에 일조했다.
현재 상황은 어떤가. KT는 12일 이 전 회장이 사표를 내고 표현명 직무대행 체제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CEO 공백기에 KT는 연이은 실적 저하와 무선가입자의 대거 이탈, 광대역 LTE 사업의 표류 등 5년 전과 비견해 '전혀 손색 없는' 위기감 속에 빠져있다.
데자뷰가 아니라 오버랩이다. 지금 KT의 상황은 5년 전 위기상황을 그대로 답보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그 때와 마찬가지로, KT그룹의 근간이 흔들릴 만큼의 위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KT가 강하게 추진했던 광대역 LTE 사업은 연말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것이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실적 반등도 예상된다. 가입자 감소 문제는 마케팅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다.
차기 KT CEO의 최우선 과제는 실적 개선이나 서비스 활성화가 아니다. 실적 개선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것처럼 진짜 능력이라고 보기 힘들다. KT의 저력이라면 이 정도는 누가 와도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차기 CEO의 진짜 능력은 KT의 주인을 찾는 것이다. 법적으로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주주 외에 KT를 위해 땀 흘리며 일하는 직원들도 이 회사의 주인이다.
일각에서는 누가 KT의 CEO가 되던 외압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틀린 말이다. CEO가 "KT의 주인은 직원들과 주주"라는 확신과 신념이 있다면, 그리고 책임감을 갖는다면 KT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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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편적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공성을 감안하면 '정부의 규제'라는 외압이 있다. 그러나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혹은 그 동안 정권 창출의 논공행상 집행처였다라는 루머 아닌 루머 때문에 주인 없는 회사의 설움을 반복할 수는 없다.
KT CEO추천위원회는 '민영기업의 주인은 그 구성원들과 주주'라는 단순한 진리를 직시할 수 있는 인물을 CEO로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관료 출신이나 통신 전문가라는 스펙이 우선 고려 사항은 아닐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만큼 선출과정에서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KT의 주인인 직원들과 주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