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KT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대부분 KT 임직원들은 정상적인 경영자가 회사를 이끌어 주기를 바라지만, 정치권 낙하산 인사 발탁에 대한 트라우마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8일 익명을 요구한 KT 전현직 임직원들에 따르면,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빠져 있는 KT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CEO 선임이 시급하다. 내부적으로 이석채 현 회장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정치권이 개입된 인사는 절대 반복되서는 안된다는 의견에는 한 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KT 임원들은 기존 임원과 새로 영입된 임원들의 갈등이 적지 않다. 이 회장 취임 이전의 임원을 지칭하는 '원래 KT'와 취임 후 영입된 '올레 KT' 파로 나뉘어져 있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돌 정도다. 신임 KT CEO는 이러한 내부 갈등을 해결하고 단결을 촉구할 수 있어야 한다.
원래 KT에 속하는 한 고위 임원은 현재 KT는 내부 화합이 최우선이라며 직원 간 양분, 낙하산 인사와 이에 줄을 대는 기존 임직원들 등 갈등의 고리를 원천적으로 끊으려면 정치권이 개입된 CEO가 와서는 절대 안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재계 11위 민영기업으로서 실적 악화를 비롯한 총체적 경영난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올레 KT에 속하는 한 임원은 CEO 선임건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다만 '원칙적으로 기업을 잘 이끌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라는 것에는 동의했다. 이 임원은 (이 회장의 공로도 분명히 있는데)과오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아쉽다라며 KT가 추진하는 각종 신사업을 잘 이끌 수 있는 CEO가 선임됐으면 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일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회장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직원은 대외적 논란을 떠나서 아이폰 출시, 클라우드 사업 등 각종 신사업 추진, 아프리카 진출과 같이 KT의 새 비전을 보여준 것에 박수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라고 사내 분위기를 설명했다.
물론 이 직원 역시 KT의 도약을 위해서는 '순수한' CEO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개입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 CEO 선임, KT 임직원들의 희망 대로?
그렇지만 KT 임직원들의 바램이 현실화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신임 CEO 선출과 관련해 복잡 미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정치권의 입김이 존재한다'는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과거에 비해 고무적이라면 고무적이다.
8일 KT에 따르면 3명의 사내이사(이석채 회장, 김일영 사장, 표현명 사장) 중 한명인 김일영 사장이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석채 회장 비리 조사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KT CEO추천위원회에 들어갈 1명의 사내이사 자리에 표현명 사장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CEO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7명과 사내이사 1명으로 구성된다.
표 사장은 차기 CEO 후보 중 한명이다. 다만 CEO추천위원은 CEO가 될 수 없는 규정상 표 사장이 위원회에 들어간다면 자연스럽게 후보 탈락이 된다.
7명의 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인 ▲김응한(미시간대 경영학 석좌교수)를 비롯해 ▲박병원(MB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국민행복기금이사장) ▲이춘호(MB정부 초대 여성부장관 후보자로 청문회 낙마, EBS이사장) ▲성극제(YS청와대 행정관, 이석채 회장 대학동문) ▲이현락(동아일보 기자 출신, 이석채 회장 대학동문) ▲송도균(전 방통위 부위원장, 이석채 회장 근무했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차상균(전 SAP코리아 한국연구소장, KT협력사 경영진 출신) 등이다.
지난 7일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KT의 CEO 선정 과정을 보면 외부 개입이 안 될 수가 없는 구조다. 이석채 회장이 뽑아놓은 이사회가 후임을 뽑게 돼있어 이 회장의 의중을 따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현 KT CEO추천위원회가 업계 전문가, KT 직원들, 정부 등에 자문을 받아야 한다. 정권 창출에 기여한 공으로 오는 후보는 사양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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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CEO추천위원회 사안과는 별개로 정치권이 '논공행상 집행처'로 KT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끊임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다른 KT의 한 임원은 KT는 이제 다양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민영기업으로 자리잡았지만 실적은 엉망이 됐다며 시장 확대도 중요하지만 내부 단합을 하고 경영 안정화를 이끌 CEO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관료 출신이 CEO가 된다면 나아질 것이 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