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사퇴…KT 내부 “올 것이 왔다”

일반입력 :2013/11/04 09:14    수정: 2013/11/04 09:37

정윤희 기자

이석채 KT 회장이 갑작스레 사의를 표했다. 아프리카 르완다 출장에서 돌아온 지 하루만이다. 검찰이 지난달 22일 KT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지 12일 만이기도 하다.

KT 내부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결국…”이라는 씁쓸한 소회가 없는 것은 아니나 “(CEO 리스크가) 빨리 정리되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지난 3일 이석채 회장은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하고 후임 최고경영자(CEO) 선출을 요청했다. 그는 임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통해 “최근 일련의 일로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더 이상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일단 KT 직원들은 이 회장의 사의표명 시점에 대해서는 놀란 모습이다. 사의표명이 일요일인 지난 3일 오후 늦게 이뤄진 탓에 대다수의 직원들은 집에서 쉬다가 메일을 받았다. “이렇게 갑자기 결정을 내릴 줄이야”, “사의를 표명한다 해도 다음 주에 할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출장을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이렇게 바로 물러나겠다고 할지 전혀 예상 못했다”며 “다른 직원들도 메일을 보고 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연락하는 등 놀란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사의표명 자체에 대해서는 다소 담담한 모습이다. 사실 지난해 말 대선 과정에서부터 업계 및 정치권 안팎에서 후임 회장의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는 올해 들어 이석채 회장의 거취를 두고 흘러나온 매달 기한이 갱신되는 사퇴설, 와병설 등을 들었다.

특히 최근에는 “(사의표명) ‘시점’이 문제일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는 얘기다. 지난 8월경 청와대 외압설이 불거지는가 하면, 이달 들어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면서 2차 압수수색까지 이뤄진 후인 터라 더욱 그렇다.

임원들 사이에서는 일부 불안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 회장이 이메일에서 연내 임원 수 20% 감축, 고문 및 자문위원 제도 폐지를 천명했기 때문이다.

KT 한 임원은 “사실 그동안 계속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긴 했었지만 결국 이렇게 되니 안타깝다”면서도 “어쨌든 계속 CEO를 둘러싼 소문에 내부적으로 불안한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왕 이렇게 될 것이면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KT 관계자 역시 “이제는 매년 대선 과정에서 CEO 교체설이 나오는 것도 지겹다”며 “더 이상 정치권과 관련 없는 정말 통신 전문가가 CEO로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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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KT 1, 2차 압수수색은 업무상 배임, 비자금 조성 등에 혐의를 두고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1차, 지난 1일 2차 압수수색을 통해 KT 분당, 서초, 광화문 사옥과 임직원 자택 등에서 증거물을 압수하고 분석 중인 상황이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 2월 말 이석채 KT 회장을 스마트애드몰사업, OIC랭귀지비주얼 사업, 사이버MBA 사업과 관련,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참여연대, 전국언론노조 등이, 이 회장이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매각해 회사와 투자자에 손해를 끼쳤다며 추가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