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떠나는 KT의 미래는...

일반입력 :2013/11/03 18:05    수정: 2013/11/03 18:16

이석채 KT 회장이 3일 전격 사임의사를 이사회에 표명했다.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사임 뜻을 알렸다. 임무를 다하겠다던 이 회장이 아프리카 출장 귀국 하루만에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KT는 한동안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이석채 회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많은 고통이 이어진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사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회사를 떠나면서도 자신의 임무는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이사회에서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중요한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이 개선된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회사 발전에 필요한 조치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책임을 진다고 했지만 새 선장을 맞이할 때까지 격랑에 빠져들 전망이다. 일단 검찰수사가 이 회장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임직원에게도 확대되고 있다. 이석채 회장 외에도 검찰 수사가 경영진의 줄소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 수사 본격화, 경영진 소환조사 임박

이석채 회장의 배임혐의에 관해 참여연대의 고발 건이 사퇴의 주요 배경이다. 이 회장은 루머 속 정치적인 외압에도 불구하고 CEO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럼에도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검찰 수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소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 회장이 아프리카 출장에 떠나있을 때도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새로운 정황 등을 포착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 관련자 진술이나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를 확보한 만큼 다음 절차는 소환조사만 남았다는게 법조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 수사의 칼날은 다른 경영진도 향하고 있다. 이르면 이주부터 소환조사가 진행된다. 이석채 회장을 비롯해 관련 고발 혐의에 놓인 중심인물들이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CEO 후속 절차는

이 회장은 후임 CEO를 조속히 결정해줄 것을 이사회에 요청했다. 급작스런 사의 표명이기 때문에 이사회도 이 문제를 쉽게 결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사회는 구체적인 퇴임일자를 정하게 된다. 이후 퇴임일자 기준 2주 이내에 CEO 추천위원회를 구성케 된다.

CEO 추천위원회는 일곱명의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 1인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새로운 수장을 추천하게 된다.

결정은 위원회의 위원장을 비롯해 위원회 9명의 다수결로 결정된다.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는 방식이다.

위원회가 의결한 신임 CEO 후보는 차기 주주총회에서 결의를 통해 이뤄진다. 이 때까지 이석채 회장은 후임 CEO를 위한 초석을 닦고, 남은 임무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선장 잃은 KT호의 향방은

당장 수장을 잃은 KT가 다른 움직임을 가져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석채 회장이 사임 결정 뒤 임직원에 보낸 이메일 내용이 눈길을 끈다. 현 CEO 입장에서 KT가 당면한 과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우선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는 뜻을 공조했다. 경쟁사 대비 1조5천억원 이상 인건비가 소요되는 인력 구조라는 것이다. 인력을 줄이기보다 임원 수를 20% 줄이고, 서비스 위주의 기업으로 태어나기 위해 일선 직원은 보충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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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력 사업 부문인 통신보다 이외의 사업 성과가 더 좋은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 회장은 이 부분에서 “통신을 뛰어넘는 종합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통신을 기반으로 하되 다른 영역의 사업을 확충하고 글로벌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것은 '곧 떠날' 이 회장의 구상안이다. 새 경영진이 같은 부분을 문제점으로 인식할지도 관심사다. 당장 이동통신 사업 부문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분에 대해 어떤 묘안이 나올지가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다.